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도 역시 무더웠지만 기분은 날아갈 것만 같다.
우리의 딸 버디 킴, 김주연이 US오픈에서 극적으로 우승했기 때문이다.
이미 보도를 통해 다 알게된 일이지만 김주연은 사실 어릴 적 부터 될 성 부른 나무였다.
필자가 본국 스포츠 데스크 시절, 그녀는 이미 전문가들로부터 박세리의 후계자로 점 찍혔었다.
한국 여자아이로선 큰 편인 176cm의 키에 침착한 성격, 그리고 장타력이 그 근거였다.
그러나 집안 형편이 마음놓고 뒷바라지를 해 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어떨까 걱정은 했었다.
그러다 미국간다는 소식을 들었고 잘하려니 했는데 그 후 우승 소식이 들리지 않아 안타까워 했었다.
간간히 성적이 나뻐서 스폰서를 구하지 못했고 그 때문에 물심양면으로 고생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기는 했다.
그렇게 잊혀져 갔는데 맥도날드 챔피언십에서 처음 들어보는 이름, 버디 킴이 리더보드 상단에 나타나 혹시 그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언뜻 스쳐가기도 했다.
그러나 이름이 너무 이국적이어서 ”한국인은 맞는데 교포겠지”라며 지레 더 이상 관심을 두지 않았었다.
그러다가 이번 US오픈 마지막날 TV 중계를 통해 버디 킴이 김주연이었음을 알게 됐고 그 때부터 기도하는 마음으로 중계를 지켜봤다.
그동안의 고생을 들어서 꼭 우승하기를 기원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고 처녀의 몸으로 거친 황야를 헤쳐온 김주연이 마침내우승컵을 움켜쥐었으니 참으로 고진감래요, 사필귀정이다.
그것도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명장면을 연출하며 얻어낸 우승이어서 더욱 값지다.
따지고보면 한국낭자들과 이 대회는 무슨 기적의 인연이 있는 것 같다.
98년 박세리도 마지막 홀에서 티샷을 물에 빠뜨린후 양말을 벗고 들어가 기사회생의 샷을 날리지 않았던가. 당시 부끄러워 하던 박세리의 하얀 발은 아직도 골퍼들의 뇌리에 뚜렷이 남아 있다.
박세리의 침체로 다소 주춤했던 한국낭자군이 다시 힘을 얻을 것 같아 더 반갑다.
이 우승을 계기로 박세리나 박지은 등 다른 선수들도 힘을 얻게 되기를 바란다.
*한국인의 골프재능은 타고나는 것인가?
김주연의 우승을 계기로 다시 한번 한국인들의 골프재능을 생각하게 된다.
얼마전 뉴욕타임즈가 ’겨울철 골프연습장을 찾는 골퍼의 99%는 한국인’이라는 기사를 게재한 바 있듯이 한국인들의 골프열기는 대단하다.
본국은 더 하다. 일단 시작하면 마약처럼 빠져드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한국인들이 왜 유독 골프에 빠져 드는 것일까?
체질에 맞기 때문일 것이다.
야구나 농구, 미식축구 사커 등 서양에서 유래한 스포츠들은 대부분 큰 체격, 강인한 체력을 요구한다.
그러나 골프는 체격이나 체력에 크게 좌우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정신력을 더 많이 요구하는 스포츠여서 동양인들에 적합하다.
또 다수가 협력하는 경기가 아니고 혼자 결정하고 풀어가는 경기라는 점도 한국인의 기질과 맞는다.
우리는 남과 잘 협력할 줄 모르는 ’독불장군 기질이 강하다’고 늘 비판 받아왔는데 이것이 골프에서는 아이로니컬하게도 약이 되는 것 같다.
한국인의 골프 재능이 손기술 때문이라고 믿는 이들도 있다.
황우석 교수도 지적했듯이 ’한국인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쇠젓가락으로 콩을 집을 수 있는 민족’이다. 그만큼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손가락 훈련을 하게 되는데 이것이 골프에서 재능을 발휘하게 되는 원천이라는 것이다.
한국이 반도체 최강국이 된 것, 세계 양궁선수권대회를 연속 제패하는 것도 다 이런 이유에서다.
