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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맥 세상] 광복 70년, 분단 70년

Los Angeles

2015.08.14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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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영/편집국장
오늘 신문 1면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드셨습니까. LA한인들에게 광복 70년을 맞는 소감을 한마디씩 적어달라고 해서 만든 지면입니다. 한 줄 메시지를 남긴 분들의 마음이 그대로 읽히는 듯합니다.

많은 분들이 광복의 감격과 함께 분단의 역사도 느꼈던 것 같습니다. 메시지 중에는 통일을 염원하는 글이 많았습니다. '아름다운 조국, 하나 되는 조국 파이팅'(김대성), '나라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깨닫고 통일의 소망을 가지며 함께 나가는 우리 모두가 되길'(최정선), '나의 희망은 남북통일'(한하영), '광복정신 이어받아 통일조국 이루자'(김혜숙)….

예전의 광복절은 '해방'을 축하하는 의미가 강했습니다. 광복절 노래를 부르며 사람들은 식민지 나라에서 독립한 조국을 생각하며 감격해 했습니다. 그러나 올해는 광복과 함께 그어진 38선에 대한 인식도 많아졌습니다. 많은 언론에서도 광복과 함께 분단의 역사와 통일의 염원을 다루고 있습니다. 하나였던 나라가 남북으로 갈린 지 어언 70년이나 되었다는 기막힌 사실을 인식하고 통일의 절실함을 되새긴다는 점에서 광복 70년의 의미는 더욱 각별합니다.

한국 중앙일보는 창간 50주년과 광복.분단 70주년 기획으로 '평화 오디세이' 프로젝트를 선보였습니다. 한국의 보수.진보를 아우르는 지성인 30여 명이 함께 압록강, 백두산, 두만강을 따라 순례하며 분단 조국의 현실을 체험하고 통일에 대한 비전을 제시한 이벤트였습니다. 이홍구 전 총리, 이어령 전 장관, 고은 시인, 정운찬 전 총리, 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 나경원 새누리당 의원 등 쟁쟁한 오피니언 리더들이 1주일을 함께 하며 통일을 생각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행사였습니다.

참가했던 분들은 기고를 통해 느낀 점들을 말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분단의 현실을 목도하고 큰 충격과 함께 통일에 대한 절절한 염원을 품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북한이 대동강의 기적을 이루도록 지원하자'는 제목의 칼럼을 쓴 나경원 의원은 글 처음을 이렇게 시작합니다. "의심할 여지없이, 하나의 민족이요 하나의 땅덩이였다. 두 눈으로 확인하고 가슴으로 느낀 북중 접경지대는 이전과는 다른 무게감으로 내게 각인되었고, 백두산 천지와 북녘땅을 마주한다는 설렘으로 시작한 여정이 가슴에 새긴 것은 결국 '통일'이라는 두 글자였다."

북한 땅에 발을 내딛지도 못하고 그저 중국 땅에서 바라볼 뿐이었지만 오디세이 참가자들마다 가슴에 뜨거운 통일 열정을 품게 된 것입니다. 더욱이 오디세이 행사는 광복절 70주년을 앞두고 마무리되어 그 의미가 더 극적으로 돋보입니다.

저는 2010년 내려진 5.24 대북 제재조치 이후 한국 언론 기자로는 처음으로 2012년 10월 방북취재를 했습니다. 돌아와서 쓴 칼럼 중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평양 거리를 걸으며 여러 생각이 들었다. 정겨운 한글 간판, 지나가는 사람들의 말이 쏙쏙 귀에 꽂히는 우리말, 같은 생김새, 착착 감기는 우리 음식, 가무를 좋아하고 정이 많은 민족성…도착 첫날 낯선 반쪽 조국의 모습에 막연히 근육이 긴장되고 표정까지 굳어졌지만 풀어지는 덴 하룻밤이면 족했다. 그리고 분단과 대치의 현실이 떠올랐다. 아, 우리는 지금 같은 민족끼리 무슨 미친 짓을 하고 있는 것인가." 잊고 지내던 '잃어버린 반쪽'을 눈으로 확인하고 느낀 솔직한 심경이었습니다.

보고 느끼면 그 만큼 비전도 생기고 소망도 생깁니다. 올해 해외여행을 꿈꾸고 있다면 오디세이 순례자들처럼 압록강.백두산.두만강 여행을 한번 다녀오면 어떨까요. 평생 잊혀지지 않을 광복 70년 이벤트가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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