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중앙 칼럼] '일본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자

Los Angeles

2015.10.09 18:20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봉화식/스포츠섹션 부장
을미년 올해는 일본으로부터 해방된 지 꼭 70년이 된다. 기자 세대의 한인들은 알게 모르게 상당수가 '일본 콤플렉스'를 느끼며 지내왔다. 초등학교 때 이야기지만 책가방.필통.연필.과자 등 산뜻한 디자인에 품질 좋은 일제 물품을 가지고 등교하는 학생은 부러움과 질시의 대상이었다. TV도 흑백이었던 시절, 인기 만화영화 타이거 마스크.그랜다이저.요괴인간.우주소년 아톰이 한국 것이란 착각에 빠지기도 했다. 순국산 만화영화 '로보트 태권V'가 나오기 전까지 한국 TV는 100% 일본 것을 가져다 방영한 것이었다.

21세기 들어 저작권.지적 재산권이란 말이 본격화됐지만 1988년 서울올림픽이 열리기 전까지는 하도 일본 것을 베껴온 것이 많아 TV 일일 드라마.가요 프로그램을 시청한 일본 관광객들은 "여기가 한국인가 일본인가"라며 의아해 할 정도였다. 그럼에도 경복궁.종로.명동 일대를 다니는 일본 관광객들에게 반일감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비난을 퍼붓던 어른들의 모습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었다.

지금은 명성이 퇴색했지만 과거 한때 전자제품의 대명사였던 아이와.소니.산요.마쓰시타(내셔널)와 코끼리표 보온밥통(조지루시)은 한국 시장을 독점했었다. 사회 각 분야의 패러다임이나 조직 체계 역시 일본 것을 통째로 모방해 "해방 이후 되찾은 것은 창씨개명 전의 한국이름 뿐"이란 블랙유머도 나왔다.

이는 물론 옛날 얘기다. 광복 직후 아프리카 국가들보다 못살던 세계 최빈곤국 '코리아'는 70년만에 세계 10대 무역국이 되고 여름-겨울 올림픽에 월드컵까지 치른 나라로 변신했다. 지구촌 250개 국가 가운데 이같은 스포츠 제전을 모두 치른 곳은 10개국에 불과하다. 반도체.정보통신.조선.철강.자동차 산업에서 세계 선두권에 오른 대한민국호는 이제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를 시작하면서 대대적인 세대교체를 예고하고 있다. 젊은 세대들은 이미 국제적 한류 열풍을 바탕으로 일본에 대한 열등감을 버린 지 오래다.

그러나 이웃 간의 승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일본은 '잃어버린 20년'간 부동산 붕괴.주식 폭락으로 세계 제2의 경제대국에서 추락하며 왕년의 자부심과 자신감을 많이 잃어버렸다. 창의성보다는 조직 위계질서에 따른 일사불란한 연공서열.종신고용.상명하복을 중시하는 문화 속에서 개인의 튀는 개성을 찍어누르는 '왕따(이지메)문화'도 이제 한계에 다다랐다. 일본 젊은이들 80%는 "나라 장래가 어둡다"고 대답하고 있다. 그 이유로 불경기.연금 고갈.후진적 정치문화를 예로 들었다. 비록 독도 문제 등으로 양국 관계가 최악이긴 하지만 과거 한때 "우리의 이웃나라는 서쪽(한국)이 아닌 동쪽(미국)"이라고 멸시하던 한국에 대해 완연히 달라진 태도를 느낄 수 있다.

반면 한국은 특히 식민지.망언.교과서 파동 등으로 가득찬 '아픈 과거'를 공유하며 중국과의 친밀도를 높이고 있다. 한때 10배 이상 벌어졌던 일본과의 사회 각 부문 격차가 이제 3.3배 정도로 줄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우리가 따라가야 할 분야는 아직도 여러 곳이다. 일본은 올해도 노벨상 2개를 추가하면서 과학-기술부문에서 21명이나 되는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그럴 동안 한국은 15년 전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하나만 받은 것이 전부다. 그나마 연구업적 부분에서는 '0'에 그치고 있다.

그러나 이제부터 출발해도 늦지 않았다. 비록 여러 부문에서 일본을 앞서진 못했지만 대한민국호의 추세는 이제 우러러보기만 했던 일본을 따라잡는 흐름으로 나가고 있다. 이젠 우리끼리 싸우고 분쟁하기 보다는 서로를 붇돋우며 자신감을 갖고 일본을 대하는 '여유'를 보일 시점이다.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