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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발이 성성한 '노털' 이라도 "반갑다 터미네이터"

Los Angeles

2015.07.02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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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미네이터 제니시스(Terminator Genesys)
감독: 앨런 테일러
출연: 아놀드 슈워제네거, 제이 코트니, 에밀리아 클라크, 제이슨 클라크, 이병헌 등
장르: SF, 액션
등급: PG-13


'터미네이터 제니시스(Terminator Genesys)'는 기존의 '터미네이터' 시리즈를 사랑하는 영화팬들에겐 더없이 반갑고 흥미로운 선물이다. 단순히 추억과 향수 때문만은 아니다. 명작으로 평가 받았던 1,2편 이후 3편과 4편이 실패를 거듭하며 대중으로부터 '재생 불가 판정'을 받아야 했던 시리즈가 제법 흥미롭고 새로운 설정으로 '심폐 소생'된 데 대한 놀라움과 반가움도 무시할 수 없다. 게다가 이번 편은 그간 지속적으로 반복돼 온 '터미네이터'의 세계관에 익숙한 기존 관객들에게 최적화 돼 있는 캐릭터와 스토리를 선보인다. 기계와 인간의 전쟁이 펼쳐질 미래, 그 전쟁의 반란군 지도자가 될 존 코너와 그의 어머니 새라 코너, 그리고 이 운명을 뒤집기 위해 과거로 파견되는 이들의 시간여행 등이 한꺼번에 빠르게 전개되기 때문이다.

이야기의 시작은 미래다. 고도화된 인공지능 네트워크 스카이넷이 인간을 지배하고 있다. 카일 리스(제이 코트니)는 생명의 은인이자 반란군의 수장인 존 코너(제이슨 클라크)를 따라 기계 문명에 맞서 인류 해방을 눈 앞에 둔 상태다. 하지만 기계군이 과거로 최신 사이보그를 보내 장차 존 코너의 어머니가 될 새라 코너(에밀리아 클라크)를 죽이려 한다는 사실을 알고, 이를 막기 위해 위험을 무릎쓴 채 1984년으로 향한다.

이전 시리즈와 '터미네이터 제니시스'가 차별화되는 부분은 바로 여기부터다. 1984년의 새라 코너는 이미 카일 리스의 정체를 알고 있을 뿐 아니라 자신을 죽이러 온 터미네이터까지 물리친 상태다. 그녀가 아주 어릴 적부터 곁을 지켜 온 T-800(아놀드 슈워제네거) 덕이다. 셋은 힘을 합쳐 또 다른 적인 액체인간 T-1000(이병헌)을 물리친 후 2017년으로 이동, 스카이넷이 활성화되는 것을 막아 미래의 운명을 바꿔보고자 한다. 하지만 미래의 존 코너가 기계군의 계략으로 인간과 사이보그의 신종 결합체로 변해버린 채 2017년으로 와 카일 리스와 새라 코너 앞을 막아선다. 구형 터미네이터인데다 생체 이식으로 인한 노화까지 진행된 T-800은 한참 앞선 기술력의 기계 인간이 된 존 코너와 맞서 혼신의 힘을 다해 새라 코너를 지킨다.

영화는 이처럼 이전보다 한 겹 더 복잡하게 전개되는 이야기 설정을 통해 기존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끌어안으면서도 극 안에 신선함을 불어넣는데 성공한다. T-800역의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백발이 성성한 노인의 모습이 돼 버린 상황도 무리없이 설명해 낸다. 그러나 그것이 동시에 이 영화의 발목을 잡는다. 완전히 새로운 관객층을 잡기엔 내용이 너무 복잡하다. 특히 타임라인이라는 개념을 도입, 카일 리스가 직접 경험해보지 않은 과거의 기억을 끄집어 내 사용한다는 아이디어는 다소 혼란스러운 부분이다. 아놀드 슈워제네거도 마찬가지다. '터미네이터' 시리즈와 동일시되는 배우인 만큼 그의 활약을 전면에 내세우는 게 당연하지만, 액션의 활력이 떨어지는 것만큼은 어찌할 도리가 없다. 무뚝뚝한 말투와 시종 무표정한 얼굴에서도 미묘한 감정의 변화를 표현해 내는 그의 오랜 내공이 그나마 훈훈함을 더해주는 대목이다.

