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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김대중·오바마의 공통점과 차이점

Los Angeles

2015.07.13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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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종욱/버지니아워싱턴대 교수
한국 김대중 전 대통령과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비슷한 점이 많다. 모두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김 대통령은 2000년 인권향상과 남북관계의 진전 노력 공로로,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핵군축과 다자주의 노력 공로로 각각 받았다.

그들은 '보통 대통령'이 아니다. 우여곡절을 겪고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꿔' 대통령직에 올랐다. 김대중은 한국의 첫 호남출신 대통령, 오바마는 미국의 첫 흑인 대통령이 됐다.

김 대통령은 박정희 군사정권에 항거하다 일본으로 망명했다. 1973년 동경의 한 호텔에서 정보부 괴한들에게 납치돼 한국으로 압송되던 중 동해상에서 일본 해경에 의해 구조돼 부산으로 이송된 후 서울 자택 앞에서 발견됐다. 김 대통령은 1980년 내란음모혐의로 전두환 신군부 군사재판에 의해 사형, 그후 무기징역, 20년형, 그리고 무죄 석방되는 과정을 겪었다. 그는 진정한 의미에서 민주화의 새장을 열었으며 처음으로 남북간 수뇌회담을 열어 통일의 물꼬를 트기도 했다.

버락 오바마는 일리노이주 초선 연방상원의원 임기 중 대통령 선거에 도전해 첫 흑인 대통령에 당선되는 기적을 일궜다. 오바마 이전 43명의 대통령은 모두 백인이다. 오바마는 평생 인종차별을 당하면서 살아왔다. 이런 난관에도 재임에 성공했고 새로운 민권운동의 장을 펼치고 있다.

그런데 두 대통령은 서로 다른 점이 있다. 2011년 8월 9일 델라웨어 도버 공군기지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작전을 수행하다 숨진 30명의 미군 장병 유해들이 공군기에서 내려질 때 거수경례 하는 모습을 TV중계로 보면서 가슴이 뭉클했던 적이 있다. 옆에는 국방장관과 합참의장 그리고 3군참모총장 등이 도열했다. 마음 속으로 이런 생각을 했다. '아, 정말 멋있는 대통령'이라고.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장병의 유해를 군 최고통수권자가 직접 맞이하는 모습은 정말 감격적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버지니아주 스프링필드 소재 인터스테이트 무빙서비스 회사에서 자동차 연료 소비효율 개선에 대한 연설과 백악관에서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과 비공개 회동을 갖기로 한 계획을 취소하고 유해를 맞기 위해 공군기지로 달려간 것이다.

2002년 6월 29일 제2연평해전에서 해군 6명이 목숨을 잃었다. 한·일 월드컵이 막바지로 가고 있을 때다. 김대중 대통령은 사고 현지로 달려가 유가족을 위로하는 대신 발발 다음 날인 30일 일본 사이타마 경기장에서 열리는 한·일 경기를 관람했다. 부상당한 해군들이 입원해 있던 국군수도병원에는 박지원 청와대 비서실장만 보냈을 뿐 직접 방문하지는 않았다. 더구나 교전 이틀 후 국군수도병원에서 열린 합동영결식에도 대통령은 참석하지 않았고 국무총리, 국방부 장관, 합참의장 등도 보이지 않았다. 연평해전은 유가족과 생존자들에게는 물론 전 국민에게 '잊혀진 전쟁'이었다.

왜 그랬을까? 햇볕정책이 퇴색될까봐 그랬을까? 지난달 29일은 제2연평해전 13주년을 맞는 날이었다. 평택 2함대사령부에서 해군장병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추모식이 열렸다. 해군수뇌들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한민구 국방장관이 추모사를 낭독했다.

영화 '연평해전'이 얼마 전 개봉됐다. 7000명이 넘는 단체와 시민들이 영화촬영 비용을 후원해 만든 작품이다. 이미 400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또 하나의 '국제시장'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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