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서 구박당하지 않으려면 젊었을 때 잘해요~." 속썩이는 남편을 두고 벼르듯 충고하는 아내들의 말이다. 젊을 땐 남자들이 힘이 세다. 치고받고 싸우기라도 한다면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남자쪽이 이긴다. 하지만 그 힘 좋던 시절도 잠깐 쉰 지나 예순 넘으면 그 때부턴 여자가 세진다. 평균수명도 여성이 훨씬 길기 때문에 나이로도 당해낼 수 없다.
그래서 젊어선 아내 보기를 소 닭보듯 하던 남자들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다정해지는 이유는 뻔하다. 수십년 동고동락한 아내말고 뉘라서 나를 잘 알아 편히 챙겨주겠는가. '잘 보여야지...' 그런 깨달음이 찾아온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자식들이라곤 한평생 전심전력 길러줬더니 저희들 짝 만난 후부턴 부모는 뒷전신세가 되는 것 같고. 제남편 제아내 제자식이 먼저지 부모가 우선이 아닌 것이다. 아무리 부모자식간에 사랑은 내리사랑이다 대대로 그렇게 흘러왔고 또 그렇게 흘러가게 마련이니 생각하면 억울할 일도 아니라고 자위하지만 그래도 섭섭하기만 하다.
"자식이고 뭐고 다 소용없어. 늙으면 우리 둘 뿐이야." 늦게나마 부모자식 관계의 이치를 깨닫고 서로들 배우자를 먼저 생각하고 위해주는 마음이 지극해지는 것이다.
이를 대변하듯 요즘 한국에선 신세대 노인층 '통크족'(TONK)이란 용어까지 등장했다. 노인은 노인일 뿐이지 어떻게 신세대란 형용어가 붙을 수 있을까만 말하자면 신식 노인층이라는 뜻이다. 신체연령은 비록 50~60대지만 그들이 지향하는 라이프스타일은 젊고 씩씩하다. 영어의 나라 미국에도 없는 콩글리시 'TONK'-. 변두리 싸구려 카바레를 뜻하는 은어 (홍키)통크도 아니고 뉴올리언스 사창가에서 연주된 재즈의 소박한 리듬감을 뜻하는 (홍키)통크도 아니다.
'Two Only No Kids'의 머릿글자를 따서 만든 신조어 통크족. "자식들은 필요없고 오직 우리 내외뿐이야!" 자녀에게 기대살며 손주들이나 돌봐주던 관습을 거부하고 부부끼리 자신들만의 생활을 즐기며 후반부 인생을 살아간다는 호기찬 선포다. 미국의 여피들이 자녀를 낳지않고 맞벌이 부부로 수입은 두배 생활을 추구한 라이프 스타일 DINK(Double Income No Kids)의 곁가지 말같기도 하다.
근래들어 고급 백화점의 구매력도 40대 이하 고객의 매출은 줄어들었지만 통크족의 매출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이다. 손자손녀들 아들 딸 며느리 사위가 사다주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직접 들러 취향껏 샤핑한다. 그것도 내외가 동반해서 말이다. 통크족의 소비패턴은 젊은층 못지않아 이들을 겨냥한 마케팅이 분야별로 치열하다는 것이다.
한국의 통크족은 사방팔방 둘러봐도 가난했던1960년대 후반 그리고 70년대에 20대를 보내며 미국서 흘러온 미이즘(me-ism)의 생활양식을 정신적으로나마 추구하며 산 세대들이다. 나자신과 내가 속한 일부 집단 이외의 일에 대해선 무관심하고 남에게 아량을 베풀기 보다는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만을 바라는 자기중심적인 가치관이었다.
철없던 시절 그 이기적 미이즘에 빠졌던 바로 그 세대가 이제 노년층으로 접어들면서 21세기판 새로운 미이즘(부부는 일심동체라 했으니 '우리'가 아닌 '나'라고 표현해도 될 것 같다) 일컬어 통크족의 시대를 살고 있다. 자식에게 안 기대는 것은 좋다. 하지만 나(부부)만 알지않고 주변과도 더불어 베풀며 사는 통크족이 됐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