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미술사에 있어서도 벽화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고분벽화 무용총에는 남녀가 대열을 지은 풍류 한마당이 유감없이 표현돼 있다.
천상도와 사신도는 5세기경 고구려인들의 생활과 풍속을 엿볼 수 있는 더없이 중요한 자료들. 고구려인의 진취적 기상이 느껴지는 수렵도 속 청년은 얼마나 늠름한가. 담징의 호류사 금당벽화 속 여래의 자태는 또 얼마나 유려하던가.
'토스카'의 주인공 마리오 카바라도시처럼 안병성(49안스 벽화 앤 아트 대표)씨는 한인 타운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벽화 화가. 그의 활동을 보면 요즘 벽화가 얼마나 크게 인테리어 트렌드의 맥을 잡고 있는지 느낄 수 있다.
그가 캔버스를 표현의 장으로 삼다 벽으로 옮긴 것은 약 4년 전이다. 그 뒤 그는 수 십 채의 주택 카페 레스토랑 패션 매장에 벽화를 시공함으로써 휑하던 공간을 사람 냄새 나도록 꾸며주었다.
어린이 집에는 만화영화의 주인공을 비롯해 구름과 별 꽃을 주제로 밝은 공간을 창조했다. 에펠탑을 바닥에 그려 넣은 패션매장도 반응이 무척 좋았다.
300만 달러를 웃도는 르네상스 스타일의 대저택 천정화는 그가 담당했던 최대의 프로젝트. 3개월이 넘도록 주말은 물론 주중에도 꼬박 매달린 각고의 노력으로 지은 지 1년밖에 되지 않은 새집은 고풍스런 르네상스 시대의 성으로 다시 태어났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 그는 르네상스 시대의 벽화와 인물화에 대해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천장에 그림을 그리며 그의 미켈란젤로에 대한 경외는 깊어만 간다. 위를 쳐다보고 그림을 그리려면 쉽게 목이 뻣뻣해져 10분 그리고 10분 쉬는 것을 반복해야 한다. 말년에 그가 목뼈를 잘 가누지 못했던 이유를 안 씨는 온 몸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한 번은 아주 심플한 아이비 잎의 디자인을 화장실 벽면에 그려 달라는 의뢰를 받았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 사춘기 소녀처럼 아이비 잎을 따다 스크랩북 갈피에 끼워 넣고 앞으로 보고 뒤로 보며 관찰을 했어요." 대상을 향한 관심과 끊임없는 연구 후에는 단순한 이미지의 아이비 잎일지라도 살아 움직이는 감동을 줄 수 있는 법이다.
요즘은 타주에서도 벽화를 의뢰하는 사람들이 제법 많다. 어느날 버지니아의 한 부호가 자신의 저택에 벽화를 그려달라고 그에게 연락을 해왔다.
사면에 그려 넣은 숲의 풍경 착시현상을 이용한 바다풍경 실내에서도 자연을 즐길 수 있게 꾸민 하늘과 구름 그림의 천장화 콘크리트기둥을 대리석처럼 보이게 한 포피니시 등 그는 벽화에 대해 알고 있는 모든 것으로 그 저택을 꾸몄고 이 부호는 상당히 만족스러워했다.
벽화는 공간을 장식해주는 것뿐 아니라 좁은 공간을 넓게 보이게 하는 착시현상을 일으킨다.
특히 풍경화는 평원이나 바다가 눈앞에 펼쳐지는 듯한 착각을 누릴 수 있어 좁은 공간도 넓게 즐길 수 있다. 벽화의 자연은 우리들의 거친 감성을 잠재우며 마음의 평화를 가져다 준다. 적은 자본을 투자해 부동산 가격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이 벽화이기도 하다. 실제 그가 작업했던 집들은 벽화 때문에 수십만 달러까지 집값이 올랐다.
벽화는 밥하고 빨래하는 생활공간을 품격 높은 갤러리로 재탄생시키기 때문이다.
요즘은 가족끼리 벽화를 그리는 가정도 많다. 서투른 솜씨지만 집안에 들여놓은 꽃밭과 바다를 바라볼 때마다 함께 벽화를 그린 추억이 새록새록 깊어질 것이고 또한 이세상에 단 하나뿐인 독특한 공간을 직접 만들어낼 수 있어서라고 이들은 벽화 그리기의 즐거움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