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에] 골퍼들의 은어
정 철 호 / 티칭프로·Class-A1
물론 골프에서도 골퍼들끼리 사용하는 기발하고 재미있는 은어들이 많이 있다. 그런저런 수많은 은어들 중에서 골퍼들이 많이 알고 널리 사용하는 속칭 '알까기'에 대해 알아볼까 한다. 알까기란 용어는 일부 다른 스포츠에서도 종종 등장한다. 특히 야구와 축구 경기에서 심심치 않게 사용되는데 야구에서는 타자가 친 평범한 땅볼을 내야수가 잡으려다 놓치면서 가랑이 사이로 공을 빠뜨렸을 경우이고 축구에서도 동료선수의 공을 패스 받거나 수비할 때 실수로 공을 다리 사이로 빠뜨리는 경우에 '알까기를 했다'고 표현한다. 알고 보면 야구와 축구에서는 플레이어가 고의성이 없고 실수를 했을 경우에 '알을 깐다'고 표현하고 있는 반면 골프에서는 알까기의 표현이나 의미가 확연히 다르다.
골프에서 알까기란 플레이어가 친 샷의 공(Ball)이 워터해저드나 OB(Out of Bounds)가 났을 때 볼이 분실되었을 경우 볼을 찾던 곳에서 마치 볼이 (살아)있는 것처럼 거짓 행동하며 동반 플레이어 몰래 골프 가방이나 바지 주머니에서 다른 공을 슬쩍 꺼내어 내려놓거나 떨어뜨려서 살아있는 볼(Ball in Play)로 둔갑시키는 고의적인 속임수나 부정행위를 말한다.
어쩌면 골퍼들은 라운드 중 한두 번쯤은 알까기의 유혹으로 괴로워해 본 경험들이 있을 것 같다. 그래서일까 국적에 관계없이 모든 골퍼들이 알까기 속임수엔 민감하고 관심 또한 매우 높은 것이 사실이다. 영어 표현에도 알까기를 아주 습관적으로 잘하는 골퍼들을 향한 은어나 유머들이 다양하게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대표적인 은어로는 'He is a hansome Leghorn boy'라는 표현이 있다. '그는 핸썸한 레그혼 소년'이라는 뜻인테 레그혼은 닭의 한 품종이다. 거의 매일 알을 낳기 때문에 일년 평균 280~300개의 많은 알을 낳는 품종이라고 한다. 유난히 흰색의 알만 낳는 품종의 닭 이름을 따서 알까기 행위를 잘하는 골퍼들을 겨냥해서 만든 은어인 것 같다.
이에 걸맞는 다른 표현으로는 'He lays an egg every day every round' 또는 'He always lays eggs'가 있다. '그는 라운드 할 때마다 항상 알을 깐다'는 뜻인데 비아냥대는 말을 있는그대로 표현한 것이다.
필자가 한참 골프를 배우던 시절 같은 썸으로 어울리던 고수님이 19홀 식사자리에서 알까기 속임수의 부당성을 입에 침이 마르도록 강조하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 "알은 품지도 말고 알을 까지도 말라. 알은 바꾸지도 말고 알을 줍지도 말라. 그리고 남의 알은 밟지도 차지도 숨기지도 말라!"던 고수님의 가르치심은 평생 잊을 수 없다.
평소엔 서로 친한 사이임에도 작은 내기라도 걸리게 되면 그 내기가 비양심적인 이유로 발전하면서 속임수를 생각하게 되는 것은 골퍼라면 다 같은 마음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그런데 비양심적인 샷을 결행한 후에는 곧바로 마음이 찜찜해지고 무엇엔가 쫓기는 듯한 플레이가 계속된다. 결국엔 스코어 뿐만 아니라 대인관계에 악재(惡材)가 되는 것도 잘 알고 있으면서 속임수의 유혹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 또한 골퍼들의 숨길 수 없는 아픔인 것 같다.
우리 옛말에 '한번 바람 피운 사람은 영원한 바람꾼으로 낙인찍힌다'라는 말이 있듯이 골프 게임에도 '한번 속이는 골퍼는 영원히 게임을 속인다(Once a cheater forever a cheater)'라는 표현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 둔다면 앞으로 '알까기' 유혹에서 조금은 자유스러워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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