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중앙 칼럼] 잘 나가는 기업이 망하는 이유

Los Angeles

2015.09.11 21:33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장병희/문화특집부 부장
구글이 LG전자를 사려고 한다? 한동안 나돌던 루머였다. 하지만 이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소리다. LG전자는 진공관의 '금성사 라디오'로 시작한 한국의 국민기업이다. 그동안 거쳐간 임직원도 엄청나게 많고 보유기술이나 특허도 셀 수 없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 창업 10년 안팎의 구글이 인수한다? 소문이긴 했지만 기가 찼다.

최근 밝혀진 바에 따르면 LG전자가 이런 수모(?)를 겪게 된 것은 스마트폰 시장 진출이 늦어진 것이 크게 작용했고 그 원인 중 하나가 컨설팅 회사가 제공했다는 사실이다.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인 매킨지는 2007년 LG전자 남용 부회장이 취임하면서부터 경영 전략에 깊숙이 관여했다고 전한다. 매킨지는 당시 단기간 내에 스마트폰 시장이 그렇게 크게 성장하지 않을 것으로 오판, 저가 휴대폰이나 저가 노트북 등 신흥국용 제품을 확대하라는 조언을 했다고 한다. 물론 이런 '엉터리' 조언을 하고도 매킨지는 매년 300억원씩 총 1000억원 정도의 수수료를 챙겼다. 아마 당시 LG전자 임원 중에서 한 명이라도 애플 마니아나 아이폰 사용자가 있었더라면 1000억원을 포기하고서라도 과감히 전략을 다시 짰을지도 모른다.

두 손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같은 느낌이 드는, 개운치가 않은 일이 또 있다. 바로 한국 언론들의 삐뚤어진 애국심이다. 해마다 가을이면 애플의 신제품이 나온다. 이제까지 나온 제품 중 대부분이 대박은 아니라도 '중박' 이상은 했다. 하지만 한국 언론만 접한다면 애플의 이런 선전이 믿기지 않는다. 한국 언론들은 대부분 애플의 제품이 나오면 거의가 '그저그렇다'는 식의 기사를 쓴다. 대개 외신을 대충 번역하고 삼성이나 LG의 반응을 받아 싣는다. 그러니 당연히 '별로'라고 하지 않겠나.

이런 일은 아이포드, 아이폰, 아이패드, 아이워치까지 변함없이 이어져 왔다. 며칠 전에도 '아이패드 프로'가 발표됐는데 써본 적도 없는 기자들이 '혁신은 없었다'는 투의 기사로 하늘을 가렸다. "우리 한국 사람은 그냥 한국 제품이나 쓰자"는 수준이라고나 할까. 어떻게 수많은 매체들이 그렇게 똑같이 주관적인 기사를 쓰는지 신기할 정도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삼성 등 한국 기업과 달리 애플은 항상 먼저 '판'을 바꾸는 '게임 체인저'였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수년전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사망할 당시 한국에서 그의 성공 요인을 분석하는 기사들이 도배를 이룬 적이 있다. 그때 깨달은 스티브 잡스 마케팅은 단 하나였다. 기업은 소비자들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기자 역시 기업은 무엇보다 소비자들의 마음을 읽어야 한다고 말하곤 한다. 사실 스티브 잡스가 위대한 것도 그가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보다는 소비자가 좋아하게 될 제품을 미리 만들었다는 데 있다.

스티브 잡스야 '경영의 신'이었으니 당연히 그랬겠지만 일반 다른 기업들은 그 정도는 아니어도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은 내놔야 한다. 특히 IT제품이나 웹서비스, 모바일 서비스를 준비 중인 기업이라면 자신이 내놓을 제품이 소비자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 개발자가 원하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기자는 필요에 의해서 아직도 마이크로소프트의 워드를 쓰고 있다. 하지만 메뉴를 들여다 보면 한숨부터 나온다. 한 번도 써본 적 없고 뭔지도 모를 항목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필요도 없는 기능을 탑재한 소프트웨어를 쓰려고 고급 사양의 컴퓨터를 샀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기자는 지금 MS워드 대신 구글 닥스를 써보면 어떨까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 문득 구글이 LG전자가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를 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새로 나온 윈도10의 여러 평가를 보고나니 더 그렇다.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