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위성·IT 동원 씨 몇 개까지 결정 새로운 농업혁명 생산성 급증 기대 속 투자 제자리걸음 깨고 올 상반기만 20억 넘어
정밀농업(Precision Agriculture)으로 불리는 새로운 농법이 도입되면서 농업 투자가 활성화되고 있다.
정밀농업은 테크놀러지와 실시간 정보 모니터를 이용해 어떤 작물을 얼마나 어디에 경작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수확량을 늘리는 것으로 새로운 농업혁명으로 불린다. 토양과 농수, 씨앗, 날씨 등 농사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분석해 최적의 농사를 결정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대규모 농경지도 작은 경작지처럼 운영할 수 있다.
정밀농업의 목표는 물론 높은 생산성이다. 같은 경작지에서 더 많은 수확을 거두는 것이다. 현재 73억 명에서 2050년 97억 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전세계 인구증가에 대비하는 측면도 있다. 중국의 중산층이 증가하고 인구의 도시집중 현상도 정밀농업을 확산시키고 있다. 중국의 중산층과 도시 거주자가 가주산 와인과 아몬드, 우유 소비를 계속 늘리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농업용수 확보에 대한 불안감도 정밀농업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 미국국립해양대기청은 지난 9월 전세계 기온이 관측을 시작한 136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농사정보관리회사인 클라이미트코프의 마크 영 수석 테크놀러지담당 오피서는 "현재 상황으로 보면 2050년 인구증가에 따른 농업 생산성 증가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우려를 표시한다.
이런 불투명한 농업 생산성 전망이 많은 기업에겐 좋은 투자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17개 주에서 시험농장 약 3만 에이커를 운영하고 있는 클라이미트코프는 데이터베이스화한 전국의 기후와 토양 정보를 분석하는 스타트업 회사로 2013년에 종자회사 몬산토에 인수됐다. 영 수석 오피서는 "데이터 분석을 통해 어떤 씨앗을 얼마나 어떤 토양에 뿌리는 것이 최선인지 모델로 만들 수 있다"며 "우린 특정한 기후의 패턴도 예측할 수 있다"고 말한다.
농법개발 회사를 전문으로 하는 온라인 플래트폼 회사 애그펀더는 2015년 상반기 정밀농업을 포함해 농업기술에 대한 투자가 20억6000만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애그펀더에 따르면 농법 기술에 대한 투자는 2012년 이전까지 연 5억 달러에 머물며 평행선을 그렸다. 이에 비하면 최근 농업에 대한 투자는 비약적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정밀농업 한 분야에서만 2014년 2억7600만 달러가, 2015년에는 상반기에만 4억 달러의 투자가 이루어진 것으로 추산된다.
정밀농업은 농업용수가 귀하고 경작지가 작게 나뉘어진 중국 등에서 특히 유용한 것으로 평가된다. 디어사는 2008년 아시아와 아프리카, 중동에서 11억 달러의 농업용 기계를 판매했다. 2014년 20억 달러로 거의 2배로 늘었다. 이들 지역에서 농기계 시장을 확인한 디어사는 정밀농업 등에 필요한 테크놀러지 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농기계가 서로 통신하는 텔레매틱스와 농기계가 정확한 농지 정보를 파악하는 센서 테크놀러지 등이 디어사가 관심을 보이는 테크놀러지다.
노스캐롤라이나주 농업소비자서비스국의 샌디 스튜어트 조사국장은 "2050년 전세계의 중산층은 10억 명에서 30억 명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수요 증가를 맞추려면 농업생산량을 최소 2배로 늘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결국 해답은 정밀농업이라는 것이다. 정밀농법 기술 중 하나가 실시간이동측위(RTK)다. 이 기술은 인공위성이 제공하는 위치정보인 GPS보다 정교하다. 대규모 경작지에서도 2cm 안의 정교한 위치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트랙터의 진행 궤적에 오차가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씨를 뿌릴 때 토양과 농수, 기후 정보를 종합해 결정하기 때문에 트랙터가 가는 곳마다 최대의 수확을 거두려면 씨앗 몇 개를 뿌려야 하는지까지 정확하게 실시간으로 결정할 수 있다. 씨 한 톨도 낭비하지 않고 정확한 위치에 필요한 양만 사용해 최대의 수확을 거두는 것이다. 씨를 적게 뿌리거나 많이 뿌려 지력을 낭비하지 않는다. 비료도 넓은 경작지에 똑같은 양을 뿌리는 것이 아니라 기계가 지나는 곳마다 작물의 성장상태와 지력을 고려해 결정한다. 여기에 사용되는 트랙터는 농부가 직접 몰 수도, 자동 운행할 수도 있다.
정밀농업의 또 다른 장점은 센서다. 기계에 센서를 부착해 습도와 지력, 병충해, 작물의 밀도에 대한 정보를 취합하거나 실시간으로 전송할 수 있다.
20세기 들어 농업 기계화는 비약적인 생산성 증가를 가져왔다. 트랙터가 도입되기 전 100부셸의 옥수수를 생산하기 위해 씨를 뿌리고 수확하는 데 35~40시간이 걸렸다. 트랙터 도입으로 이 시간은 2시간45분으로 줄었다. 기계가 생산시간을 줄였다면 정밀농업은 같은 면적, 같은 생산 시간에도 생산량을 더 늘린다. 컴퓨터 농업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