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간 팜 데저트에서 백인 손님을 상대하면서 느낀 것과 이곳 코리아타운으로 옮겨 비즈니스를 한 지 1년이 조금 넘은 시점에서 느끼는 한국 손님에 대한 첫인상은 사뭇 다르고 흥미롭다.
대부분의 백인들은 매장에 들어오면 물건을 찬찬히 둘러보면서 매장의 직원이나 오너와 보석이 아닌 다른 주제로 대화를 시작한다. 날씨 얘기며 의상 얘기며 주로 세상 돌아가는 얘기로 시작한다. 그러다 마음에 드는 물건이 있으면 그 물건에 관심을 보이고 물건에 대한 정보를 취득한 후 한번 해 봐도 되겠냐고 물어본다.
착용해본 다음에는 물건이 너무 예쁘다, 마음에 든다며 칭찬을 쏟아낸다. 물론 그들이 얘기 하는것은 100% 진심이 아니며 예의상 던지는 멘트가 대부분이다. 그리곤 가격을 물어본다. 물건이 정말 마음에 들면 그 값에 사든지 아니면 자기 예산에서 벗어나는데 디스카운트가 되는지를 물어본다. 마지막으로 물건과 가격이 마음에 들면 살 것이며 아니면 조금 더 생각해 보겠노라 하면서 매장을 나선다.
코리아타운 매장으로 가보자. 손님이 들어온다. 바로 한 개의 물건에 시선을 보낸다. 그리고 묻는다.
“얘 얼마예요?”
가격을 안 후 바로 다시 물어본다.
“얘 얼마까지 해줄 수 있는데?”
얼마까지 해드리겠다 말하고 나면 거기에 대해 아무런 응답없이 또 다른 물건에 시선을 보내고 똑같은 과정을 되풀이 해서 묻는다. 그리곤 잘 봤어요 하면서 손님과의 교감도 갖기 전 서둘러 자리를 뜬다.
손님이 나가고 난 후 나는 그 손님이 매장을 찾은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 본다.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다, 왜 들어왔는지. 설령 살 마음이 없었다 해도 물건이나 제대로 보고 가지…
나로선 낯설고 생소한 ‘얘’라는 표현을 사람이 아닌 물건에도 사용한다는 것을 이곳에 와서 처음 알았다. 물론 내가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한국어를 제대로 따라가지 못해서 생긴 불찰인 걸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건을 지칭해 ‘얘’라고 쓰는 표현은 아직도 적응 중이다. 아니 아마도 적응 못할 것 같다.
어떤 손님은 매장에 들어와 노골적으로 물건을 싸게 사고 싶다고 하신다. 물론 나도 동감한다. 나도 콜롬비아에 가서 에메랄드를 구입할 때 최대한 싸게 사고 싶어한다. 그런데 그게 내 마음대로 안된다.
보석이란 공장에서 대량으로 만드는 공산품이 아니라, 하나 하나가 다르기 때문에 가격을 일률적으로 정할 수가 없다. 콜롬비아 보고타에는 수백개가 넘는 에메랄드 사무실이 있다. 원석 주인은 이곳을 다 돌아다닌 후 최고의 값을 오퍼한 곳에 물건을 판다. 그 말인 즉 내가 사온 에메랄드는 산지에서 최고의 값을 오퍼했기에 내게 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는 뜻이다.
매장에서 손님들을 직접 상대해 보면 의외로 많은 분들이 엉터리 물건을 비싼값을 치르고 사신 경우를 본다. 보석은 말 그대로 귀한 것이다. 이런 귀한 것이 시세보다 싸다면 한번쯤은 의심해 봐야할 것이다.
손님이 다이아몬드를 구입할 때 상황을 들여다 보자. 매장을 방문하든, 전화상담을 하든 이런 질문을 많이 받는다. 예를 들어 크기는 3.51 캐럿이고 컬러는 F, 흠은 VS2인데 얼마에 살 수 있냐고 물어보신다.
그러면 나는 설명한다. 손님 저는 그런 물건이 지금 없습니다, 그래서 얼마라 말씀드리기 곤란하네요, 라고 하면 어떤 손님은 화를 내신다. 보석상이 다이아몬드 가격도 모르고 어떻게 장사를 하냐고, 당신 제대로 알고 비즈니스 하는 거냐고.
아마도 이분은 어디선가 이런 물건을 보셨거나 이미 구입한 본인의 보석의 가치가 궁금하신게다. 물론 대강의 가격을 말해 드릴 수 있지만 그분이 보거나 산 물건과 내가 보여드릴 물건은 같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비교의 대상이 안된다.
내가 만약 내 가격을 낮게 말해 드리면 그분은 자신이 구입한 물건에 대해 실망하고 판매한 보석상이 바가지를 씌웠다고 원망할 것이며, 내가 가격을 비싸게 말하면 나를 도둑놈으로 몰 것이다. 그래서 나는 손님들에게 이렇게 말하곤 한다. 지나간 것은 잊으시고 손님이 지불한 가격이 손님 물건의 가격인 것이라고.
보석이란 인간처럼 각기 다 다른 개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일반 소비자가 잘 알고 산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보석을 오래 다뤄서 전문가라 불려지는 나도 하면 할 수록 모르는게 보석이다. 그래도 내가 소비자보다는 조금 더 아니까 이 직업을 업으로 삼고 해오는 것이라 생각한다. 손님 입장에서는 바가지를 쓸까 봐 엉터리 물건을 살까 봐 걱정하고 그래서 보석상을 믿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안다. 그래도 보석에 대해 많이 알고 신뢰할 수 있는 보석상을 찾는 것이 보석을 싸게 사기 위해 여기저기서 보석상과 실랑이를 하는 것보다 현명한 방법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래도 저래도 신뢰할 수 있는 보석상을 만나기 어렵다면 이 방법밖에는 없다. ‘사지말자.’ 어차피 우리가 사는데 꼭 있어야 할 생필품은 아니니까.
보석상식25. 클레오파트라가 가장 사랑했던 보석은?
에메랄드는 베럴(BERYL)과의 광물로 B.C. 3500 – 330 사이에 이집트에서 처음으로 채굴되었다고 전해집니다. 에메랄드는 앞날이 안개가 낀 듯 불안한 사람들이 몸에 지니면 지혜와 통찰력을 준다고 믿어왔으며 중세에는 미혼 남녀가 장신구로 만들어 착용하면 상대방의 마음의 문을 열 수 있고 사랑에 빠질 수 있다고 믿어온 보석입니다.
클레오파트라가 가장 사랑하고 많이 소장한 보석으로 유명하고 미의 여신 비너스에게 바쳐졌다는 전설이 있는 보석으로 성실 친절 선의의 뜻을 갖고 있습니다. 에메랄드의 초록색이 눈병과 시력에 좋다 하여 반지나 장식석으로 많이 사용되어졌고 열병이나 이질의 특효약으로, 그리고 인도에서는 해독제나 우울증 치료제로 사용되었을 만큼 여러가지 속신이 많은 보석입니다.
흠이 없는 에메랄드를 찾는일은 결점이 없는 사람을 찾아내는것 보다 더 어렵다는 서양 속담이 있을 정도로 불순물과 균열이 없는 에메랄드를 보기는 거의 힘듭니다. 그래서 내부의 미세한 균열은 에메랄드가 천연임을 증명하는 것이며 이로 인해 가짜를 만들어 파는 사람들은 천연임을 가장하기 위해 고의로 불순물을 만들어 진짜로 위장하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