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리 도비는 흑인으로는 최초로 클리블랜드 인디언스팀에 들어간 선수다. 그가 인디언스 팀에 들어가 출전하는 첫 날(1949년)이었다. 3만명의 시선이 그에게 모였다. 도비의 실력이 얼마나 탁월하기에 감히 흑인이 프로구단에 뽑혔단 말인가!
극도로 긴장한 탓인지 첫 타석에선 도비는 어이 없이 삼진을 먹는다. 몹시 실망한 그는 자리에 돌아가 얼굴을 가리고 고개를 숙였다.
그런데 사람들을 감동시킨 것은 그 다음 이야기다. 도비 다음으로 타석에 나간 선수는 구단 최고의 강타자 조 골든이었다. 그는 나가자마자 스트라이크 아웃을 당했다. 골든 선수는 도비와 똑같은 행동으로 힘없이 자리에 돌아와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고개를 숙였다.
나같이 경험 많은 강타자도 안 맞을 때가 있으니 낙심하지 말라는 위로의 메시지를 행동으로 나타낸 것이다.
'우리는 한 배를 탔다'는 속담이 있는데 그 말은 '우리는 한 팀이다'는 말과 같다. 이겨도 함께 이기고 져도 함께 진다는 뜻이다. 흥망성쇠의 운명을 함께 할 수밖에 없는 사이라면 질투하고 경쟁하고 싸우는 것이 어리석다.
나는 흥하고 저는 쇠해야 한다는 못된 생각이 있기 때문에 때려 눕히고서라도 내가 밟고 일어서야 한다는 약육강식의 짐승 같은 마음이 되는 것이다.
국제화란 말이 유행되고 있지만 그것은 영어 조기교육 같은 것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의식이 국제화해야 한다. 다른 인종 다른 나라 사람에 대한 이질감이 극복되고 누구와도 한 팀이 될 수 있는 넓은 마음을 가져야 한다.
단일 민족.단일 문화 속에서 수천 년을 살아온 우리가 세계를 향해 마음을 열기는 쉽지 않지만 마음의 개방은 시급한 과제이다.
요즘 한국에서 유행되는 말은 집단이기주의라는 말이다. 사회학자 이부영 교수는 '끼리끼리 병'이라고 부르고 있다. 내 회사만 잘되면 그만이다. 내 교회만 잘 되면 그만이다. 내 집만 탈 없으면 이웃이야 어떻게 되든 상관이 없다는 태도이다.
그러나 이런 집단이기주의는 나의 발전도 저해하고 남에게도 해를 끼친다. 우리는 연결된 사회 연결된 지구촌에 살고 있다.
기러기는 V자를 만들고 여행한다. 앞을 나는 기러기들이 바람물결을 만들기 때문에 뒤따르는 기러기는 그 바람 물결을 타고 덜 힘들게 날 수 있다고 한다. 선두 주자가 더 힘드니까 그들은 자연스럽게 자리를 바꾸어 고통을 분담한다. 여행 중 기러기들이 '까옥까옥' 우는 것은 뒤따르는 기러기들인데 힘들어 비명을 지르는 것이 아니라 앞을 가는 동료들을 격려하는 '응원가'라고 한다.
가끔 기러기 두 마리만이 잔디를 거닐고 있는 것을 본다. 정다운 부부로 생각하면 빗나간 것이다. 부상자나 신체허약으로 장거리 여행이 어려운 낙오자가 생기면 반드시 동료 기러기 한 마리가 약한 자와 함께 머무르며 재기의 때를 기다려준다고 한다. 그러니 기러기 두 마리가 외롭게 있는 것을 보거든 그들의 형제애와 협력정신에 박수를 보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