필자도 한국인이 골프를 좋아하고, 또 골프대회에서 재능을 발휘하고 있는 이유가 손재주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것으로는 설명이 잘 되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튼 우리가 골프를 좋아하고 또 그 방면에 재능을 발휘할 수 있다면 좀 더 적극적으로 선수들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좀 이상한 비유가 될지 모르지만, 재능있는 골퍼들이 프로무대에 진출해 노다지를 캐내는 것도 전자제품이나 자동차 수출 못지않게 국가의 위상을 높이고 국부를 창출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선 국내나 해외의 꿈나무들이 마음놓고 골프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야 한다.
특히 해외진출의 베이스 캠프 격인 본국 프로리그의 활성화가 필요하다.
그러나 현실은 각박하기만 하다.
올들어 한국여자 프로리그는 17개 대회를 계획했었으나 이미 2개의 대회가 취소됐고, 남은 후반기 예정 대회들도 확실히 열릴 지 알 수가 없다.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가 최근 정회원 144명과 준회원 236명 등 총 38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주요 내용은 수입원이 있는지 여부였는데 그 답이 안타까운 본국의 현실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어 주목된다.
대회 상금을 주 수입원으로 삼는 선수는 8.9% 불과했고 46.3%가 레슨으로 생활비를 벌고 있다고 답했다.
직장에 다니는 선수가 2.6% 였으며 수입원이 없다는 선수가 33.7%에 달했다.
올 상반기 선수들이 벌어들인 상금을 봐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한국여자 오픈에서 우승해 랭킹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지영이 6,568만원을 기록했고, 2위인 최나연이 4,599만원, 3위 송보배는 4,382원이다.
10위인 신은정이 1,842만원이며 6개월 동안 상금만으로 1,000만원 이상을 번 선수는 단 17명뿐이었다.
대부분 대회 준비나 훈련 비용은 고사하고, 먹고 살 수 조차 없는 액수인 것이다.
이 때문에 선수둘은 너도 나도 어떻게 해서든 외국으로 나가려고 한다.
이런 추세로 볼 때 내년엔 얼마나 더 많은 선수들이 미국 LPGA투어에 뛰어들 지 알 수가 없다.
미국에 거주하는 한인들로선 우리 선수들이 미국에 많이 진출하는 것도 좋지만,
국내리그가 활성화돼 그곳에서 단련된 정예들이 이곳에 진출해 성적을 올리는 방식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국내 여자골프가 침체한 이유는 경제 상황의 악화와 축구 등 타 스포츠의 인기상승 때문이다.
김주연의 우승으로 다시 골프계가 활력을 얻게 되겠지만, 차제에 우리 한인들도 국내대회를 한개쯤 만들어 그들을 간접지원해 보는 것은 어떨까 제안하고 싶다.
국내여자대회는 5억원~10억원 사이면 제법 큰 대회를 치룰 수 있다고 한다.
독지가들이나 골프애호가들이 십시일반 성금을 모은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골퍼들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한 때다.
*싸고 좋은 골프장을 찾아...
일반 골퍼들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골프장은 어떤 곳일까?
’싸고도 좋은 골프장’일 것이다.
좋은 골프장의 기준이 다소 애매하지만 ’일반 골퍼들이 도전해 보고 싶은 코스’ 정도로 이해하면 되겠다.
암튼 주머니 사정은 뻔한데 좀 나은 곳에서 치려면 부지런히 발품을 팔아야 한다.
마치 싸고 좋은 물건을 사듯이-.
건렛 골프장은 I-95 남쪽 선상 exit 133B로 나가면 있다. 프레데릭스버그 하트우드에 있는데 캐논 리지 골프장 가는 길 쪽으로 기억하면 된다.
건렛 골프장은 파크 소유지만 전문 코스관리 회사에 위탁 운영하고 있다.
파크코스들이 그렇듯이 건렛도 가격이 평일 25~35달러(주말 35~45,카트 포함)로 싸고, 나무가 울창해 수려한 경관을 자랑한다.
거기다가 명 디자이너 피비 다이가 설계해 네임 밸류까지 있다.
피비는 피트 다이의 아들로 현재 한참 줏가를 올리고 있는 코스설계가다.
그의 코스들은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블라인드 홀들이 많고 그린이 빨라 어렵기로 소문나 있다.
건렛 코스도 트리라인 때문에 티샷이 어렵고, 오르막 내리막이 심해 처음가는 골퍼들은 고전이 예상된다.
