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루이지애나주 주도 배턴루지 한인침례교회] 한인 이재민에 '빛과 소금'

Los Angeles

2005.09.15 12:11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배턴루지 침례교회에 모인 수재민들이 교회 신자들과 함께 지도를 보며 뉴올리언스의 집으로 돌아갈 루트를 확인하고 있다. <김상진 기자>

배턴루지 침례교회에 모인 수재민들이 교회 신자들과 함께 지도를 보며 뉴올리언스의 집으로 돌아갈 루트를 확인하고 있다. <김상진 기자>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휩쓸고 간 루이지애나 주의 수도 배톤루지. 뉴올리언즈에서 한 시간 반 정도 떨어진 이 곳에 위치한 한인침례교회에서 지난 11일도 어김없이 주일 예배가 열리고 있었다.
예배당 200여석 자리가 가득 찼다. 평소 출석하던 교인은 100명 정도, 나머지는 모두 물난리를 피해 교회를 찾은 피해자들이다.
찬양과 기도가 이어지면서 예배에 참석한 모든 이들은 어느 때보다 간절하게 기도했다.

담임 소재훈 목사는 설교하는 도중 배턴루지 한인침례교회 성도들에게 특별히 당부했다.

"어려움에 처한 이웃을 돕고 섬길 수 있는 처지와 기회를 감사해야 합니다. 누구를 돕는다고 자만해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교인들에게 입으로 고백하자고 부탁했다. 성도들은 소 목사의 선창을 따라 겸손을 다짐했다.

"예 우리는 무익한 종입니다. 마땅히 할 뿐입니다."

그러나 배턴루지 한인침례교회는 카트리나 재난의 와중에 소금이 되고 빛이 되기에 충분했다. 발 빠르게 한인대책본부를 마련한 교회는 죽음에서 간신히 빠져나온 한인들이 몸과 영혼을 위탁하는 유일한 피난처가 됐다.

"현재 이 곳 외의 이재민 보호소에 머무는 한인은 한 명도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휴스턴총영사관에서 파견돼 한인들을 돌보고 있는 영사의 전언이다. 그야말로 교회가 한인 구호의 한복판 중심이 된 결과다. 피해를 입은 한인들이 우왕좌왕하지 않고 교회에 모여 모든 도움과 위안을 얻을 수 있었다.

카트리나로 인해 뉴올리언스를 둘러 싼 제방이 무너지고 한인들이 급히 자동차를 몰고 탈출하면서 교회 성도들은 일 손을 놓았다. 인근 중앙교회 성도들도 함께 구호에 나섰다. 당장 허기진 배를 채울 음식을 챙겨야 했다. 구호물품이 도착하기까지 거의 일주일 간 교인들 가정의 냉장고는 텅 비어 있었다.

교회로 밀려드는 한인 동포의 끼니를 마련하느라 집에 있는 식품은 모두 긁어모아 교회 주방으로 가져와야했다. 세탁소를 운영하는 사람은 픽업 기한이 지난 옷들을 가지고 달려왔다.

예배당 안에 매트리스를 깔고 담요를 모았다. 교대로 밤을 새며 피해자들을 맞고 안부를 확인해주는가 하면 각종 지원 및 법률 정보를 모아 서류를 작성해 주는 일도 교회 성도들의 몫이었다. 타주 한인들의 반응도 신속했다. 태권도 도장을 운영하는 교인의 후배는 선배의 전화를 듣고 타주에서 그 날로 자동차에 식료품을 가득 싣고 왔다.

재난이 나자마자 마켓으로 달려가 김치 깍두기를 수십 병씩 사고 밥까지 지어 택사스주에서 밤새 운전해 온 동포애에 교인들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본국에서 남가주를 방문해 홈리스 사역을 하던 목회자는 가진 돈과 물품을 모두 쓸어담아 와 이재민들을 돕고 있다.

졸지에 삶의 터전을 잃은 한인들을 향해 캘리포니아 버지니아 조지아 텍사스 미시시피 등에서 속속 직장을 제공하는 도움의 손길이 도착하고 있다.

LA의 한 터마이트 업소는 '경험과 지식이 없어도 오기만 하면 채용하겠다'고 연락했다. 버지니아에 있는 부동산개발회사는 이재민이 이주하면 세 달간 머물 주택들을 제공하고 취업 알선을 돕겠다고 나섰다.

이번 카트리나 한인 피해자를 돕는 일에는 총영사관도 제대로 자기 몫을 해냈다. 영사가 배턴루지에 머물면서 구호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예배에 함께 참석하고 아픔을 나누고 있다.

"이재민들은 물론 이곳 한인 대부분 오랜만에 고국의 보살핌을 경험했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이래저래 동포애를 물씬 맛 봤다고 고마워합니다."

배턴루지 침례교회를 방문해 현지 사정을 둘러 본 김한수 목사(본지 칼럼니스트)는 고난 가운데 꽃핀 교회와 동포의 사랑을 목격했다고 전했다.

"교회 식당은 40명 정도 밖에 먹을 수 없습니다. 교인들은 이재민들에게 먼저 먹으라고 양보하고 바닥에 앉아 먹기도 합니다. 정신없이 분주하지만 서로 배려하는 감동적인 풍경이 빚어지던군요."

지난 주일 만해도 40여 명이 교회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었고 150여 명이재민들이 교인들의 가정과 호텔 등에 머물고 있었다. 이제 이들에게 필요한 건 보다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도움이다.

"의료 봉사팀이 와 줬으면 좋겠습니다. 건강 뿐 아니라 큰 위로가 될 것같습니다. 성경과 찬송가 책도 부족하고요. 구호품은 충분합니다. 다만 김치나 라면 등 한국 음식이 더 필요합니다."

소재훈 목사는 한인 피해자들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기금을 조성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 미주 전역 한인사회가 터전을 상실한 가정을 하나 둘 씩 '입양'해 새 지역에서 정착할 수 있도록 집과 직장을 마련해 주는 운동을 벌이자고 부탁하고 있다.

소 목사는 간절히 호소했다.

"500명도 안되는 배턴루지 한인사회는 일치단결해서 주어진 일을 잘 감당했습니다. 이제는 전 세계 모든 한인 동포에게 본격적인 도움을 호소합니다."

유정원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