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불구불한 달동네 후미진 골목길을 걷듯 낡은 책 사이를 걸었다. 오래된 책과 낡은 나무책장 사이로 퀴퀴한 냄새가 배어져 나왔다. 시골 된장찌개 냄새처럼 구수하고 정겹다. 책 냄새다. 언제부터였는지 주변에서 서점을 찾기가 힘들어졌다. e북과 인터넷 북스토어에 밀려나간 터다. 2011년에는 서점 체인이었던 보더스가 파산신청을 했다. 다른 서점들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오래된 로컬 서점들 역시 속속 문을 닫았다. 그때의 아쉬움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딱 그 시기에 LA다운타운에는 중고책방 '더 라스트 북스토어(The Last Bookstore)'가 확장.이전했다. 시대의 흐름을 거스른 듯했다. '과연 버텨낼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의 눈길이 적지 않았다. 그렇게 4년. 1층만으로 시작했던 책방은 2층까지 확장했다. 역주행이다. 생각했던 것보다 책 냄새가 그리웠던 사람들이 더 많았던 게 아닌가 싶다. 라스트 북스토어는 이제 꽤나 유명해졌다. LA다운타운의 새로운 관광명소로까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역발상이다. 라스트 북스토어의 조쉬 스펜서 사장은 2009년 12월 중고책방을 오픈했다. 1년 반 만인 2011년 6월에는 지금의 스프링 스트리트와 5가로 확장·이전했다. 1만 sf 규모다. 작지 않다. 당시 LA타임스는 스펜서 사장이 다른 사람들처럼 마켓 리서치를 철저히 하고 이를 따르는 사람이었다면 결코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만큼 리스크는 컸고 스펜서 사장의 행보는 남달랐다. 하지만 스펜서 사장의 틈새 전략은 적중했다. 여전히 종이책을 선호하는 사람은 많았다. 24일 찾은 라스트 북스토어가 아침부터 붐비는 이유일 것이다.
그렇게 이전한 지 4년. 같은 층은 물론 2층까지 확장하면서 처음 이전할 때보다 2배가 커진 2만sf까지 커졌다.이제 라스트 북스토어는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큰 중고 및 새 책을 판매하는 책방이 됐다. 그리고 그 성장 속도는 여전히 줄지 않고 있다.
1달러 중고 책부터 새 책까지
2만sf의 책방은 총 25만 권의 책을 보유하고 있다. 매일 새 책과 중고 책이 들어오고 또 팔려나간다. 고객들의 중고 책도 구입한다.
우선 1층에는 널찍하게 책장들이 자리 잡고 있다. 답답하지 않게 배치했다. 직원에 따르면 책장의 일부를 문을 닫은 보더스에서 구입해 왔다. 매장에서는 새책과 중고 책 그리고 LP 등을 판매한다. 1층은 일반 서점과 비슷하다. 소설, 아트, 요리, 가든 등 장르별로 책이 진열되어 있다. 안쪽 코너에는 어린이들을 위한 섹션이 따로 만들어 져 있어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들로 붐빈다. 또 한쪽에는 만화책들이 한자리를 제대로 차지하고 있다. 꽤 다양한 만화책이 구비되어 있어 만화 마니아들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중앙에는 작은 무대가 있는데 이곳에서 다양한 이벤트가 열린다. 평소에는 낡고 기다란 소파가 놓여있어 잠시 앉아 쉴 수 있다. 안쪽으로 들어가면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다. 올라가 오른쪽으로 들어가면 다양한 장르의 책들이 진열되어 있다. 영화로만 보던 007과 스타워즈, 반지의 제왕 등 시리즈물들이 눈에 띈다.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1달러 섹션이 나온다. 1달러 책만 10만 권에 달한다. 이곳은 책방 내에서도 사뭇 분위기가 다른데 책으로 구불구불한 골목이 나 있다. 볕이 잘 들지 않는 낡은 다락방 같다. 책방에는 선풍기들은 클래식한 영화의 한 장면 처럼 달달 거리며 돌고 있다. 이 책방은 에어컨이 있다면 그게 더 이상해 보일 것 같다.
빛이 엷게 들어오는 창가에 앉아 오래도록 책을 보고 있는 아저씨의 모습이 바로 딱 이곳의 분위기다. 편안하다.
1달러 섹션의 단점이라면 따로 사인이 붙어있지 않다는 점이다. 그냥 둘러보다 읽은 만한 책이 걸리면 좋은 거다. 하지만 이 곳에서 잘만 고르면 귀한 책을 1달러에 구입할 수 있다. 1달러라고 낡고 오래된 책들만 있는 것도 아니다.
독특한 디자인 아트 감상은 덤
책방은 읽을 거리만 있는 게 아니다. 볼거리도 많다.
책방 곳곳에는 책으로 만든 아트 작품들이 있다. 2층에 있는 책으로 만든 터널은 누구나 한번쯤은 셔터를 누르게 만든다. 과거 시티즌 내셔널 뱅크(Citizens National Bank)가 자리했던 건물이어서 서점 곳곳에 걸어서 들어갈 수 있는 대형 금고룸이 있는 것도 독특한 재미를 더한다. 2층 계단으로 올라와 왼쪽으로 가면 개성 넘치는 예술작품들도 감상할 수 있다. 2층에는 로컬 작가들이 작업을 하고 판매도 하는 7개의 작은 스토어들이 자리 잡고 있다. 팝아트, 실뜨기, 유화 등 다양하다.
또 한쪽에는 작은 전시회도 열리고 있다. 현재 로컬 아티스트인 제니퍼 콜슨의 심장을 주제로 한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또 30일에는 유명 DJ 스티브 아오키의 책(Eat Sleep Cake Repeat) 사인회가 열리고 31일에는 로컬 만화가 레아 헤이즈의 신간(Not Funny Ha-Ha) 이벤트가 준비되어 있다.
▶주소: 453 S Spring st. LA CA 90013
▶영업시간: 월~목요일 오전 10시~ 오후 10시, 금~토요일 오전 10시~오후 11시,일요일 오전 10시~오후 9시
▶주차: 주차공간은 따로 없다. 책방 주변에 미터파킹이 여러 개 있지만 출퇴근 시간에는 주차가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꼭 사인을 확인해 봐야 한다. 오후 7시 이후에는 무료다. 주변에 유료주차장이 가까이 있는데 4~8달러 정도면 올데이 주차가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