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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 Story] "화장 잘 하시죠? 미술에도 일가견 있으십니다"

"미술은 어떻게 감상해야 하나요? 너무 어려워요. 특히 현대미술이나 추상화는 골치가…"

종종 받는 질문이다. 하지만 똑 부러진 대답을 할 수가 없어서 늘 답답하다. 한 마디로 미술이라고 하지만, 너무 종류가 많고 다양하기 때문이다.

아주 사실적인 그림부터 추상화나 개념미술까지, 대가들의 고전적 작품부터 요즘 작가들의 기발한 현대미술품까지… 정말로 다양해서 감상 요령을 한 가지로 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사실적 그림의 경우에는 "귀를 열고 작가가 그림을 통해 하는 이야기를 들으세요", 추상미술은 "선입견을 갖지 말고 작가의 마음을 느끼려 애써보세요. 음악을 듣는 것처럼 그냥 받아들이세요"라고 설명하지만 질문한 사람은 영 시원한 표정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미술 감상을 어려워하는 가장 큰 까닭은 미술작품을 '이해'하고 어떤 '의미'를 찾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미술은, 특히 추상미술은 이해나 해석의 대상이 아니다.

미술 감상의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의 하나는 직접 그려보는 것이다. 구경꾼의 시각에서 벗어나 직접 그리는 사람의 입장이 되어보면 많은 것이 보이고 감상이 편하고 즐거워진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그림을 직접 그려보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이 손사래를 친다. 그릴 줄 모른다는 것이다. 잘못된 고정관념 때문이다.

사실 모든 예술장르는 감상의 대상인 동시에 직접 즐기는 대상이기도 하다. 음악은 감상하기도 하지만, 직접 노래를 부르고 악기를 배워 연주하기도 한다. 흥이 나면 저절로 신이 나서 춤을 춘다. 살다 보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멋진 연기를 하는 경우도 많다. 전화기로 동영상을 촬영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요새 사람들은 줄기차게 손가락으로 많은 글을 쓴다. 내용이야 어쨌건, 그렇게 쓴 글을 모으면 상당한 분량이 될 것이다.

이렇게 음악, 문학, 무용, 연극 등 모든 예술이 우리 삶의 한 부분으로 스며들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유독 미술만은 직접 하면서 즐기는 사람이 아주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어떻게 그리는지를 몰라서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미술을 모른다는 것은 큰 착각이다. 얼굴을 곱게 화장하고, 멋지게 옷을 잘 골라 입고, 그 옷에 어울리는 신발을 챙겨 신고, 거실을 아름답고 개성적으로 장식하고, 예쁜 꽃을 기르고, 휴대전화기로 사진을 찍으며 사는데… 왜 미술을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그 어려운 악기를 배우고 익히느라 낑낑거리는 사람이 왜 그림 그리는 것이 어렵다고 하는 것일까?

미술은 결코 특수한 일이 아니다. 누구나 할 수 있고, 실제로 하면서 살고 있다. 꼭 배우고 싶다면, 주위를 돌아보면 그림을 배울 곳은 얼마든지 있다. 미술학원 말고도 커뮤니티 칼리지, 문화센터, 교회의 문화강좌 등등…

게다가 미술은 지친 마음을 치유하고, 분노를 다스리는 역할도 한다. 얼마 전 신문에서 불명예스러운 이유로 검찰총장 직에서 밀려난 이가 그림 그리기에 전념하면서 평정을 유지하고 있다는 기사를 읽었다.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장소현/극작가·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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