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민소설 '앵무새 죽이기' 오늘 속편 출간…영웅 변호사는 KKK단?
55년만에 '파수꾼' 나와
정의·평등 상징했던 변호사
인종차별주의자 그려져 논란
하퍼 리가 1960년 내놓은 소설 '앵무새 죽이기(영문 제목 To Kill a Mockingbird)'는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4000만 부 이상의 이상의 판매 부수를 올리며 이듬해 퓰리처상을 수상했을 뿐 아니라, 그레고리 펙 주연의 영화로도 만들어진 바 있다. 미국에서는 오랜 세월 청소년들의 필독도서로 꼽히며 '국민 소설'로의 자리를 지켜오기도 했다.
이번에 출간된 '파수꾼'은 극 전개상 '앵무새 죽이기'의 속편에 해당한다. 전편에서 20여 년의 시간이 흐른 1950년대 앨라배마주 가상의 도시 메이콤이 배경이다. 이야기의 화자였던 진 루이스 핀치(스카웃)가 어른으로 성장해 고향으로 돌아오며 시작된다. 하지만 이야기의 방향은 예상치 못했던 반전으로 흐른다. 전편에서 억울하게 누명을 쓴 흑인 성폭행 피의자를 변호했던 애티커스 핀치가 이번 작품에서는 극단적 인종차별주의자로 그려지는 것. 소설 내용을 출간 전까지 극비리에 부쳤던 출판사가 최근 공개한 바에 따르면, '파수꾼' 속 노년의 애티커스 핀치는 백인우월주의 단체 KKK 회합에 참가할 뿐 아니라 인종 차별적 발언을 서슴지 않는 인물로 묘사된다. 젊어서 '모든 사람을 사랑하는데 최선을 다하기 위해' 정의와 평등의 신념을 고수하던 애티커스의 노년은 미국 남부 특유의 인종적 편견에 사로잡힌 인물로 그려져 기존 독자들에게 적잖은 충격을 던질 것으로 보인다.
흥미로운 점은, '파수꾼'이 시기상 '앵무새 죽이기'보다 먼저 쓰여졌다는 사실이다. 하퍼 리 작가는 1957년 '파수꾼'을 먼저 탈고했지만 출판사 편집자가 스카웃의 어린 시절을 써서 먼저 출간해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하자 이를 받아들여 '앵무새 죽이기'를 집필해 발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수꾼' 원고의 존재는 지난 2월 하퍼 출판사에 의해 처음으로 세상에 공개됐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고령으로 판단력이 흐려진 하퍼 리 작가의 뜻과는 별개로 출판사가 무리하게 발간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로 인해 앨라배마 수사당국이 진상조사에 나서 '파수꾼'의 출간이 하퍼 리 작가 본인의 의사라는 결론을 내리기까지 했다. 논란 끝에 발간되는 책인만큼 출판사는 그간 소설의 첫 챕터 내용을 공개한 것 외에는 전체적 줄거리와 자세한 정보를 일절 공개하지 않아 독자들의 궁금증을 키워왔다.
하퍼 출판사측은 초판으로 200만 부를 인쇄했다고 밝혔다. 한국에서는 열린 책들이 판권을 획득, 초판 10만 부를 인쇄해 판매에 나선다.
이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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