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 Story] 미술 한류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K-팝을 비롯해, 드라마, 한식… 등 여러 분야에서 한류(韓流) 열풍이 대단하다고 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그렇다. 언론 보도에서 지나친 기대를 실은 호들갑이 느껴지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어쨌거나 한국이 세계적으로 뻗어나가며 인정받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미술에서도 한류가 가능할까, 가능하다면 어떤 모습이 바람직할까? 현재 세계 미술계에서 인정받는 한국 작가는 백남준과 이우환을 꼽을 수 있는 정도다. 미국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서도호나 강익중 처럼 가능성을 보이며 솟아오르는 작가들이 적지 않지만, 아직 이렇다 할 인물은 없는 것 같다. 다른 분야에 비해 미미한 편이다. 그래서 오히려 한국미술의 세계화에 간절한 기대를 걸게 된다.
한류에 대한 생각은 다양하다. 김지하 시인은 한민족의 저력을 보여줄 큰 가능성이라며 기대를 나타냈다. 반면에 독일 사람으로 한국에 오래 살며 한양대 교수를 역임한 베르너 사세 교수 같은 이는 K-팝을 중심으로 한 한류를 “처음부터 끝까지 돈, 돈, 돈과 관련된 문제이지 확실히 한국 문화와는 무관하다”고 걱정스럽게 평가한다. 지금의 한류를 성공한 연예 비즈니스라고 보는 것이다. 동감할 부분이 많은 의견이다.
그렇다면, 바람직한 한류란 무엇일까? 지금 분위기는 세계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한국인의 활동을 모두 한류라고 뭉뚱그려 생각하려는 경향이 강한 것 같다. 그래서 한국인이 이렇게 훌륭하다고 우쭐대려는 조급함이 느껴진다. 그래서 호들갑을 떨게 된다.
적어도 문화 예술 분야에서의 한류라면 당연히 한국의 정신세계를 바탕으로 해야 하고, 한국 특유의 감성이나 문화적 가치가 담겨 있어야 할 것이다. 최근 세계 미술계에 떠오르는 중국 작가들의 작품에서 중국 냄새가 물씬 풍기듯…
지금까지 해외 무대에서 그런대로 인정을 받은 한국 예술가를 꼽자면 백남준, 이우환 외에도 윤이상, 이응로, 김환기, 김창열… 등 적지 않은데, 이 분들의 예가 미술 한류에 구체적인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저마다 추구하는 방향은 다르다. 윤이상, 이응로 같은 이는 고집스럽게 한국적인 바탕을 지켰고, 백남준 같은 이는 서양의 표현 기법에 한국적 요소를 가미했다. 김환기, 김창열 같은 작가는 동서양에 묶이지 않는 조형언어를 찾아냈다.
어떤 방향으로 가건 자본의 논리에 묶여서는 안 될 것이다. 미술 작품은 상품이 아니고, 음식처럼 퓨전으로 인기를 끌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사세 교수는 저서 '민낯이 예쁜 코리안'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금의) 한류에서는 한국 문화의 요소가 전혀 발견되지 않는다. 그 인기는 셰익스피어, 괴테, 브레히트, 사뮈엘 베케트의 연극처럼 전 세계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내용에 바탕을 둔 것이 아니며, 톨스토이, 발자크, 헤세, 모차르트, 바흐, 베토벤, 쇤베르크, 존 케이지, 백남준 등이 당대의 정신을 포착하고 영향을 주어 문화 발전의 흐름을 바꾸었던 사례와도 다르다.”
이 말을 뒤집으면 문화 한류의 바른 방향이 되는 것이 아닐까? 보다 본질적이고, 어른스러워야 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장소현
<극작가·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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