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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순 칼럼] 7.7런던 테러의 의미

Washington DC

2005.07.14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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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일에 런던 지하철 3곳과 버스에서 테러 폭발이 45초 간격으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해 현재 52명의 사망자를 낸 사건은 팔레스타인이나 이라크등 타지역에서 수시로 발생하는 자살테러 사건과 달리 유럽과 미국 등 서양문명 사회에 새로운 경종을 시사한다.

 금번 런던테러 폭파는 2차세계대전 당시 히틀러로부터 공습을 받은 이후 가장 처참한 폭발사건이라는 점에서, 또한 역사적으로 외국의 공격을 받아 본적인 없는 가장 안전한 서양문명의 중심 도시인 런던이 자살 테러로 구멍이 뚫렸다는 점에서, 서양 선진사회에 도전이 되고 있다.

 영국 경시청의 최근 발표에 의하면 7일 폭파 20분전에 리드에서 온 3명의 파키스탄계 청년 영국인과 웨스트 요크사이어에서 온 1명의 모슬렘계 젊은 영국인 등 4명이 런던의 킹스 크로스역에 가방을 갖고 도착한 것이 감시 카메라에 찍혀 7.7사태 용의자가 들어나고 용의자 색출이 급진전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하철 3곳의 폭파범은 사망하였지만 버스의 폭파범은 달아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영국경찰의 수색이 강화되고 있다. 폭파사건후 오전 10시경에 한 폭파범 용의자인 탠위어의 부모가 실종신고를 경찰에 한 것이 중요한 단서가 되어 수사의 급진전을 보게 된 것이다.

 7.7런던테러사건은 2003년 5월에 41명의 사망자를 낸 카사블랑카 폭파사건과 2004년 3월에 191명의 사망자를 낸 마드리드 열차폭파사건에 이어 유럽 관련 지역에서 발생하고 아랍계통의 용의자들에 의하여 이뤄진 테러사건이라는 점에서 사건의 중요성을 더듬어 볼 수 있겠다.

 영국당국은 이 폭파사건이 알카에다 국제 테러리스트 단체와 연관된 그룹에 책임이 있는 것으로 발표하고 있어서, 이 사건의 심각성은 증폭된다.

 첫째 7.7테러사건이 제시하고 있는 의미는 단순한 자살폭탄 테러사건이 아니라 서양문명과 이슬람문명간의 직접적인 충돌이 시작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암시를 갖게 한다. 워싱턴 포스트지의 데이비드 이그나티우스 칼럼리스트는 13일자 칼럼에서 이 사태를 '의지의 전투'(A Battle of Wills)라고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사건이 터진 직후 유럽내 알카에다 비밀조직이라 스스로 칭하는 한 그룹이 '영국은 지금 테러와 공포로 불타고 있다'라고 승리감을 표출하였고, 토니 블레어 수상은 테러사태 이후 첫 성명으로 '우리의 가치와 생활양식을 보호하려는 우리의 결단은 죽음과 멸망을 초래하는 결단보다 월등히 크다'라고 피력한 것이 문명충돌의 의미를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1980년에서 2003년 사이에 세계적으로 발생한 315건의 자살 공격사건을 분석한 Robert A. Pape는 그의 저서 'Dying to Win: The Strategic Logic of Suicide Terrorism'에서 자살테러가 발생하는 것은 '외국인의 점령에 대한 항거'라고 주장한다. Pape는 이어서 미국은 이에 대항하여 테러와의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미국을 겨냥한 테러리스트의 모든 세력을 소탕하고, 잠재력이 있는 차세대의 테러집단의 성장을 저지해야 한다'라고 결론짓고 있다.

 둘째 7.7런던 테러는 유럽에 대한 아랍계 자살 테러의 시작일지도 모른다는 의미이다. 앞으로 런던뿐 아니라 파리나 로마, 베를린 등 유럽 주요 도시에서 자살 테러가 발생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금번 테러의 용의자들이 외부에서 투입된 세력이 아니고 영국내에 살고 있으면서 영국의 국적을 갖고 있는 '잠자는 셀조직'(Sleeper Cell)이라는 사실이 앞으로의 빈발 가능성에 힘을 실어 준다. 유럽에 살고 있는 아랍인의 수가 미국에 살고 있는 아랍인의 수보다 월등하게 많은 것이 통계로 나와 있다.

 금번 런던테러 사태로 서양 정부들은 전보다 더욱 단결되고 자살 테러방지에 더욱 힘을 기울이게 되겠지만, 아랍 테러리스트와의 전쟁에서 궁극적인 승리를 얻을 수 있는 길은 무엇인지 미국과 유럽의 지도자들은 심각하게 전략을 연구.수립하여야 할 것이다.

 '무력을 통한 전쟁'(War through Force)이냐 아니면 '가치를 통한 전쟁'(War through Value)이냐 하는 근본적인 전략 철학에 관련된 문제이다. 부시 2기 행정부가 '민주주의의 확산'을 제창하는 것이라든지, 근래 미디아에 조금씩 비치고 있는 '이라크에서의 단계적 미군철수'계획 등이 가치를 통한 전쟁 전략으로 나아가는 과정의 일부라고 지적할 수 있겠다. 가치를 통한 전쟁에서의 승리는 인내와 지혜와 국민 총력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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