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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유회 기자의 무비리뷰-글로리 로드] 스포츠 열기로 인종차별 녹이다

Los Angeles

2006.01.13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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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년 대학농구 우승한 텍사스 웨스턴대학 실화

제리 브룩하이머가 제작한 제임스 가트너의 장편 데뷔작 '영광의 길'(Glory Road)은 정량 영화다. 필요한 만큼만 한다. 스포츠 영화는 각본없는 드라마인 스포츠 자체의 재미에 사회 통합이나 인간승리의 감동을 혼합한다. 흑백 통합의 감동에 중점을 둔 '영광의 길'은 가슴이 벅찬 것도 아니고 밋밋한 것도 아닌 정량의 감동과 재미를 준다.

첫 화면은 민권 운동과 우주선 발사등 미국의 60년대를 몽타쥬로 엮는다. 그리고 곧바로 여자 고등학교 농구팀 감독 돈 해스킨스(조시 루카스)가 전국대회에서 우승하는 장면을 보여준다. 해스킨스의 얼굴에 떠오르는 기쁨과 곧이어 스치는 쓸쓸함. 여고팀 감독이니까.

쓸쓸한 그에게 텍사스 웨스턴 대학에서 농구팀 감독 제의가 온다. 상황은 여의치 않다. 괜찮은 백인 선수를 스카웃하려 해도 학교엔 돈이 없다. 그는 결심한다. 흑인 선수를 뽑자. 반대하는 이들이 있다. "흑인은 기술은 있지만 경기를 리드하지 못하고 압박감을 견디지 못한다." 그래서 흑인 선수들은 벤치를 지키고 있다. 스카웃을 제의하자 흑인 선수가 비아냥거린다. "벤치에 처박아 두려구요?"

그래도 그는 흑인들을 데려온다. 하지만 그에게도 편견은 있다. 기본에 충실한 농구를 외치며 덩크슛이나 화려한 개인기를 억누른다. 랭킹 4위팀에게 일방적으로 밀리자 해스킨스는 흑인선수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덩크와 개인기를 허용한다.

승승장구. 촌구석의 무명팀은 마침내 대학농구선수권대회(NCAA) 결승에 오른다. 상대는 전설적인 감독 아돌프 러프(존 보이트)가 이끄는 전통의 명문 켄터키대학.

66년 NCAA 우승팀 텍사스 웨스턴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는 농구가 흑백 차별을 어떻게 극복했는가의 감동이다. 텍사스 웨스턴의 흑인 선수 5명과 켄터키대학의 백인선수 5명이 붙는 결승전은 그 하일라이트다. 이를 위해 가트너 감독은 한 두가지 사실을 살짝 바꾼다.

영화에서 해스킨스 감독은 대학 역사상 처음으로 흑인 선수를 스카웃해 부임 첫 해 우승한다. 사실은 부임 6년 만에 우승했고 그가 부임했을 때 이미 흑인선수 3명이 있었다.

극적인 감동을 노린 것이지만 이것이 영화를 완전히 바꾸지는 못한다. 배우들의 연기는 뛰어나지만 스포츠 영화의 정코스를 답습하는 방식은 무난한 수준에 그친다.

역사적으로 이 경기는 미국 대학 농구의 모습을 바꾸었을 뿐만 아니라 흑백분리 반대 운동을 촉진했다는 해석도 있다. 영화에서는 백인들의 거센 저항과 린치를 자주 등장시켜 그 의미를 살리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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