그러나 평범한 동네 주변 골프장들에 식상한 골퍼들은 같은 비용으로 도전해 볼만 하다.
어려운 코스에서 스트레스 받기 싫어하는 골퍼들은 물론 가지 말아야 한다.
*다이 코스에선 정확성이 생명이다
전반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 홀들은 2, 4, 5홀이다.
2번 홀은 파 5홀로선 거리가 짧은 편지만 그린 앞 130야드 지점 쯤에 크릭이 있어 세컨샷 클럽 선택이 어렵다. 우드샷으로 크릭을 넘길 수 있으나 내리막 지형이고 빗맞으면 크릭에 빠질 수 있으니 주의가 요망된다.
4번 홀은 호수를 넘겨야 하는 홀.
이곳 호수는 강줄기 처럼 크고 넓은데 모두 인공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공사를 위해 얼마나 많은 이들이 고생했을까, 갑자기 만리장성이 오버랩 된다.
그러나 산에서 물을 끌어다 만든 것이라니 중국인민들을 떼죽음으로 몰아넣은 만리장성과는 다르다.
티샷 착지점이 호리병처럼 홀쭉하니 우측 카트 길쪽으로 티샷을 날려야 한다.
5번 홀 역시 거리는 길지 않으나 오르막 내리막이 심해 핸디캡 1인 파 5홀.
세컨샷에 헤저드를 넘겨야 하는데 내리막 지형이어서 우드샷은 위험하다.
아이언샷 후 롱아이언 오르막 샷이 남는다.
그린이 좁고 솥뚜껑처럼 경사여서 온그린이 어렵다.
후반은 11, 17, 18번 홀이 승부다.
11번 홀은 우도그레그 파4홀인데 거리가 459야드나 된다.
일반 골퍼들이 투온 하기는 어려운 홀이니 아예 세번으로 잘라 간 후 퍼팅이나, 칩샷으로 승부하자.
후반 홀들은 특히 곱게 뻗은 홀들이 한개도 없는 것 같다.
17번 홀은 약 30야드 아랫 쪽으로 티샷을 날려야 하는데 심한 좌 도그레그 홀이어서 티샷이 어렵다. 그린도 좁고 앞 뒤로 경사가 심해 어프로치샷이 길면 쓰리퍼팅을 각오해야 한다.
18번 홀의 페어웨이는 우측에서 좌측으로 경사가 심해 우측으로 티샷을 날려야 한다.
역시 내리막 페어웨이, 오르막 그린의 구조여서 어프로치때 한 클럽 길게 잡아야
하는데 핀보다 길면 어려운 내리막 퍼팅을 하게 된다.
건레트 코스는 어려웠지만 주변 호수의 풍광이 수려한데다 같은 모양의 홀들이 없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라운딩을 즐길 수 있었다.
스코어는 예상대로 엉망이었지만 다시 도전하고픈 충동을 느꼈다.
알곤키안이나 트윈 레익, 그렌 데일 등 공원 코스들 보다 한수위의 코스인데도 가격이 저렴해 물었더니 벙커가 딱딱해 싸게 받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플레이 중 전혀 불편을 느끼지 않았다.
한 두홀 쯤 모래가 적은 벙커가 있었지만 정상적인 플레이가 가능했다.
오히려 어려운 코스에서 자신의 능력을 시험해 보고픈 골퍼들에겐 최적의 훈련장이라고 생각한다.
골프장 메모
건렛 골프장
주소: 18 Fairway Drive, Fredericksburg, VA 22406
전화: 540-752-0963
웹사이트: www.golfgauntlet.com
그린피(카트포함): 주중 35달러, 오후 1시 이후 25달러, 주말 45달러, 우후 1시 이후 35달러.
코스(파72):
골드티 6857
블랙티 6255
화이트 5828
가는길: I-95를 타고 리치먼드 방향으로 진행하다 출구 133B로 나가 우회전해 루트 17번 북쪽방향을 탄다. 6마일께 진행하다 루트 612를 만나 우회전한다. 루트 612를 따라 2마일을 진행한 수 커티스 파크(Curtis Park) 입구로 진입한 후 페어웨이 드라이브를 만나 바로 좌회전한다. 조금 가다보면 오른쪽으로 골프장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