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와 동진(위)은 복수를 하고 복수를 당한다. '복수는 나의 것'은 비논리적으로 튀어나오는 사건으로 복수의 비논리성을 전개한다.
박찬욱 감독은 '복수는 나의 것'(Sympathy for Mr. Vengeance)이 코미디라고 말했다. 어느 부분이냐고 묻자 신장병을 앓는 류의 누나가 고통에 신음할 때 이를 오르가슴으로 오해하고 옆방 총각들이 집단 자위하는 장면을 예로 들었다. 그래도 여전히 코미디로 다가오지 않았다.
잘 알려진 것처럼 '복수는 나의 것'은 칸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수상작인 '올드보이'와 최근 한국에서 개봉돼 관객 동원에 성공하고 있는 '친절한 금자씨'로 이어지는 박 감독의 복수 3부작의 첫번째 작품이다. '친절한 금자씨'는 아직 보지 못했으니 알 수 없고 '올드보이'와 비교하면 이쯤된다.
'올드보이'가 복수의 치밀함을 멜로처럼 섬세하게(때로는 서정적으로) 묘사한다면 '복수는…'은 복수의 울컥하는 결기다.
'복수는…'은 논리에 신경쓰지 않는다. 사실 복수심은 논리적인 감정이 아니다. 비논리는 여기서 장점이기도 하다. 사건들은 화면에서 불현듯 튀어나온다.
신장병 앓는 누나를 고치려다 장기 매매 사기단에 걸려들어 자신의 신장과 퇴직금 1000만원을 날린 류(신하균)는 애인 영미(배두나) 때문에 갑자기 납치를 모의하고 동진(송강호)의 딸은 갑자기 납치된다. 해고된 팽기사는 갑자기 나타나 배를 긋고 장기 사기단 입장에서 류는 불쑥 나타난다. 뜬금없이 납치 아이디어를 낸 영미는 불쑥 거리에 나타나 반제 구호를 외쳐대고 역시 불쑥 나타난 동진의 손에 죽고 동진도 갑자기 나타난 정체불명의 혁명적 무정부주의자 동맹이라는 4명의 사내에게 처단된다. 류와 영미의 섹스마저도 잘못 넣은 테입처럼 갑자기 화면에 나타난다.
비논리적인 갑작스러움이 치명적 단점으로 보이지 않는 것은 어느 한 장면도 슬쩍 넘어가지 않는 잘 짜여진 화면 구성과 세련되게 다듬어진 원시적 폭력이다. 그 밑에는 계급투쟁이 깔려있지만 '올드보이'의 근친상간처럼 복수극을 지원하는 버금딸림음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