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 자체에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니었습니다.소위 말하는 물혹이라는 섬유종근종도 없었습니다. 그러면 이 환자가 49세에 무슨 일로 이렇게 하혈을 하는 것일까요? 여성 나이 49세 정도면 갱년기로 접어들어 호르몬 밸런스가 제대로 안되고, 여성 호르몬이 뒤죽박죽 되면서 부정출혈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 이 환자는 그 이유가 아니었습니다. 초음파 검사로 자궁 옆에 양쪽으로 있는 난소들을 살펴 보았더니 왼쪽 난소에 복잡하게 보이는 7cm 정도의 혹이 발견됐습니다.
이 혹이 악성종양이면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ca125라는 종양표지자 검사를 했더니 115정도로 정상범위인 21보다 훨씬 높게 나왔습니다. 당장 수술을 하려고 개복을 했더니 막 이제 번지기 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난소암 초기였습니다.
나팔관과 자궁으로 번지기 시작하는 이 난소암은 stage2이고, 그래도 멀리 퍼지거나 임파선으로 전이되는 stage3 보다는 훨씬 생존율이 높을 수 있습니다. 만약 6개월 전에 피가 보이기 시작했을 때 의사를 찾았으면 stage1이었을 것이고 훨씬 경과가 좋았을 것입니다. 하는수 없이 이 환자는 수술로 난소 나팔관 그리고 자궁을 다 들어내고 바로 약물치료로 넘어갔습니다. 다행이 임파선에는 암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면 왜 난소에 혹이 생겼는데 하혈을 하는 것 일까요? 그 이유는 난소가 바로 여성호르몬을 만드는 장기이고, 이 장기에 혹이 생기면, 그 혹이 악성종양이던 양성종양이던, 상관없이 부정출혈이 생기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자궁 부정출혈 시에는 자궁에 대한 검사만을 하다가는 오진하기가 쉬울 수 있습니다.
난소암은 다섯번째로 흔한 여성암인데, 그리고 여성들에게 생기는 모든 암의 3%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사망률은 훨씬 더 높습니다.
오늘의 이 환자분같이 stage 2 인 경우에는 70% 정도가 5년 생존율을 보이고, 만약 이 환자가 하혈을 할 때 바로 의사를 찾았다면 stage1에 수술을 하고 5년 생존율이 90% 에서 94% 까지 올가 갈 수 있습니다. 여성들에게는 매년 정기검진이 필요합니다. 만약 조금이라도 이유없는 하혈을 하면 바로 병원을 방문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