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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마당> 더 이상 꿈이 아닌 칸느 영화제의 레드카펫

San Francisco

2005.05.27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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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 준 희(SF국제영화제 프로그래밍 퍼블리시티 담당)
지난 주는 전세계 영화인들의 축제인 칸느영화제가 열렸다. 영화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칸느 영화제에서 레드 카펫을 밟아보는 꿈을 꾼다. 한국영화계의 어르신인 태흥영화사의 대표가 예전에 <춘향전> 으로 칸느영화제에서 임권택 감독과 레드카펫을 오르면서, “바로 이런 기분 때문에 계속 영화를 할 수밖에 없다”고 했던 말이 기억난다. 서구 영화역사의 축적이자 상징인 칸느영화제에서 동양의 작은 나라 한국영화가 서양의 예술영화들과 나란히 보여지고 경쟁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그만큼 감격스러웠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취화선> 으로 임권택 감독이 감독상을 수상하고, 지난 해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 가 최고 작품상을 수상하면서 어느덧 칸느는 더이상 끼워주기만 해도 눈물나게 고마운 남의 잔치가 아니라, 우리가 주체적으로 즐기고 활용하는 장이 되었다. 작품선정에서부터 한국영화가 주요 고려 대상이 되고, 꼭 경쟁 아니더라도 비경쟁을 비롯한 다양한 부문에 8편의 한국영화가 초청되었다. 이를 해외시장 진출의 발판으로 활용하고, 또 마켓을 통해 한국영화의 해외 판매고를 올리기 위해 칸느를 찾은 한국영화인들만 올해 300여명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이런 즈음에 필자가 한국에서 몸담았던 영화사의 영화 <달콤한 인생> 이 칸느 영화제에 초청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떠나서 보니 객관적으로 한국영화의 르네상스가 더 대견스럽게 느껴지고, 또 앞으로 한국영화의 미국시장 진출에 일익을 담당하고 싶은 ‘애국영화인(?)’이 되버린 필자(사실 예전에는 한국영화 자체보다는 내가 참여하는 영화의 흥행에만 관심 있는 평범한 마케팅 사원이었다). 이번 칸느에서의 한국영화들의 선전에 분기탱천, 사재를 털어가며 칸느행을 감행했다. 그래도 양심상 가서 놀기만 하면 안될 것 같아 현재 몸담고 있는 방송국 일 관련 몇가지 비즈니스 계획도 양념으로 세웠다.
오랜만에 예전에 같이 일했던 동료들, 감독들, 프로듀서들, 또 영화담당 기자들을 만나니 정말 반가웠다. 또 무엇보다 <달콤한 인생> 을 칸느영화제에 처음 본 것도 감개무량했고, 그 전에 레드카펫을 밟고 올라갔다는 것도 가슴 뭉클했다. 사전정보가 없었던 필자는 몰랐는데 레드카펫에 오르려면 여자는 이브닝 드레스, 남자는 수트에 나비 넥타이를 매야 한단다. 준비성 철저한 이전 상사 덕분에 헐리우드 스타들이나 입는 줄 알았던 붉은 색 공단의 등이 훤히(?) 드러난 드레스를 빌려 입고 계단을 올랐다. 배우, 감독, 투자사, 제작사 꽤 많은 인원들이 모두 일제히 이브닝 드레스와 턱시도에 나비넥타이를 맸다고 생각해 보시라. 좀 어색할 법도 한데, 다들 이제는 이런 의식을 자연스럽게 즐기는 듯했다. 다만, 미드나잇 상영인데다 스케줄이 지연되서 계단을 너무 후다닥 빨리 올라가버린 게 아쉬웠다.
영화는 좋았고 상영이 끝나자 칸느의 관행인 듯 수많은 관객이 감독과 배우를 향해 무언의 기립박수를 5분간 보냈다. 미국관객들은 보통 휘파람과 환호성을 보내는데 이곳 칸느에서는 정말 아무도 소리를 안내고 묵묵히 박수만 쳤다. 그러니까 더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주연배우인 이병헌은 영어도 잘했고 기자회견 때는 불어 인사말도 준비하는 등 모든 면에서 프로페셔널했다. 일본 TV들이 연신 동행 취재를 하는 등 최근 아시아의 한류열풍을 실감케 했는데, 연기 뿐만 아니라 태도에서도 아시아 스타에서 세계적인 스타로 거듭나기에 손색이 없었다.
<달콤한 인생> 외에도 <그때 그 사람들> <주먹이 운다> <망종> 등이 좋은 평을 얻었고 각 영화의 감독들은 유럽과 헐리우드의 주목을 받았다. 영화는 만국의 공통언어라는 말이 예전엔 헐리우드영화나 유럽의 예술영화에게만 해당되었다면, 이제는 한국영화도 세계의 관객을 대상으로 만드는 시대가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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