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신문사에도 또래 학년 중 제일 먼저 들어갔고 바시티(varsity) 테니스팀에도 가장 먼저 입단했다.
같은 학년 자녀를 둔 엄마들은 "우리 아이도 쟤 만큼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부러워한다.
그런 윈스턴도 모든 게 수월했던 것만은 아니었다. 그 아이는 초등학교 1학년 때 성적이 부진해 유급(retention)을 당한 적이 있다.
1학년을 두 번 다닌 셈이다.
한인 학부모들은 유급이란 말에 굉장한 거부감을 갖고 있다. 학년 말이 돌아오면 교사들은 성적이 나빠 여름 보충수업(summer school)을 들어야 할 아이들 명단을 작성한다. 물론 시험점수가 중요한 판단기준이다.
학교생활 적응 정도를 고려해 유급을 하는 편이 낫겠다라는 판단이 들면 유급을 권유하기도 한다.
보충수업을 듣거나 유급대상이 된 저학년 학생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남자 아이들이다.
남자 아이들은 '철이 늦게 난다'는 말도 있지만 교직생활을 하다보니 그 말이 정말 맞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도 나이가 들어 고학년으로 올라가면 상위권 학생 중에 남학생 비율이 점차 높아진다.
일반적으로 남학생이 여학생에 비해 신체적으로 우월하기 때문에 힘든 공부를 견뎌 낼 힘이 있기도 하겠지만 늦게 철들어 무섭게 노력하는 아이들도 적지 않다.
윈스턴도 그런 아이였다.
유급이 창피하다고 생각하거나 남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걱정하기 전에 과연 우리 아이에게 무엇이 최상의 도움이 될 것인가를 꼼꼼히 따져 봐야 한다. 공부가 힘에 부쳐 따라가지 못하는데 무작정 진급을 하게 되면 동급생과 차이가 더 많이 날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저학년 때 유급은 고학년 때 유급하는 것보다 아이에게 정신적으로 덜 부담이 된다.
뒤쳐진 기본 실력을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보충하는 것은 먼 미래를 내다 볼 때 훨씬 현명한 선택일 수 있다.
물론 유급을 한다고 해서 100%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가끔 한 학년을 되풀이 해도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므로 저학년 때 유급을 권유받았다면 담임 선생과의 잦은 대화를 통해 그 아이에 맞는 학습계획을 짜주여야 한다. 병이 나기 전에 예방이 중요하듯 아이에게서 문제점을 발견했을 땐 더 심각해 지기 전에 확실한 도움을 주어야 하는 것이다.
정해진 학습계획에 따라 실천을 했는데도 별다른 변화가 없다면 학습장애(learning disability) 여부를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캘리포니아주의 공립학교 시스템은 완벽하지는 않지만 아이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여러 가지 길이 있다.
유급을 무조건 부정적으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아이에게 필요한 도움의 한 방법으로 생각했으면 한다.
아마도 지금쯤 윈스턴의 부모님은 유급에 동의했던 것을 매우 잘한 결정이라고 생각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