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이트플랜>
(Flightplan)의 영화포스터를 보면 절반 이상이 조디 포스터의 모습으로 채워져 있다.
제목 중의 ‘flight’가 없더라면 어떤 영화인지 전혀 감을 잡을 수 없을 정도다.
왜냐 하면 조디 포스터의 스타 파워에 그만큼 의존한 영화이기 때문이다.
아카데미상 2회 수상 (
<피고인>
,
<양들의 침묵>
)에 빛나는 조디 포스터가 전작
<패닉룸>
이후 3년 만에
<플라이트플랜>
으로 복귀했다.
이 두 영화의 내용이나 조디 포스터가 극중에서 맡은 역이 매우 흡사하다.
이제까지 다양한 영화에서 다양한 역을 소화해 온 포스터로서는 다소 의외적인 일이다.
1991년도 작품으로 그녀가 직접 메가폰까지 잡았던
<꼬마 천재 테이트>
까지 합하면 모두 세 편의 작품에서 헌신적인 엄마 역을 맡고 있어, 혹시나 조디 포스터의 이미지가 그쪽으로 굳어지는 거나 아닐까 하는 우려가 들기도 한다.
배우에게 있어서 이미지가 고정된다는 것은 배역의 폭이 좁아진다는 문제를 안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히치콕식 스릴러물임을 표방하고 있는데, 아닌 게 아니라 히치콕의 초기 영화
<사라진 여인>
(The Lady Vanishes, 1938)에서 여러 가지 상황을 차용하고 있다.
카일(조디 포스터 분)은 항공기 엔진 설계 엔지니어다.
옥상에서 추락해 사망한 남편의 시신을 싣고 장례식을 치르기 위해 살고 있던 독일에서 미국으로 가는 비행기에 딸과 함께 오른다.
잠깐 잠이 든 사이에 6세 난 딸이 비행기 안에서 사라진다.
수 만 피트 상공에 떠있는 점보 여객기 안에서 딸, 쥴리아가 사라진 것이다.
쥴리아를 찾기 위한 카일의 수색작업이 시작되지만 승객이나 승무원의 태도는 냉담하다.
왜냐 하면 쥴리아라는 이름이 탑승자 리스트에 없었고 아무도 쥴리아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에 남편이 죽었다는 사실과 딸도 그때 남편과 함께 죽었다는 소식이 전해 오면서 카일은 정신착란자로 몰려 기내 보안관에 의해 체포되기에 이른다.
이 얼마나 기가 막힌 상황인가. 나중에는 카일 자신까지도 가족을 잃은 충격에 뭔가를 잘못 기억하고 있는 거나 아닌지 하는 의문을 갖는다.
딸이 김 서린 창에 남겼던 하트 모양을 보고서야 딸의 실재를 확신하고 딸을 찾기 위해 수 백 명의 원망을 들어가며 보안관의 관찰로부터 탈출, 외로운 투쟁을 시작한다.
항공기 엔지니어답게 비행기 내부에 대해 속속들이 아는 만큼 거대한 점보 여객기를 무대로 종횡무진하는 모성애가 감동스럽게 펼쳐 진다.
그러나 카일의 다이하드적 활약상이 영화 속에서 영웅적으로 그려지고 있지만 좀더 이성적이고 현실적으로 생각한다면 그녀의 행위는 분명 공공을 위협하는 것이었다.
자신의 딸을 찾겠다는 일념으로 모든 사람들의 뜻에 반해 그들의 생명을 담보로 한 모험을 감행한다는 건 용납되기 어려운 부분이다.
아무리 전문가로서 비행기에 대해 잘 안다고 치더라도 말이다.
또 남의 불행에는 아랑곳없이 자기 가족만을 챙기는 가장을 희화적으로 묘사한 장면이 있는데, 자기 가족 챙기기를 비난한다면 카일의 행위야말로 극을 달린 경우라고 비난 받아야 할 것이다.
영화가 중반까지는 미스터리적 요소까지 가미돼 관객을 긴장감 있게 끌어가는 데 성공하고 있지만 후반부 반전 이후엔 너무 단순하게 결말을 지어 못내 아쉽다.
단순한 만큼 명쾌하고 개운한 맛은 있으나 복잡한 구성에 길들여 온 관객들의 만족도를 채우기엔 역부족이다.
모든 사건의 동기에 대해 장면으로 보여주질 못하고 말로 설명하는 것도 영화의 완성도를 깎고 있다.
역시 돋보이는 건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고군분투하는 조디 포스터의 연기와 가상의 점보 여객기 E-474의 위용이다.
그리고 재미난 사실 하나는 모성애가 돋보이는 이 영화의 오리지널 시나리오에는 주인공이 남성으로 돼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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