매번 할리우드 특수효과의 역사를 다시 썼던 시리즈인만큼, 컴퓨터 그래픽은 이번에도 볼 만하다. 특히나 이야기가 늘어질 만 하면 한번씩 나와주는 대규모 폭발 신이나, 나노 입자로 분해됐다 재생되길 반복하는 최신형 터미네이터의 묘사가 빼어나다. T-1000으로 등장하는 이병헌은 '터미네이터2'의 역대급 악역이었던 액체 인간 캐릭터를 이어 받아 가슴 서늘하게 소화하지만, 극 초반 짧은 분량만 등장한 채 산화해 아쉬움을 남긴다. 새로운 새라 코너로 활약한 에밀리아 클라크는 나름 젊고 강인하면서도 사랑스러운 느낌으로 캐릭터를 재해석해 열연했지만, 1~2편에서 린다 해밀턴이 보여줬던 압도적 카리스마에는 한참 못 미친다. 정신병원에 갇힌 채 쉴 새 없이 턱걸이를 해 대던 '터미네이터2' 속 새라 코너의 모습을 기억하는 영화팬들이라면 뽀얀 속살의 자그마한 체구로 총을 쏴대는 에밀리아 클라크의 연기는 애들 장난처럼 보일 수도 있다.

 '터미네이터' 시리즈 간단 복습
▶'터미네이터'(1984, 제임스 캐머런 감독)


2029년, 사악한 인공지능 스카이넷은 인간 저항군 리더 존 코너를 없애기 위해 터미네이터 T-800(아널드 슈워제네거)을 1984년 과거로 보내 그의 어머니 새라 코너(린다 해밀턴)를 살해하려 한다. 존은 어머니를 보호하기 위해 부관 카일 리스(마이클 빈)를 과거로 보낸다. T-800에게 쫓기며 리스와 사랑에 빠진 사라는 아들 존을 임신한다.

▶'터미네이터2'(1991, 제임스 캐머런 감독)

스카이넷은 새라와 10대인 존(에드워드 펄롱)을 없애기 위해 액체 금속 로봇 T-1000(로버트 패트릭)을 1995년으로 보낸다. 저항군도 이에 맞서 두 사람을 보호하도록 개조한 T-800을 보낸다. 새라와 존은 T-800의 도움으로 T-1000을 저지하고 2년 후 일어날 핵전쟁 '심판의 날'을 저지한다. 임무를 다한 T-800은 장렬히 전사한다.

▶'터미네이터3'(2003, 조나단 모스토우 감독)

여성형 터미네이터 T-X(크리스티나 로켄)가 성인이 된 존(닉 스탈)과 장차 그의 부인이 될 케이트 브루스터(클레어 데인즈)를 죽이기 위해 2004년으로 파견된다. 저항군도 그들을 보호할 T-850(아널드 슈워제네거)을 보낸다. T-850의 진짜 임무는 스카이넷이 일으킬 핵전쟁 '심판의 날'로부터 존을 안전한 곳에 격리시키는 것이다.

▶'터미네이터:미래전쟁의 시작'(2009, 맥지 감독)

핵전쟁에서 살아남은 인류는 저항군을 결성해 스카이넷의 기계 군단에 맞서 싸운다. 기억 상실증에 걸린 마커스(샘 워싱턴)는 존(크리스찬 베일)이 이끄는 저항군에 합류하지만, 자신의 정체가 스카이넷이 존을 암살하기 위해 만든 터미네이터란 걸 깨닫는다. 마커스는 스카이넷의 명령을 거스르고 존과 함께 기계 군단에 대항한다.

이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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