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하신토 산맥(San Jacinto Mountains)의 지도를 보면 많은 등산로들이 거미줄처럼 연결되는데 특히 아이딜와일드에서 시작하여 정상까지 오를 수 있는 트레일이 7개나 된다. 여기서 소개하는 매리온 마운틴 트레일은 트램웨이(Tramway)를 이용하지 않고 샌하신토 정상을 가장 단시간에 오를 수 있는 루트이다.
매리온 마운틴 트레일은 세 구간으로 나눌 수 있는데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PCT)과 만나는 처음 2.8마일 구간은 경사가 제법 급하지만 울창한 수목들이 햇빛을 가려주고 산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있어 나름대로 운치가 있다.
PCT에서 리틀라운드 밸리까지의 두 번째 구간은 길이 완만하면서도 주변의 경치가 수려하다. 또한 등정 도중 먼발치의 샌고고니오(San Gorgonio)와 마운틴 볼디를 볼 수 있다.
리틀라운드 밸리 캠프에서 정상까지의 1.3마일은 바위와 나무가 어우러진 샌하신토 특유의 지형을 보여준다. 지그재그로 올라가는 길목이 힘들지만 청량한 공기와 파인 트리의 향기가 산속에 은은하게 퍼져있어 기운을 북돋아준다.
정상 밑자락에서 롱밸리 험버파크 등 다른 지역에서 올라오는 길들과 합쳐지는데 이정표에는 정상까지 0.3마일로 되어있다. 곧이어 돌로 만든 대피소가 나오고 바위 무더기로 쌓인 정상 위에 서면 올라 올 때의 힘든 마음은 사라지고 상쾌한 기분만 남는다.
1800년대의 자연보호주의자 존 무어(John Muir)는 "샌하신토 정상에서 바라보는 경관은 이 세상의 그 어떤 곳보다도 장엄하다"고 말했다. 자연을 사랑하여 미 서부의 많은 산들을 답사했던 그의 배낭에는 빵 몇 덩어리와 녹차 반 파운드 담요 3장이 전부였다고 한다. 지금은 존 무어가 샌하신토를 등반할 때보다는 비교할 수 없이 등산로가 잘 닦여있고 표지판도 훌륭하게 설치되어있다. 다만 정상에서 펼쳐지는 경관을 보고 느끼는 마음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가는 길: LA에서 10 Fwy 동쪽으로 운전하여 팜스프링스를 못미처 나오는 243 Hwy 산길을 따라 20마일가면 왼편으로 매리온 마운틴으로 올라가는 길이 나온다. 이 길을 1.5마일 정도 올라가면 왼편으로 주차장이 나오고 오른편으로 등산로가 시작된다. 이곳은 야생보호구역이므로 먼저 아이딜와일드(10 Fwy에서 25마일 지점)에 있는 연방 산림국(US Forest Service)에서 등산허가서를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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