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대통령의 부인 로라 부시 여사가 최근들어 잰 걸음을 보이고 있다. ‘현모양처 스타일에서 적극적인 영부인으로’변신을 시도하고 있는 로라 여사는 부시 대통령의 집권 2기 시작과 함께 적극적으로 ‘국정’을 챙기는 모습이다.
백악관과 언론은 로라 부시가 이전의 퍼스트 레이디들과는 차별화 된 자신만의 스타일로 ‘흥미로운 퍼스트 레이디상’을 구축하고 있다며 그녀의 행보를 ‘즐겁게’ 지켜보는 분위기다.
로라 부시는 최근 이전의 퍼스트 레이디들과는 차별화 된 자신만의 스타일로 정치·사회 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부쩍 잦아진 나홀로 외출=로라 여사는 부시 대통령 1기때는 그림자 내조 활동에 주력했다. 그러나 최근들어 '독무대'를 갖는 경우가 부쩍 늘어났다.
로라는 지난 2월 부시 대통령과 함께한 유럽 순방때 남편을 벨기에에 남겨두고 홀로 독일로 향해 주둔 미군들을 상대로 연설을 했다.
그런가 하면 지난달에는 6시간동안 홀로 아프가니스탄을 방문하기도 했다.
로라 여사의 독자 행보는 교육 부문에서 특히 도드라진다. 지난 2월 부시 대통령의 국정연설을 통해 '교육 개혁 전도사'로 지명된 그녀는 이후 쉴새없이 전국을 순회하며 교육개혁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당시 국정연설에서 1억5000만달러를 투입해 3년간 펼칠 교육개혁안 캠페인의 책임자로 로라를 지명했다.
◇젊은층 집중 공략=로라 여사의 활동은 젊은층이 주 대상이다. 지난주 LA를 방문했을 때 로라는 퍼스트 레이디로서는 최초로 폭력조직 출신 남성들과 대면하는 자리를 가졌다.
로라는 이 자리에서 전직 갱단원들과 그들이 어떻게 갱 조직에 가담했는지 현재의 생활은 어떤지 바른 생활을 방해하는 현재의 환경은 어떤 것인지 등의 구체적 문제에 관심을 갖고 얘기를 나눴다.
갱단원보호단체를 운영하는 그레고리 보일 신부는 "로라 부시 여사는 전직 갱단원들과의 만남에서 일방적으로 듣거나 말하지 않고 구체적으로 대화하며 '아 그렇군요' '맞아요''다행이예요' 식으로 반응했다"면서 "빈민층 청소년에 대한 영부인의 적극적인 관심 표명은 탈선에서 벗어나 새 삶을 살기위해 노력하는 청소년들에게 긍정적 자극을 줄것"이라며 로라 부시를 칭송했다.
로라 여사의 젊은층 공략과 관련 정계관계자들은 그녀가 단순히'얼굴 마담'에 머무는 것을 원하지는 않는 것 같다고 분석한다.
퍼스트 레이디로 유방암 예방 홍보활동을 펼친 베티 포드나 정신건강 보건정책 후원에 앞장선 로잘린 카터 마약 퇴치 운동을 펼친 낸시 레이건 그리고 문맹 퇴치활동을 한 바버러 부시처럼 로라 여사는 '젊은이를 위해 일한 여성'으로 기억되길 원한다는 것이다.
◇준비된 변신=로라 여사의 최근 변신은 이미 오래전부터 계산됐다는 분석이 많다. 최근 그녀가 보여준 두 가지 행동이 그같은 분석을 뒷받침 한다.
로라 여사는 지난 1월 2기 행정부 시작과 함께 퍼스트 레이디 담당 백악관의 주요 책임자들을 교체했다.
11년째 백악관에서 주방장으로 일해온 월터 샤이브를 얼마전 해고하고 언론보좌관과 대외 비서진도 교체했다. 주방장을 바꿔 음식을 좀 더 격식있게 차리려 한 것. 주방장 교체와 함께 로라 여사는 1기때보다 연회를 훨씬 더 많이 열면서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고 있다.
준비된 변신을 보여주는 또다른 예는 지난 달 백악관 출입기자들과 가졌던 연례 만찬장에서의 행동. 백악관을 '정리'한 로라 여사는 이날 "남편 조지와 저는 완전히 정반대예요. 저는 조용한데 그는 수다스럽죠. 저는 내성적인데 그는 외향적이에요. 그리고 저는 '뉴클리어(nuclear)'를 정확히 발음할 수 있어요"라고 운을 떼며 기자들을 사로 잡았다. 만찬장에서 20여분간 좌중을 압도한 로라의 유머는 부시 2기의 '화려한 변신 선언'에 다름 아니라는 평을 듣고 있다.
로라의 '화려한 변신'은 일단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최근 CNN과 갤럽 그리고 USA투데이가 공동 실시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로라 부시의 업무능력 지지도는 85%에 달했고 이는 남편 부시의 48%를 훨씬 앞서고 있다.
로라 부시의 대중적 인기는 남편의 정책을 가장 효과적으로 대변하면서 동시에 공화당에도 긍정적 바람몰이를 하고 있다.
◇흥미로운 퍼스트 레이디?=퍼스트 레이디의 사회.정치 참여는 그 수위에 많은 제약이 따른다.
클린턴 대통령 1기때 부인 힐러리가 보건 정책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자 언론은 선출직 정치인이 아닌 퍼스트 레이디의 권한이 남용됐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낸 것을 감안할때 로라 입장에서도 자신이 서야 할 자리와 의견 표출에 적잖은 고민이 따를수 밖에 없다.
텍사스 대학의 전직 역사학 교수인 루이스 굴드는 "퍼스트 레이디는 성공한 남편 뒤에 있는 내조자라는 대중의 편견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면서 "그렇게 때문에 백악관 보좌진들은 야무진 내조자이면서도 너무 튀지 않는 퍼스트 레이디의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다"고 말했다.
로라도 지난주 3일간 교육개혁안 캠페인 홍보자 서부지역을 방문하는 동안 기자들과 가진 기내 환담에서 2기 행정부에서 자신의 역할에 대해 충분히 고민했으며 변신을 시도하는데 고충이 많았음을 토로했다.
로라는 "내가 너무 많이 나서면 참견자로 보일 것이고 남편에게 조언하려 한다면 남편을 리드하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그렇다고 그냥 가만히 있으면 사람들은 퍼스트 레이디가 너무 소극적이며 세상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고 생각할 것이고 만약 어떤 프로그램을 맡아 진행하면 사람들은 내가 또 다른 힐러리가 될 것으로 생각 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라는 또한 자신이 현재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고 있음을 잘 이해하고 있다면서 "9.11 테러를 계기로 내가 세상에 어떤 관심을 가지고 있고 특정 사안을 어떻게 이해하는지 서서히 밝히기 시작했으며 이러한 나의 행동은 남편의 임기가 끝나는 날까지 주목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달라진 로라의 행보와 관련 하버드 케네디 스쿨의 공공정책 연구소장 바버러 켈러맨은 "로라는 수줍은 많은 도서관 사서에서 개성을 지닌 여성 리더로 변화하는 모습을 우리들의 눈앞에서 보여주고 있다"면서 "이런 점에서 로라는 흥미로운 퍼스트 레이디"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