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남성보다 치매 진행 속도 2배 가량 빨라
비정상 단백질 남성보다 여성이 많아
두뇌세포 나이 들며 쇠퇴하는게 치매
나이들수록 새로운 것 찾아 배워야
신체적으로 계속 운동하는 것도 중요
긍정적 마음 갖고 음악 감상하면 좋아
여성과 남성이 비슷한 조건에서 어느쪽이 더 빨리 치매가 진행되느냐 하는 연구는 계속 진행되어 왔다. 이번에 새롭게 관심을 끌게 된 것은 최근 열렸던 미국알츠하이머학회에서 발표된 연구 결과다. 알츠하이머(또는 치매)에 대한 음악치료법을 연구해 오고 있는 LA지역 장원철 신경내과 전문의에게 여성이 남성보다 치매에 더 취약한지, 그렇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 들어보았다.
-이번에 발표된 연구내용이 무엇인가.
"여기서 말하는 것은 엄밀한 의미에서 치매가 아니라 치매 바로 전 단계다. 의학적 용어로 'MCI(미약한 인지사교력 장애)'라고 한다. 연구 결과가 언론에 보도되면서 관심을 갖게 되었지만 앞서도 말했듯이 알츠하이머 혹은 치매 연구를 하는 의학계에서는 남녀의 두뇌 구조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치료 접근도 성별을 따로 구분하여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오래전 부터 나왔다. 또 실제로도 성별에 따른 연구결과들이 나와 있다. 다만 의학적으로 정확한 이유로 단정짓는데는 시간이 더 필요한 상태다. 결코 이번 연구결과가 새로운 것은 아니란 뜻이다.
이번 연구는 치매까지는 아니지만 기억력 등의 두뇌인지 능력 장애가 시작될 경우 같은 초기 단계에서 여성과 남성의 진행속도를 비교해 봤을 때 여성쪽이 남성보다 2배 정도 빠르게 진행된다는 걸 발견했다는 내용이다. 알츠하이머를 유발시키는 원인중 하나인 비정상 단백질이 여성이 남성보다 더 빨리 뇌세포에 축적된다는 걸 알게 되었는데 왜 여성들의 두뇌에 더 많이 쌓이는지에 대한 이유는 아직 찾아내지 못했다. 다만 이제까지의 연구결과들을 볼 때 여성이 남성보다 치매 발병이 높다는 것에 대해서는 의사들과 과학자들이 인정하고 있다. 이번에 좀 더 확신시켜 준 셈이다."
-실제로 환자 중에도 여성이 더 많은가.
"그렇다. 알츠하이머 환자와 치매 환자를 보아도 여성이 남성보다 더 많은 것이 사실이다."
-알츠하이머와 치매는 다른 것인가.
"엄밀히 보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인지능력을 갖고 있는 두뇌세포는 점차 나이가 들면 쇠퇴하여 전반적으로 기억력을 비롯해 판단하고 분석하고 결정하는 능력에 이상이 온다. 이것을 '치매(dimentia)'라 한다. 치매를 유발시키는 원인은 많다. 한 예로 신경에 문제가 생겼을 때는 신경성 치매라 한다. 알츠하이머도 치매를 유발시키는 원인의 하나다. 그래서 정확하게 알츠하이머성 치매라 해야 한다.
알츠하이머성 치매는 보통 60대 후반부터 찾아오는 일반적인 치매와 달리 젊은 나이에도 생긴다. 특징은 최근의 일부터 기억나지 않는다. 오늘 혹은 일주일 전의 일들을 기억해 내기 힘들다. 결과적으로는 모두 두뇌세포의 인지능력 장애이지만 어떤 장애의 모습인가에 따라 보편적인 치매와 구분된다.
치매의 70~80%가 알츠하이머로 나타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알츠하이머와 치매를 구분없이 말하는 것이다. 이번 연구에서도 혼용하여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치료는 알츠하이머와 일반적인 치매와 다르게 한다."
-의학계에서 여성들에게 인지능력 장애가 더 쉽게 오는 이유에 대해서는 어떻게 말하고 있나.
