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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이야기]나니아 연대기: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

San Francisco

2006.01.12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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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화 (영화칼럼니스트)

이번엔 <반지의 제왕> 디즈니 버전이다!


<반지의 제왕> 의 디즈니 버전이라고 보면 될 듯 싶다.

<반지의 제왕> 의 원작자인 J.R.R. 톨킨과 <나니아 연대기> 의 원작자 C.S. 루이스는 기독교적 세계관을 공유한 친구 사이였다.
특히 루이스는 뛰어난 기독교적 변증학자이기도 하다.
이들이 집필한 상기 두 작품은 판타지 문학의 대표적인 고전으로 꼽힌다.

차이를 찾자면 <반지의 제왕> 이 새로이 창조된 신화로서 다양한 연령층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데 비해, <나니아 연대기> 는 익숙한 신화들을 차용하고 있으며 청소년 이하를 겨냥한 작품이라는 점이다.
이 두 작품들은 많은 교회에서 감상할 것을 추천하고 있다.
더구나 <나니아 연대기> 에는 기독교의 가장 중요한 개념이 함축돼 있어 교회에서 교육용으로도 활용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여타 종교영화처럼 따분할 것이란 섣부른 실망을 미리 할 필요는 없다.
아이들도 좋아할 만한 영화만 만드는 디즈니 작품이니 재미는 필수적으로 갖추고 있다.

이번에 영화화된 <나니아 연대기: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 (The Chronicles of Narnia: The Lion, the Witch & the Wardrobe)은 전 7권으로 구성된 <나니아 연대기> 의 두 번째 작품으로 그 중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관객의 반응에 따라 나머지 책들도 영화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 두 작품과는 대조적으로 <반지의 제왕> 과 비슷한 시기에 소개됐던 <해리 포터> 시리즈는 교회에서 감상을 극구 말리는 영화다.
반기독교적인 마법의 세계를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무대는 2차 대전 때, 영국이다.
런던에 거주하는 네 남매가 독일기의 공습을 피해 시골에 있는 디고리 교수의 별장으로 피신을 한다.
아이들이 이 집 안에서 흰 천으로 덮혀 있는 옷장을 발견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옷장이 나니아라는 신비한 세계로 연결돼 있는 것이다.
나니아는 겨울의 마녀 제이디스의 지배 하에 온통 얼어붙어 있다.
전해 내려오는 예언에 따르면, 주인공 네 남매가 이 얼어붙은 나니아에 따뜻한 봄날을 찾아준다는 것이다.

여러 가지 이유로 이 영화가 <반지의 제왕> 과 비교가 되지만 같은 시각으로 볼 성격의 작품은 아니다.
일단 <나니아 연대기> 는 원작이 아동용이라는 내용 상의 한계를 안고 있다.
주인공들이 아동인 이상 전투 장면을 찍어도 장면 묘사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클라이막스인 전투 장면에 등장하는 캐릭터가 2만여 가지라고 하지만 <반지의 제왕> 의 전투 장면처럼 압도적인 분위기는 아니다.
열 살 전후의 아이들이 전투에 주도적으로 참가하고 영웅이 된다는 것도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나니아라는 상상 속의 나라의 풍경은 같은 뉴질랜드에서 촬영했다는데, <반지의 제왕> 의 배경만큼 신비로워 보이질 않는다.

<슈렉> 두 편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애니메이션 감독 앤드류 애덤슨은 <반지의 제왕> 을 감독한 피터 잭슨과 같은 뉴질랜드 출신이다.
그는 그의 첫 실사 영화인 <나니아 연대기> 가 안고 있는 한계를 지혜롭게 극복했다.

<반지의 제왕> 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웅장하고, 덜 화려해 보이더라도 이 영화에는 <반지의 제왕> 이 갖고 있지 않은 따뜻함과 가족애, 희망 같은 것들이 담겨 있다.
외피는 판타지 영화지만 내용은 가족영화, 혹은 성장영화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CG 창조물인 사자 아슬란은 예수를 상징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의 음성 연기를 리암 니슨이 멋지게 소화하고 있다.

참고로, 평생 독신으로 생활하다가 늦으막에 골수암에 걸린 미국의 시인 조이 그레샴과 결혼을 하는 C.S. 루이스의 순애보를 그린 영화가 <섀도우랜드> (Shadowlands)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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