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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교차로] 열정의 또 다른 이름

New York

2015.09.16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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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 희 / 윈드화랑 대표·작가
열정의 반대말은 의기소침. 단체 일을 맡아보면 잘 달리는 자동차 타이어에 구멍 내는 사람들을 자주 보게 된다. 등 두드려 주는 분도 많지만 격려와 지원은커녕 사사건건 시비 걸고 부정적인 것만 확대시키는 사람들을 종종 본다. 그럴 때 내가 하는 말 "이 자리 대신 맡으실래요"다. 그러면 두 손 내저으며 "난 그런 것 안 해요"라며 독야청청 호들갑을 떤다. 행사 때마다 공짜 희사품 없다고 불평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회비나 후원금 한푼도 안 내는 사람들. 한인회 교회 행사나 남의 잔치 때 아무 것도 안 해온 사람이 먹을 건 꼭 챙겨간다. 남 섬기고 베풀어 잘된 사람 봤지만 빈대질 해 부자 된 사람 못 봤으니 인생은 두루두루 공평!

어떤 도시에서 목회자협회로부터 행사 2주일 전에 일요일 날 하는 한인회 행사는 지원하지 않겠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40년 가까이 일년에 단 한 번 교회 예배가 끝난 일요일 오후에 해 오던 광복절 기념행사 및 교민 야유회를 준비하던 지역한인회는 황당하기 짝이 없었을 줄로 생각된다. 차는 잘 나가면 브레이크에 문제가 없지만 인생살이에는 잘 나갈 때 브레이크가 걸린다. 대강대강 하면 중간은 돼서 칭찬도 욕도 안 먹지만 잘 할려고 하다 보면 반대의 벽에 부딪칠 때가 많다.

열정은 어떤 일에 열렬한 애정을 가지고 열중하는 마음이다. 나이가 들면서 두려운 것은 열정이 식는 것. 익숙함 편안함에 안주하며 무덤덤한 감동 없는 삶을 사는 것이다. 흰머리 쭈그러진 얼굴보다 더 겁나는 건 열정의 샘물이 마르는 것이다.

바퀴가 자동차를 굴러가게 하는 것이라면 열정은 자동차의 기름이다. 아무리 튼튼하고 비싼 명품 자동차라도 달리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게오르크 빌헬름은 "이 세상에 열정 없이 이루어진 위대한 것은 없다"고 했다. 열정 없는 삶이 '늙음'이고 '산죽음'이다. 몸 건강하고 가슴속 열정이 파도치는 삶은 영원한 청춘이다.

열정은 활기찬 삶을 살게 한다. 시련과 고난을 행복으로 바꿀 수는 없지만 극복하는 힘을 키워준다. 살아있음을 확인하는 생의 에너지를 북돋아 준다. 열정을 가진 사람은 가슴속에 꿈나무를 키운다. 열정은 가슴을 뛰게 하는 뜨거운 불꽃이고 삶의 아픈 상처를 덮어주는 따뜻한 이불이고 용기다.

열정은 생의 버팀목이다. 긍정의 엑기스다. 결과를 보장하지는 않지만 감동과 성실로 매 순간을 살게 한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성취가 아니라 스스로 도취해 끊을 수 없는 마약 같은 원동력이다. 열정을 가진 사람은 결과에 집착하지 않는다. 완주할 생각만 한다. 장애물이 있어도 피해가지 않는다. 열정은 딴지 안 걸고 변명하지 않는다. 정당화하지 않고 제 할 일만 한다. 열정에 찬물을 끼얹는 사소한 일들에 목숨 걸지 않는다. 불투명할 때 더 열심히 달리고 막힌 장벽에서 돌아서지 않는다. "만약 당신의 아들 딸들에게 단 하나의 재능을 줄 수 있다면 열정을 주라"는 바튼의 말과 "성공이란 열정을 잃지 않고 실패를 거듭하는 능력이다"라는 윈스턴 처칠의 말은 새겨둘 만하다. 열정은 재능과 모든 조건에 앞선다.

모든 열정의 원동력 속에 생이 존재한다. 열정의 또 다른 이름은 당신이다. 당신만이 당신의 생을 책임지고 살아야 하므로. 당신 홀로 옳고 그른 생의 목적을 향해 부단히 정진해 그 일을 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열정을 가진 자만이 당당하게 자기 인생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그 부단한 노력이 당신을 순간에서 영원으로 지상에서 천국까지 운행할 기름 불꽃을 태울 수 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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