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주 케니벙크포트에 있는 '워커스 포인트'는 처음 들어보는 생소한 지명이지만 현직 대통령의 아버지인 조지 허버트 워커스 부시 전대통령의 집이 있는 곳이다.
지금도 일정 거리 안으로는 일체 배나 비행기가 근접할 수 없으며 프랑스 대통령 영국 총리 이스라엘 총리 후세인 왕 등 세계적인 지도자급 거물들이 방문했던 곳이기도 해 눈에 보이지 않는 경호가 대단하리라 짐작되는 곳이다.
메인주에 대통령의 여름 별장이 있다는 말은 들었는데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우연히 이에 대한 정보를 얻고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메인주 안으로 내달렸다.
만가지 배움보다 한가지 실천이라 했는데 영어가 모자란다고 주저앉아 낙심만 하지 말고 직접 발로 뛰어 다니며 보고 듣는 모든 경험을 꼭꼭 씹어 공손히 삼키면 몸은 고달퍼도 좋은 토양이 되지 않겠나 하는 즐거운 마음 뿐이었다.
과연 미국 대통령의 별장은 얼마나 크고 어떤 곳에 있고 어떻게 생겼을까. 세계를 좌지우지하는 이동 백악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데 경호는 또 어떠할까.
오션 애비뉴 길가에서 바다 쪽으로 6에이커의 그리 크지도 않은 땅에 3층짜리 본채와 성조기가 높게 걸린 바로 옆 귀빈용으로 보이는 집이 하나 더 있고 입구에 경호용으로 보이는 조그마한 건물 하나가 더 있는게 전부다.
그래도 미국에 비행금지 구역으로 엄격하게 통제되는 곳이 여섯 군데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이곳이라고 한다.
물론 눈에 보이지 않는 경호원들의 물 샐틈 없는 유비무환은 있겠지만 다른 나라들 같이 요란하고 삼엄하며 근접도 못하게 하는 것과는 너무도 대조적이다. 게다가 서민적이고 검소하며 친근감이 있고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일반인들과 이웃하며 산다는 말을 들었을 때 퍽이나 감명을 받았고 지금도 인상에 지워지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물론 그 속에는 시시각각 변하는 세계 정세를 한 눈에 다 파악하고 조치할 수 있는 가공할만한 정보 시설이 되어 있겠지만 최소한 외관상으로는 일반인들과 이질감이 들지 않게 하기 위한 평범한 시설과 요란하지 않은 경호 이웃에 사는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한 노력에 감명받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옥에도 티가 있듯이 길가에는 계속 '주차금지' 사인이 붙어있다.
서밋 애비뉴의 사잇길로 들어가 주차를 해 놓고 바다 쪽으로 손바닥 만큼 튀어나온 300~400야드 건너편의 부시 집 사진을 몇 장 찍을때 혹시 경호원들이 달려와서 누렇게 생긴 얼굴을 보고 테러범으로 오해나 하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했다.
무슨 나쁜짓을 하러 온 것도 아닌데 이렇게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은 너무도 오랫동안 권위주의 속에 물들어 살아온 탓이 아닐까 쓴웃음도 지어봤다.
이 집은 1903년 부시의 증조 외할아버지인 조지 허버트 워커스가 지었으며 1981년 아버지 부시가 이모에게 매입했는데 증조 외할아버지의 이름을 따 이곳을 워커스 포인트라고 불렀다. 현 부시가 대통령이 되기 전 별로 품행이 좋지 않아 그 유명한 빌리 그레이엄 목사가 이 집을 방문해 그를 교화시킨 적도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