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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임창현의 시가 있는 벤치 422

역광(逆光) - 장효정

안으로 휘듯 웅크리고 앉아
외로움의 비늘들을 털어내고 있는
쪼그라든 노인

어둠이 간절히 빛을 꿈꾸었던가
구부린 등 뒤로 갑자기
쟁쟁한 햇살의 그물이 얹힌다

폭죽을 터트린 듯
날아오르는
빛의 파편들

외로움으로부터 젖지 않게
가만 가만 등을 두드리며
노인을 말리고 있다.

눈부신 한계일까
저 햇살 그의 가슴에 닿기까지는
가슴 밑바닥에선
여전히 쩔렁거리는 차디 찬 외로움
퍼렇게 담금질을 하고 있다.


해를 뒤로하고 찍었어야 할 사진 찍기가 반대로 자리 잡았다. 해를 앞에 놓고 피사체를 마주보고 찍기, 어두운 그림자 찍기, 사진에서 역광 찍기는 어려운 작업이다. 노인은 인간의 역광인가. 그 역광을 노인의 등 뒤에서 인생의 역광으로 읽어내고 있다.

군중속이 더 외로울 땐 노을 지러 간다. 군중 속이래야 매양 몇 몇이 모이는 회관이나 노인정이리라. 거기서도 외로워, 거기서도 등받이로 지고 싶은 것은 노을이거나 역광이리라. 빗겨가는 사양 가득 껴안은 할아버지이거나 할머니였으리라.
한 때는 청춘이었을 정남향(正南向), 그 전광(前光), 전광(全光). 세월 따라 빗겨온 빛 아프게 다가와 오늘은 역광 되었으리라. 역광으로 찍힌 사진 한 장처럼 노인의 석양이 가득 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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