"몇가지 가능성을 들고 있는데 의료 연구팀들이 동의하는 것이 유전자다. 남자는 유전자가 'XY'이고 여자는 'XX'다. 태생 자체가 다른 유전자를 갖고 태어났기 때문에 두뇌세포 역시 차이가 있다는 주장인데 개인적으로 동의하는 부분이다. 그 다음으로 거론되는 것이 호르몬의 차이다. 여성은 폐경기가 되면서 여성 호르몬이 현저하게 몸안에서 감소되는데 이것이 치매와 연관성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연구는 안했나.
"이미 두가지 연구를 했다. 하나는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쪽은 여성 호르몬 치료를 시도했고 다른 그룹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두 그룹에서 치매 발생에는 큰 차이 점이 없었다. 또 다른 연구는 젊어서 난소에 혹 등이 생겨서 난소제거를 한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의 치매발병 상태를 보았는데 난소를 제거한 그룹의 여성들에게서 치매 환자가 더 많다는 걸 발견했다. 난소는 알다시피 여성 호르몬을 생성하는 곳이다. 서로 그 결과가 달랐기 때문에 '여성 호르몬 때문이다'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남성과 여성을 화성과 금성에서 왔다고 하는데 이것도 어떤 연관성이 있지 않을까.
"그렇지 않아도 의학계에서 성별 치매발병에 대한 원인의 하나로 많이 말하고 있는 것이 뇌구조 자체가 여성과 남성이 다르기 때문에 이것이 치매에도 다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여성은 언어구사력이 남성보다 뛰어난 반면 남성은 공간적인 인지능력이 여성보다 발달됐다. 공이 어디선가 날아올 때 남성이 여성보다 훨씬 잘 잡는 것이 좋은 예다. 또 하나의 주장은 남녀의 뇌조직을 검사했을 때 뇌세포와 뇌세포를 서로 연결시켜 주고 있는 뇌신경 '가지들(synaps)'이 남성쪽이 훨씬 많았다. 뇌신경 손상이 왔을 때 아무래도 숫자적으로 많으면 유리할 수 밖에 없다."
-남녀를 대하는 문화적 태도와도 연관이 된다는 말을 들었다.
"일리가 있다. 사회적으로나 교육적으로 또 문화적으로 볼 때 남성은 여성보다 젊어서부터 다양한 경험을 접할 기회가 많다. 우리 두뇌세포의 가지들은 새로운 것에 자극받을 때마다 생성된다. 새로운 자극을 많이 받을수록 뇌신경 가지들이 많아진다는 뜻이다. 치매 예방으로 나이가 들수록 사람과 접하면서 뭔가 새로운 것을 찾아 배울 것을 권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예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남자 혹은 여자로 태어난 것과 같은 유전인자와 호르몬은 인간의 힘으로는 어찔할 수 없는 요인들이지만 의지적인 노력으로 우리 두뇌세포의 가지들을 계속 늘리면서 활성화시킬 수 있는 방법들은 의외로 쉬우면서도 다양하기 때문에 희망적이라 생각한다. 가장 기본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 신체적으로 많이 움직이는 것이다. 우리의 모든 근육은 감각신경과 연결되어 있고 이것은 그대로 뇌신경을 자극시킨다. 팔을 들어 올릴 때 수많은 근육이 움직이는만큼 우리의 뇌도 활성화된다는 뜻이기 때문에 나이가 들수록 계속 몸을 움직이는 것이 뇌를 움직이는 것이다. 특히 아침시간(낮 12시 이전)의 햇살이 시각을 자극할 때 우리 뇌가 깨어나고 활성화되기 때문에 이 시간에 걷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관심있는 것을 찾아 즐겁게 취미활동으로 해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우리 연구팀에서 하고 있는 음악을 통한 뇌 활성화도 큰 효과가 있기 때문에 음악감상도 권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우울한 생각보다는 긍정적인 마음을 가질 것을 권장하고 싶다. 이유는 스트레스를 받을 때 발생되는 호르몬은 두뇌세포를 파괴시키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수록 명랑하고 화를 내지 않는 것도 치매 예방에 중요하다."
김인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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