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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국어 교육엔 노래가 최고'

Los Angeles

2005.10.07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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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극 함께 보고 컴퓨터는 한글자판으로
▲정정옥: 전 딸 은주(28 회사원)가 4살 때 미국에 건너왔어요. 어릴 때부터 집에선 벽에다 한글 음절표를 붙여놓고 아침저녁으로 공부를 시켰는데도 4학년에 들어서자 아이 혀가 꼬부라지기 시작하며 한국말을 쓰지 않으려 하기 시작하더군요. 안되겠다 싶어 학교 데려다 주며 오며 한국말만 했어요.

▲김명신: 제 딸 (김지아.18 버클리 재학)도 처음엔 한국말을 잘 하더니 점점 영어만 쓰더라고요. 제가 한국학교 교사였으니까 무조건 딸아이 손목 잡고 한국학교에 데려갔죠. 그때부터 한해도 빠지지 않고 한국어 학교에 다니도록 했어요.

▲이진숙: 아들 둘(13세난 이사도와 10세의 이성산)이 모두 한국 학교에 다니면서도 학교가 멀다 존댓말이 어렵다 투정이 많아요. 아무리 뭐라해도 듣지않고 3년 동안 계속 학교에 나가게 했더니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아이들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하더라고요.

▲정: 할말이 없어도 한국어를 사용하게 하기 위해서 일부러 필요 없는 말도 자꾸 반복하는 수다쟁이가 됐죠. 가능하면 아름답고 품위 있는 단어를 사용하고 화려할 만큼 많은 형용사를 일상화하려 노력했더니 제법 따라오더군요.

▲김: 제가 영어를 배울 때 가장 힘든 게 숫자였거든요. 아이들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생각에 제 딸과 학한국학교 학생들에게도 구구단을 외우게 했습니다. 덕분에 저희 학생들과 딸아이는 전화번호 가격 시간 날짜 등 숫자가 들어간 문맥은 잘 알아들어요.

▲이: 언어는 역시 체험 위주 교육이 중요한 것 같더군요. 3년 전 한국에 갔을 때 민속촌에서 운영하는 예절 캠프에 아이들을 보냈었어요. 절구도 찧고 지게도 지는 등 문화와 풍습을 몸으로 체험해본 아이들은 확실히 한국어 실력이 늘어있더라구요. 사극을 함께 보는데 "엄마 저거 지게야. 나 지어봤다."하면서 반가워하더라니까요. 확실히 한국에 다녀온 후에는 한국어 실력이 크게 늘더군요.

▲정: 한글에 대한 흥미를 주려고 합창단에 가입시켰고 집에서도 동요를 함께 불렀죠. 한글 경시 대회 한글 이야기 대회 한국어 웅변대회에도 빠지지 않고 내보냈는데 상을 받기 시작하자 정말 흥미를 갖더군요.

▲이: 저희 집은 풀러톤인데 한국학교는 LA를 보내요. 예절등 교육방법이 마음에 드는 곳이 있어서요. 그래서 주말에는 더 바쁘지만 하루만이라도 온전히 아이들을 위해 시간을 보내려고 힘들어도 노력하고 있어요. 한국학교에서는 설에 절하는 법도 배워주고 추석 때면 송편도 만들고 제기차기 등 민속놀이를 비롯해 예절 풍속 교육을 잘 시켜줘 아주 만족하고 있습니다.

▲정: 영국 BBC에서 제작한 다큐멘터리 'LA Mix'에 저희 딸 은주가 출연했는데 이를 본 SBS 제작자가 딸아이에게 리포터 직을 제의해왔어요. 그들이 놀라워한 것은 완벽한 영어가 아니라 아나운서만큼 정확한 딸의 한국어 발음이었습니다. 극성이라는 얘기를 들을 정도로 한국어 교육에 신경쓴 덕이 있구나 뿌듯했어요.

▲김: 저희 지아는 버클리로 올라간 뒤 완벽하진 않지만 살가운 내용의 편지를 보내와 저를 기쁘게 합니다. 제가 하도 선생 노릇 하려 드니까 "글씨체가 개떡 같아도 그냥 읽어. 빨간 사인펜으로 내 글씨 고치지 말고. 그냥 내추럴하게 사슈." 이렇게 쓰는 것 있죠?

▲이: 주말에는 아이들을 위해 '대장금' '서동요' 등 사극을 함께 많이 봐요. 아이들이 보면서 "엄마 저건 뭐야?" 하도 자주 물어봐 이야기도 끊기고 귀찮지만 일일이 대답해줘요. 어차피 아이들 한국어 공부 때문에 보는 거니까 저의 흥미는 잠시 접어놔야 할 것 같아서요.

▲김: 저도 현대적인 한국어 감각을 키우기 위해서 딸아이와 한국 드라마를 보며 한국어 공부를 많이 시켰어요. 덕분에 아이는 "눈 좀 붙여." 라는 표현이 눈에 스카치테이프를 붙이라는 게 아니라 잠깐 자라는 뜻임을 알게 됐죠. 이제는 교회에서 양로원 방문을 할 때 공연할 연극 대본을 자신이 직접 한국어로 쓸 정도가 됐습니다. 자기의 조상과 뿌리 한국에 대해 궁금한 게 많다며 한국어로 소설을 쓰고 싶다고 하니 기특하지요.

▲정: 대부분 한국어로 이야기를 시키다가 엄마들이 답답해지니까 빨리 포기를 하시는데요. 전 엄마들에게 절대 포기하지 말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아이가 좋아하는 주제를 찾아내 식사 때고 운전할 때고 이야기를 시키세요. 큰 결과는 이렇게 작은 일상들이 모여 만들어지거든요.

▲김: 요즘 세대들은 컴퓨터 사용이 필수잖아요. 한국어 교육 역시 인터넷과 컴퓨터로까지 연결돼야 하는데 '삭제' '인쇄' '검색' 등 한글 컴퓨터 용어가 아직 아이들에게 그리 쉽지만은 않아 힘이 들어도 지속적으로 교육시키면 한국어 실력도 쑥쑥 늘어요. 처음 자판을 익히는 시간이 좀 힘들겠지만 이 시기만 넘기면 한국어로 채팅 할 정도는 시간 문제지요.

▲이: 요즘은 아침마다 아이들이 한국어 성경 한 구절 읽고 영어 한 구절 읽으며 가족예배를 봐요. 어눌한 단어를 써가며 한국말로 기도할 때는 웃음도 나오고 기특해서 울음도 나와요.

한국어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포기하지 말고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겠지요. 모국어를 잘 가르치는 것도 한국학교가 아니라 역시 엄마들에게 달려있다고 생각합니다.



스텔라 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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