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 전문지 '체스트' 최신호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90년대 이후 할리우드 영화에서 담배는 악당이나 가난하고 실패한 이들을 상징하는 기호로 더 많이 사용되고 있다.
뉴욕과 새디에이고 뉴올리언즈 샌프란시스코의 의사들은 90년 이후 흥행 10위 안에 든 할리우드 영화 447편의 주인공의 흡연 상황을 분석했다. 이 분석에 따르면 90년 이후 담배가 상징하는 의미가 이전과 정반대로 바뀌었음을 보여준다.
영웅 캐릭터의 흡연이 20%였던 데 비해 악당은 36%가 흡연을 했고 흡연 캐릭터의 48%는 사회적 경제적 지위가 낮은 것으로 설정돼 있다. 성공과 섹시함의 상징이었던 담배의 이미지가 바뀌었음을 보여준다.
연구를 주도한 흉부 전문의 카란 오미드바리는 "이는 기존의 이미지와 정반대임을 확인해줬다"고 말했다.
'블레이드'(Blade)의 경우 스티븐 도프가 연기한 사악한 흡혈귀는 담배를 피지만 웨슬리 스나이프가 배역을 맡은 영웅은 담배를 피지 않는다.
'페이스 오프'(Face Off)는 이를 극적으로 드러낸다. 니콜라스 케이지는 사악한 인물 캐스터 트로이와 선한 인물 숀 아처 역을 모두 맡는데 캐스터는 담배를 피고 아처는 피지 않는다. '미션 임파서블'에서도 음모를 꾸미는 존 보이트 역은 담배를 물고 나오지만 톰 크루즈의 배역인 영웅 이선 헌트은 그렇지 않다.
상황이 역전되기는 했지만 담배를 멋있는 것으로 설정하는 현상이 없어진 것은 아니다. '페이백'에서 멜 깁슨의 배역은 매력적인 인물로 묘사되는데 영화 속에서 13차례 담배를 피운다.
담배는 지금까지 남성적 터프함이나 여성의 성적 매력을 꾸미는 장치로 사용됐다. 터프함에 담배를 사용한 대표적인 배우는 험프리 보가트였다. 92년 개봉된 '원초적 본능'에서 샤론 스톤은 다리를 꼬고 담배를 피우는 장면으로 90년대를 대표하는 도발적인 섹시스타로 올라섰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남자가 여자보다 백인이 소수계 캐릭터보다 흡연을 더 많이했다. 또 흡연 장면이 자주 등장하는 영화는 전체의 23%로 미국인의 흡연률 22%와 큰 오차없이 일치했다. 또 메이저 영화의 주인공 5명중 1명이 흡연하는 것에 비해 인디 영화에서는 주인공 가운데 거의 절반이 담배를 피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