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는 23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술위원회를 연 뒤 "본프레레 감독이 사퇴 의사를 밝혀왔다"며 빠르면 다음달 중 새 감독을 선임하겠다고 발표했다.
축구협회는 본프레레 감독이 22일 저녁 전화 통화를 통해 협회 대외협력국(국제국)에 사퇴 의사를 통보해왔고 이날 기술위 회의에서 사임 의사를 수용했다고 밝혔다.
본프레레 감독의 퇴진은 형식적으로는 자진 사임 방식을 취했으나 여론의 압력에 밀린 협회의 의지에 의해 전격적으로 수용됐다는 점에 비춰 '사실상의 경질'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로써 크라머, 비쇼베츠, 히딩크, 코엘류 감독에 이어 작년 6월18일 한국축구대표팀의 5번째 외국인 사령탑으로 선임된 본프레레 감독은 월드컵 6회 연속 본선 진출이라는 성과에도 불구하고 잇단 졸전에 따른 여론의 비판을 피하지 못하고 432일 만에 불명예 퇴진한 사령탑으로 기록됐다.
본프레레 감독은 지난해 7월10일 바레인전부터 지난 17일 사우디아라비아전까지 한국축구 지휘봉을 잡고 24전 10승8무6패(통일축구 제외)를 기록했다.
이회택 기술위원장은 "오늘 회의에서 본프레레 감독의 사퇴 건을 안건에 부쳐 논의한 결과 현재 상황에서는 정상적으로 감독직을 수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사임 의사를 수용했다"며 "기술위는 감독과 직접 접촉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본프레레 감독이 본선 진출이라는 소기의 목표를 달성했지만 월드컵 본선에서 국민과 협회가 바라는 기대치를 충족시키기에는 미흡하다고 판단했다. 기술위원들 간에 이견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이어 "오는 10월12일 이란과 대표팀 간 A매치가 잡혔고 11월에 유럽팀과 2차례 정도 평가전이 예정돼 있어 9월 중에는 새 감독을 선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그러나 '감독 퇴진에 따른 동반 책임을 지고 기술위원회도 총사퇴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감독이 사임한 마당에 기술위원회까지 사퇴하면 '나 몰라라'는 식의 책임 회피가 된다"며 사퇴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기술위원회 강신우 부위원장은 후임 사령탑에 대해 "경질 결정을 한 적이 없기 때문에 후임 감독에 대해서도 아직 결정한 바가 없다"며 지금부터 후임 사령탑 물색 작업에 착수할 것임을 시사했다.
내년 6월 독일월드컵 본선까지 남은 시간이 10개월 밖에 되지 않아 협회의 후임 감독 선임 작업은 최대한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술위원회는 본프레레 감독 사퇴 발표 직후 회의를 속개해 후임 사령탑 선임 방안에 대한 후속 논의에 돌입했다.
현재 본프레레 감독은 숙소인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 칩거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협회 관계자는 "사임한 본프레레 감독이 언제 출국할지와 별도로 퇴임 기자회견을 할지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2002년과 지금의 팀을 비교해왔는데 훈련 시간과 지원 등에서 공정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기기만을 원했다."
23일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에서 퇴진한 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은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에서 퇴진 결정이 내려진 뒤 숙소인 그랜드힐튼 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퇴 이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본프레레 감독은 "환경이 더 좋지 않았다"며 "예선 경기는 시험적인 무대였고 젊은 선수들을 테스트하는 시기였지만 훈련시간이 짧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퇴 결정을 내린 시기에 대해 "동아시아연맹축구선수권대회가 끝난 뒤 고민을 하기 시작해 사우디전 패해 이후 사임을 결정하고 22일 저녁 축구협회에 의사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본프레레 감독은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계획은 없다"며 "오늘은 댄싱을 할 것"이라고 웃으며 인터뷰를 마쳤다.
다음은 본프레레 감독과의 일문일답.
--소감은.
▲축구팬과 언론등에서 2002년 팀과 작금의 대표팀을 비교했다. 훈련 시간이나 대표팀에 대한 지원 등을 봤을 때 그건 공정한 것이 아니다. 그 때 만큼 지원을 하지 않고 그 정도의 기대를 하는 것은 공정한 게 아니다. 나는 지난 1년여 동안 지속적으로 선수들을 테스트했다. 거의 완성 단계에 있는 상황에서 이렇게 물러나는게 아쉽다.
--왜 그만두게 되었는가.
▲환경이 더이상 좋지 않아 그만두려고 했다. 동아시아경기대회 이후 여론 및 언론의 압박을 받아서 그만 둘 생각을 했고, 사우디아라비아 패전 이후 결심했다.
--기술위원회 등 축구협회 관계자로 부터 사임 압박은 있었는가.
▲없었다.
--아쉬운 점은.
▲항상 강조했듯이 시간이 없었다. 이틀 동안 선수들을 제대로 된 상태로 훈련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아니 이틀 간 훈련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감독은 전 세계에 아무도 없다. 나는 2002년을 경험한 나이든 선수들을 뺀 후 젊은 선수들을 기용했지만 경험이 아무래도 떨어졌고, 긴장하는 경우가 많았다. 시간이 필요했다. 지난 동아시아 경기대회를 돌아보면 중국, 일본 등과의 경기에서는 안 좋은 모습을 보였으나 한 열흘 정도 손발을 맞춘 후 북한전에서는 좋은 경기를 펼쳤다.
--후임 감독에게 할 말은.
▲훈련할 시간을 많이 보장해야 한다. 하지만 나는 이제 이 문제에 관여할 뜻이 없다. 당신들이 알아서할 문제다.
--현재 수준을 봤을 때 한국이 2006독일월드컵에서 거둘 성적은.
▲현재 우리팀은 좋아지고 있다. 재능 있는 선수들이 많다. 훈련을 계속 한다면 2006년에도 좋은 성적을 낼 것 이라고 믿는다. 다만 완성단계에 있는 상황에서 물러나서 아쉽다.
--한국 축구팬이나 협회에 바라는 점은.
▲너무 결과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 같다. 연습할 시간도 보장하지 않으면서 비판만 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
--한국의 젊은 선수들은.
▲대단히 재능있는 선수들이 많다. 그러나 K리그에서는 잘하다가 지나치게 긴장해 실전에서는 제대로 된 실력을 보여주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내 생각에 젊은 수비수 중 한 명은 독일월드컵에서 우뚝 설 것이다. 만약 그가 대표팀에 계속 있게 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