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중앙일보

광고닫기

[진맥 세상] 유승준과 김련희

Los Angeles

2015.11.18 20:55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기사 공유
이원영/편집국장
#. 지난 5월 가수 유승준(39)씨가 인터넷TV와 생방송 인터뷰를 가졌다. 병역기피 의혹으로 한국 입국을 금지당한 지 13년 만에 그는 무릎 꿇고 사죄했다.

내내 울먹였다. 시간을 돌이킬 수 있다면 당장이라도 군대에 가겠다고도 했다. 부모의 설득으로 시민권을 취득했고 어린 시절 섣부른 선택이 그렇게 큰 물의를 일으킬 줄은 몰랐다며 절절히 후회했다. 유씨는 군복무를 다시 하더라도 아이들과 함께 떳떳하게 한국땅을 밟고 싶다고 했다. 울먹이며 입국을 허락해달라는 모습이 너무 딱했다.

유씨는 잘 생긴 아들 둘을 두고 있다. "한국 혈통을 가진 아이와 가족을 위해서도 이렇게 있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는 말에 아버지로서 안타까운 심경이 묻어난다.

그는 지금 한국 출입국관리법 11조에 의해 '대한민국의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는 사람'으로 분류돼 입국 비자를 못받고 있다.

며칠 전 유씨는 LA총영사관을 상대로 비자 발급 거부 취소 소송을 냈다. 변호인은 "이유도 고지하지 않고 비자를 거부하는 것은 평생 입국을 금지시키겠다는 의사로 볼 수밖에 없어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 여기 한 여인이 있다. 한국에 살고 있는 탈북동포 김련희(46)씨다. 그는 지금도 "저는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공민이다. 비록 지금은 남한에 억류돼 살지만 조국으로 돌아가는 날만 기다리며 살고 있다"고 말한다. 의사인 남편과 딸(20) 하나를 둔 평범한 북한의 중산층 가정주부였던 김씨는 2011년 5월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에 있는 조선족 큰아버지를 만나러 갔다. 복부에 물이 차는 간복수 병을 치료할 겸해서였다. 치료비가 만만치 않아 포기하곤 선양으로 가 한달 요량으로 조선족 식당에서 일하던 중 탈북 브로커를 만났다. 남한에 가면 큰돈을 벌 수 있고 6개월 후 여권이 나오면 중국으로 되돌아 오면 된다는 말에 남한행을 결행했다.

남한에 입국한 김씨는 곧바로 국정원 합동신문센터로 보내졌고 김씨는 자신의 사정을 설명하고 북송시켜달라고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 이후 중국으로 밀항하려 중국주재 북한 대사관에 전화를 걸다가 '간첩'으로 몰려 재판까지 받았다. 자살도 시도했다. 김씨의 가족들은 북한TV에 나와 울부짖으며 남한 당국을 원망하고 있다.

#. 한번 솔직히 까보자. 대한민국에 유승준보다 더한 철면피 병역기피자들이 얼마나 많은가. 돈과 권력을 이용해 군대 빠지고 호의호식하는 공직자.정치인.기업인들이 부지기수다. 온갖 이상한 병명(참고로 황교안 총리의 병역면제 병명은 만성담마진)을 붙여서 가짜 환자로 병역을 기피하는 예능인.체육인들은 또 어떤가. 그런 인간들이 우글우글한 한국에서 유승준이 죽을 죄라도 지은 건가. 연예인으로서 13년 오명은 충분히 가혹했다. 떵떵거리며 사는 다른 병역기피자들에 비하면 이중잣대가 너무 지나치다.

김련희씨는 어떤가. 한국에 3만 명에 가까운 탈북자들이 산다. 북한 정권이 싫어서였건, 배고파서였건 북한을 떠나 남한에 정착한 그들도 일종의 '이민자'들이다. 이민생활이 힘들면 역이민하듯, 탈북동포들에게도 특수한 경우엔 '역이민'을 허용해야 하지 않을까. 물론 법적.정치적 문제는 고려해야 하겠지만 김련희씨의 '간첩 행위'가 걱정될 정도로 대한민국이 허약하진 않을 것이다.

정기(正氣)가 튼튼하면 사기(邪氣.나쁜 기운)가 몸을 침범해도 병에 걸리지 않는다. 정기가 튼튼한 사람은 약과 병원을 찾지 않는다. 반면 정기가 부실한 사람은 툭하면 병에 걸리고 걸핏하면 약 찾고, 의사 부른다.

입국을 원하는 유승준씨는 막고, 간절히 내보내달라는 김련희씨는 붙들고있는 대한민국, 꼭 정기에 자신 없는 건강염려증 환자 같다. 나라 품이 이렇게도 용렬하다면 그 국민들은 또 어떻겠나.

통큰 조국의 모습을 보고 싶다.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