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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브라이어 리조트

Washington DC

2005.05.20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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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사랑하는 젊은 인디언 남녀가 있었다.
 그들은 자유연애를 허용치 않는 부족 어른들의 눈을 피해 이 계곡을 찾았다.
 그러던 어느날, 이곳 숲속에서 만난 두 남녀를 지켜보는 눈길이 있었다.
 근처 산 위를 지나던 추장의 눈에 띈 것이다.
 분노한 추장은 언덕 아래 남녀를 쏘아 죽이려고 두발의 화살을 날려 보냈다.
 첫 화살은 정확하게 젊은 남자의 가슴을 꿰뚫었다.
 그러나 두번째 화살은 아슬아슬하게 여자를 빗나가 땅 속에 박혔다.
 혼비 백산한 처녀는 무의식적으로 땅속에 박힌 화살을 뽑았는데 그 순간 땅속에서 물길이 치솟았다. 그것이 바로 설퍼 스프링, 유황천이었다.
 혼자 남은 비운의 여인은 사무친 그리움을 가슴에 안고 살아갈 수 밖에 없었다.’
 이 여인의 슬픔을 치유하기 위해서인가?
 샘물의 마지막 한방울까지 마셔 없애면 죽은 남자가 회생할 수 있다는 전설이 전해지기 시작했다.
 
 날씨 화창한 어느 날 ’비극적인 사랑’의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오는 화이트 설퍼 스프링으로 가기 위해 웨스트버지니아를 향해 달렸다.

 워싱턴에 거주하면서 뉴욕이나 나이아가라, 머틀 비치 등 동쪽 해안을 따라 드라이브를 한 적은 있었으나 서쪽으로는 처음이었다.
 미국에서도 시골에 속한다는 웨스트 버지니아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Almost heaven, west virginia
Blue ridge mountains
Shenandoah river -
Life is old there
Older than the trees
Younger than the mountains
Growin’ like a breeze’
 
 country roads, take me home
To the place I belong
West virginia, mountain momma
Take me home, country roads
 
 (블루릿지 산맥이 있고 셰난도어 강이 흐르는
 내 고향 웨스트 버지니아는 천국 같은 곳이라오.
 산 보다는 젊고, 숲 보다는 유구한
 생명의 역사가 오늘도 산들바람 따라 쌓여가는 곳.
 
 그리운 고향 길로 날 데려다주오.
 내 영혼의 고향 웨스트 버지니아로.
 어머니의 품처럼 친근한 산이 날 반기는 곳,
 그리운 고향 길로 날 데려다주오...’)
 
 존 덴버의 Take me Home Country Roads’를 흥얼흥얼 따라 부르면서 66번 고속도로의 서쪽 끝을 향해 달렸다.
 워싱턴 일원에서 약 240마일, 정규속도로 4시간 30분 쯤 걸리는 거리다.

 찾아가는 길은 단순했다.

66번 끝에서 81번으로 갈아타고 다시 100마일 쯤 가면 64번 도로를 만나는데 그 끝에 ’사랑의 약수’가 샘솟는 그린브라이어(Greenbrier)가 있었다.

 이번 기회에 또다른 주(STATE)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로 달리는 길이 전혀 지루하지 않았는데 정작 목적지는 웨스트 버지니아의 초입, 앨러게니 산맥 끝자락에 파묻혀 있었다. 따라서 웨스트 버지니아를 돌아본다는 깜찍한(?)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고속도로에서 동네 길로 내려서자 세월에 찌들어 변색된 호텔과 이곳 저곳의 낡은 가옥들, 인적없는 좁은 도로 등이 영화에서 보던 서부 총잡이 시대의 거리같다.

 그나마 현대문명의 냄새가 나는 것은 도로 표지판이었는데 그곳에 설퍼 스프링이란 이름이 선명하게 드러나 있어 반가웠다.
 설퍼 스프링은 한국의 백암온천이나 부곡온천과 같은 유황온천이다.

 이 지역은 원래 쇼니 인디언들의 사냥터였다고 한다.
 부근에서 미네랄워터가 치솟아 많은 동물들이 물을 찾아 이곳에 모여들면서 사냥터가 된 것으인데 당시의 인디언들은 유황천의 효능을 알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1778년 류마티스를 심하게 앓던 앤더슨 부인이 약수를 마시고, 목욕을 한 후 완쾌되면서 소문이 퍼져 일반에 알려지게 되었다.

 그 후 많은 불치병 환자들이 이곳을 찾아 명소로 이름을 날리게 됐는데 체사피크-오하이오 철도회사가 이 일대를 사들여 대대적인 리조트로 개발, 오늘날의 그린브라이어로 변모하게 된 것이다.

 그린브라이어는 골프광이었던 아이젠하워 대통령을 포함, 모두 26명의 미국대통령들이 휴가나 골프를 즐기기 위해 찾은 것으로 기록돼 있고 찰스왕세자, 듀크 공작 등 세계 각국의 VIP들도 이곳을 방문한 바 있다.
 
