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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로스톤] 대지가 내뿜는 '숨소리'들

Los Angeles

2005.07.19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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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이방지대. 세계 최초로 '국립공원'이란 타이틀을 얻은 곳답게 드넓은 공원 구석구석에 신비가 숨어있고 눈앞에 펼쳐지는 독특한 장관에 더욱 경이로움을 느끼게 하는 곳. 평화로운 대자연과 지구의 들끓는 에너지가 결합돼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 곳. 바로 와이오밍주에 위치한 옐로스톤 국립공원이다. 장구한 지구 역사가 만들어낸 걸작 옐로스톤 국립공원을 LA아주관광 투어팀과 동행 취재했다. 베테랑 투어가이드 김영남(65)씨와 32명의 한인들이 함께 한 3박4일의 여행기를 2주에 걸쳐 '옐로스톤 관광 하일라이트'와 '인근 관광'으로 나누어 연재한다.

◇ 미드웨이 가이저

옐로스톤 관광의 시작은 뭐니뭐니해도 dlrht만의 신비한 자연현상인 간헐천들. 이 지역의 지표가 유난히 얇은데다 그 밑에서 들끓고 있는 마그마와 활발한 지각활동이 옐로스톤 지역의 지하수를 땅 위로 뿜어나와 간헐천을 이루게 하고 있다.

1만여개가 넘는다는 간헐천들 중에서 처음 들른 곳은 '미드웨이 가이저'와 '파운틴 페인트 팟'. 땅에서부터 퐁퐁퐁 끓는 물줄기가 솟아나고 '슈욱' 하는 소리와 함께 훈훈한 수증기가 뿜어나와 뺨을 감쌌다.

지하수가 고여있는 지표면은 유황 성분과 박테리아에 의해 갖가지 아름다운 색깔로 물들어 있는데 마치 바다 위 일출의 풍경을 묘사한 데킬라 선라이즈 칵테일 빛깔과도 같이 신비롭다. 고여 있는 지하수도 쪽빛 옥빛 물감을 풀어놓은듯 곱고 맑아 들어가 손이라도 담궈보고 싶은 충동이 수시로 일 정도.



◇ 올드 페이스풀

다음 코스는 옐로스톤 간헐천 중에서도 으뜸으로 꼽히는 '올드 페이스풀'. 매 70여분마다 어김없이 8400갤런의 물을 100~200피트 높이로 순식간에 뿜어내는 곳이다. 도대체 얼마나 오랜 기간 알람을 맞춰놓은 듯 정확한 시간 간격으로 이 경이로운 천연의 분수쇼를 계속해 온 것인지 경이롭기만 하다.

이 날도 '올드 페이스풀'은 한치의 어김이 없었다. 오후 1시 15분에 예정돼 있던 분출을 보기 위해 모여든 수백여명의 관광객들은 몇 분 전부터 숨을 죽이고 순식간에 솟아오를 물줄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 순간 관광객들에게 둘러싸인 정 가운데서 김이 뭉게뭉게 솟아오르는가 싶더니 수증기가 꾹꾹 들어차있던 압력 밥솥에서 맹렬히 증기가 뿜어져 나오듯 엄청난 물줄기가 땅에서 솟아올랐다.

실로 어마어마한 양과 폭발적인 에너지다. '와아!'하는 탄성과 박수도 잠시. 그 앞에서 폼잡고 사진이라도 찍어보려는 사람들은 아랑곳도 없이 물줄기는 금방 풀이 죽고 말았다. 그제서야 관광객들은 일행들과 "봤어 봤어?"를 연발하며 감흥을 나누느라 정신이 없다. 그야말로 짧지만 강렬한 인상이 아닐수 없다.


◇ 맘모스 핫스프링스
오후에 찾은 ‘맘모스 핫스프링스’는 이미 사진으로 익숙한 옐로스톤의 대표적인 관광 포인트 중 하나지만 최근 지반 활동이 다소 잦아든 탓에 그 빛이 바래 조금 아쉬운 곳이다.

