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단편 '산제이의 수퍼팀(Sanjay's Super Team)'이 할리우드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산제이의 수퍼팀'은 한인 피터 손 감독이 연출한 장편 애니메이션 '굿 다이노' 본편 시작 전 상영되는 7분 길이의 애니메이션이다. 영화는 명상 중인 아버지 옆에서 지루해 하던 소년이 꿈 속에서 힌두교의 신들로 이루어진 수퍼히어로들과 악을 처부순다는 내용이다. 영화 속엔 힌두교 예식에 따라 생활하는 인도계 부자의 일상과 힌두 미술의 영향을 받은 그래픽이 가득하다. 픽사와 디즈니, 드림웍스 등 주요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들은 매번 새 영화를 내놓을 때 마다 단편 하나씩을 함께 선보이며 새로운 소재 개발과 차세대 감독 발굴의 밑거름으로 삼아 왔지만, 아시아 문화권의 정서와 소재를 전면에 내세운 작품을 선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산제이의 수퍼팀'은 인도계 미국인인 산제이 페이털 감독이 힌두교 문화권인 가정에서 자라며 겪었던 자전적 이야기를 담아 눈길을 끈다. 페이털 감독은 "어린시절 매일 아침 힌두신에게 참배를 하는 아버지 옆에서 TV 속 수퍼히어로를 보느라 정신이 팔려있던 기억이 생생하다"며 "이번 단편은 조금의 가공도 없는 내 경험에서 나온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철없던 꼬마가 자신의 문화적 뿌리를 깨닫고 이를 수용하게 되는 과정을 담고 싶었다는 게 페이털 감독의 설명이다. 영화 속 이미지들은 페이털 감독이 힌두 문화에 관한 자료들을 모아 발행했던 그래픽노블을 기반으로 했다.
산제이 페이털 감독은 픽사에서 20여년 간 캐릭터 디자이너 겸 스토리 아티스트로 일한 업계 베테랑이지만, 직접 연출을 맡아 단편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어린 시절의 기억을 끄적인 페이털의 그림을 보고 픽사의 수장이자 총괄 크리에이티브 담당인 존 래스터가 직접 단편 연출을 제안했다. 페이털 감독은 "워낙 내성적 성격이라 연출 욕심이 없었던데다, 너무 이국적인 소재라 대중에게 사랑받을 자신이 없었다"며 제작 초반 픽사 측의 연출 제의를 망설였다고 전했다. 그는 "아버지가 '이번 기회는 거룩한 소명'이라며 '절대 외면하면 안된다'고 독려해줘 용기를 내 작품을 만들 수 있었다"고도 덧붙였다.
'산제이의 수퍼팀'은 최근 들어 할리우드 영화에 인종적 문화적 다양성을 더해야 한다는 움직임과 맞물려 더욱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페이털 감독은 이와 관련, "픽사가 소수계 문화를 소재로 영화를 만들었다는 점이 다른 피부색과 성장배경으로 인해 고민하고 있는 많은 어린이들에게 희망을 줬으면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