 동네를 지나 1마일 쯤 가자 길 오른쪽에 그린브라이어 정문이 보였다.
 수위의 안내를 받아 오른쪽으로 핸들을 꺽어 들어서자 척 보기에도 오래된 건물이 눈에 들어 온다.
 흑인 벨보이는 ”200년이 넘는 건물”이라고 너스레를 떨었지만 정확히 1858년부터 1922년까지 짓고 보수해서 오늘날의 모습을 갖춘 것으로 돼 있다.

 하얀 건물이어서 이름도 ’디 올드 화이트 호텔’(The Old White Hotel)이다.
 프론트에 등록을 하자 이름을 적은 방문자카드를 준다.
 체류기간 동안 신용카드 대신 사용할 수 있는 신분증명카드다.
 이 카드만 있으면 식당이나 기타 장소에서 별도 팁을 지불하지 않아도 돼 편리했다.

 물론 전체 비용은 체크아웃 시 지불하게 되는데 팁은 그 속에 포함돼 있다.
 프로트에는 또 그날의 행사나 기타 이용가능한 시설, 골프예약 등에 관한 정보가 시간대별로 정리된 페이퍼를 비치해 놓고 있다.
 그린브라이어가 자랑하는 그들만의 독특한 레저 상품들을 소개 하면-
  
 #여성들이 즐겨찾는 스파
 
 그린브라이어의 자랑은 천혜의 유황 온천과 함께 유럽식의 고급 시설을 갖춘 226년 전통의 스파다.

 스파에는 개인 욕조, 스위스 샤워, 스코틀랜드 스프레이 등 다양한 사우나 시설을 비롯, 마사지와 바디 랩 등 각종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다. 특히 올리브 오일 스크럽과 미네랄 바디 마스크, 월넛 스크럽 등은 건강과 피부 미용을 동시에 충족시켜 가장 인기있는 상품이다.

마사지는 25분짜리부터 80분짜리까지 35가지에 이른다.
스웨덴식 마사지와 열석(ThermaStone) 마사지, 미용을 위한 얼굴 마사지 등이 가장 많이 찾는 상품. 또 스파에는 저지방 건강식단을 제공하는 스파 전용 식당과 올림픽 규격의 실내, 실외 수영장도 갖추고 있다.
 
 #전통을 자랑하는 골프코스
 
 1913년 찰스 블레어 맥도날드의 설계로 만들어진 올드 화이트 코스를 비롯, 잭 니클라우스가 개조한 그린 브라이어 코스, 메도우 코스 등 3 개의 18홀 챔피언십 코스를 갖추고 있다. 따라서 남자는 골프를 ,여성들은 스파를 즐기는 가족단위의 관광객들에겐 안성맞춤의 리조트다.
 
 #다양한 레포츠 시설
 
 골프 외에도 다양한 야외 레포츠를 즐길 수 있다.
 비포장 도로에서 자연을 벗삼아 드라이브를 즐기는 오프-로드 드라이빙 코스,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는 열기구 타기, 트랩과 스킷 슈팅 등 사격 코스, 낚시, 래프팅, 승마, 하이킹, 마운틴 바이킹, 카약, 알파인 클라이밍, 크로켓 등이 그린 브라이어에서 즐길 수 있는 레포츠들.

 이밖에 10개의 실 내·외 테니스 코트와 볼링장 당구, 탁구 시설도 갖추고 있다.
 
 #역사가 살아 숨쉬는 유적들
 
 2백년 이상의 역사를 갖춘 휴양지여서 곳곳에 유서 깊은 건축, 조형물들이 있다.
 특히 냉전시절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핵공격에 대비해서 만들었다는 지하 비밀 벙커는 그린브라이어의 색다른 볼거리.

 1958년부터 1961년 사이에 지어져 1994년까지 유지됐던 비밀 벙커는 연방 상하원의원들을 위한 비상 대피처로 운영됐으며, 11만2천스퀘어 피트의 지하2층 시설에 대형 숙소와 회의실 등이 있다.
 몇년전까지 일반에 공개됐으나 지금은 영상으로만 볼 수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휴양지로 꼽히는 그린브라이어는 이같은 시설이나 역사보다 그들만의 독특한 서비스와 친절을 더 자랑으로 내세우고 있다.

 사실 1박2일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그들의 친절은 인상적인 것이었다.
 호텔 메이드를 아침 당번과 저녁 당번으로 2원화해 수시로 방을 깨끗하게 치워 놓는다거나, 골퍼들의 구두를 깨끗하게 닦아놓는 클럽하우스의 락커룸 담당들, 지나치는 손님들에게 항상 인사하는 직원들 등 지금까지 받아보지 못했던 친절이었다.
  권오중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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