얼룩달록한 빛깔의 계단지형을 이룬 이 곳은 지하에서부터 끓어 나온 유황과 광물질이 거대한 자연의 조각물을 이뤄놓았다. 아직 지각활동이 계속되는 일부 지역은 코를 찌르는 유황냄새를 풍기며 광물질로 말라죽은 나무들과 오묘한 색, 땅에서 흘러나오는 지하수로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지금은 많은 지역의 색이 바랬지만 과거에는 언덕 전체가 화려한 색깔로 뒤덮여 있었다고 하니 얼마나 훌륭한 구경거리였을지 생각만 해도 가슴이 설레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군데군데 새로이 지반활동을 시작하며 누릇누릇한 색으로 물들어 가는 곳이 있어 또 수 십년 뒤에는 오색으로 거대한 신비의 산을 이룰 것이라는게 가이드의 설명이다.

◇ 옐로스톤의 그랜드캐년
옐로스톤의 정기를 받으며 웨스트 옐로스톤에서 하룻 밤을 묵고 다시 관광을 시작한 출발점은 윗쪽 폭포라는 뜻의 ‘어퍼 폴’. 비록 그 높이는 30미터 밖에 되지 않지만 엄청난 양의 물이 콸콸 소리를 내며 새하얀 물보라와 함께 쏟아지고 있었다. 저 높이 하늘에서 보얗게 부서지며 내리는 햇살 덕에 계곡은 더욱 더 아름답게만 느껴진다. 귓전을 소리를 폭포소리에 사람에 대한 미움, 세상 속의 고뇌를 모두 그 속에 던져버리고픈 마음까지 일었다.

이어 바로 인근에 위치한 곳은 ‘옐로스톤의 그랜드캐년’. 전 날과는 완전히 다른 옐로스톤의 또다른 면모가 눈앞에 펼쳐졌다. 싯누런 암벽들이 겹겹이 서 저 멀리까지 병풍이 친 듯한 풍경에 저절로 입이 떡 벌어진다. 원근점에는 마치 그림 한 폭을 완성하기 위한 소품같이 ‘로어 폴’의 물줄기가 내리치고 있었다. 중국풍 진채화처럼 빈틈없이 들어찬 웅장한 풍경에 자연의 위대함을 다시한번 실감한다.

이 곳은 어디서 카메라를 들이대도 유명 사진작가 부럽지 않은 ‘작품’들이 나오기에 ‘아티스트 포인트’라는 이름도 붙었다. 아니나 다를까 삼각대를 세우고 있는 사진작가, 팔레트를 들고 서 있는 화가들이 여기저기서 눈에 띈다. 함께한 한인 관광객들도 정신없이 셔터를 눌러대며 그림같은 풍경 속 추억을 남기는데 정신이 없었다.

◇ 머드 볼케이노 & 옐로스톤 리버
옐로스톤은 천국과 지옥이 공존하는 곳이라고들 한다. 야생동물의 포효처럼 기이한 소리를 내며 펄펄 끓어오리는 ‘머드 볼케이노’에서는 ‘지옥불’을 경험하지만 바로 옆 ‘옐로스톤 리버’에서는 잔잔한 평화가 스며있는 ‘천국’을 경험하기 때문이다.
과연 다음으로 이동한 ‘머드 볼케이노’와 ‘웨스트텀’의 코를 찌르는 유황냄새와 으르렁거리는 지열의 힘은 무섭기까지 했다. 초코렛 우유 같은 빛깔로 고여있는 흙탕물이 지표 밑에서 올라오는 열로 펄떡이며 부글거리는 모습은 언뜻 팥죽이 끓는 것 같기도 하다. 사진을 찍기 위해 살짝 나무판자로에서 벗어나볼까 싶다가도 지표면이 너무나 얇기 때문에 까딱 발을 잘못 내딛으면 바닥에서 펄펄끓는 지하수가 뿜어 나와 익어버릴지도 모른다는 이야기에 간담이 서늘해졌다.

마지막으로 옐로스톤 관광을 마무리하며 지나게 된 곳은 옐로스톤 리버. 창 밖의 풍경은 ‘세상이 이처럼 평화로운 곳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했다. 멀리 산도 푸르고 하늘도 푸르고 잔잔한 물빛은 더더욱 청아하고 새파랗다. 그 푸른 빛이 보는 이의 마음마저 파랗게 적셔 입가에 웃음을 짓게 한다. 어느새 서로 친해져 왁자지껄하던 버스 속 한인 관광객들도 옐로스톤 리버 곁을 지나자 어느새 고요해졌다. 모두들 위대한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기억을 옐로스톤 리버의 풍경과 함께 고요와 평화로 마무리 짓고 있었다.

▷ 문의: LA아주관광 (213) 388-7000 <다음주에 계속>

이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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