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의 어원을 공부하는 사람이 가장 어려워하는 단어 중 하나가 '착하다'이다. 다른 말은 보통 하다 앞에 있는 부분의 의미가 명확한데 착하다의 경우에 '착'이 무슨 뜻인지 알기 어렵다. 예를 들어 '사랑하다 생각하다 말하다 귀하다' 등의 말을 보면 어원을 생각하지 않아도 금방 알게 된다. 하지만 '착'이 무슨 뜻인지에 대해서는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이렇게 실마리가 없이 홀로 쓰이는 말을 '유일 형태소'라고 한다. '착'은 무슨 말일까? 우리 민족은 어떤 사람을 착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을까?
오랫동안 고민이었던 '착하다'의 어원은 의태어 '착 착착 척 척척'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착'은 다른 말에서 쓰이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의태어를 공부하다가 새로운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의태어는 우리말의 보물 창고 같은 곳이다. 의태어에는 수많은 우리말의 어원이 담겨 있다. 의태어는 모음이나 자음을 바꾸어 화려하게 변신을 한다. 의태어를 볼 때 이 단어는 무엇과 관련이 있을까 고민해 보는 것은 새로운 재미를 준다. 수수께끼를 푸는 기분이라고나 할까?
'착하다'와 관련이 있는 의태어로는 우선 '착'을 찾아볼 수 있다. '착'은 차분히 가라앉아 있는 모습을 나타내며 질서 있는 모습을 나타내기도 한다. '착'의 또 다른 설명으로는 '몸가짐이 얌전하고 태연한 꼴'이라는 뜻도 있다. 나는 여기에서 나온 표현이 '차분차분'과 '차근차근'이라고 본다. 준비가 잘 되어있을 때 '착착' 준비를 한다는 표현을 하기도 한다. 어떤 일이든 문제없이 해낼 때 '척척'이라는 표현도 쓴다. '착착'과 '척척'은 모음 교체가 일어난 어휘이다. '착하다'는 말과 비교할 수 있는 어휘로는 '착실하다'가 있다. '착실하다'는 말은 '착하고 실하다'는 의미이다. '실하다'의 '실'은 한자어로 '실(實)'의 의미라 볼 수 있다. 열매 맺음의 의미다. 이러한 어휘를 살펴보면 '착하다'의 의미를 추론할 수 있다.
몸가짐이 얌전하고 행동이 차분하며 일을 차근차근하고 무슨 일이든 불평 없이 척척 해내는 사람이 착한 사람이다. 단순히 욕심이 없고 남을 위하는 모습만이 착한 사람의 모습은 아니다. 착하다의 의미를 이렇게 조합해 놓고 보니 착한 사람이 참 좋은 사람이고 칭찬임을 알 수 있다. 착한 사람이 되어야 하고 착하게 살아야 하겠다.
그런데 요즘에는 착하다는 말이 욕이라고 한다. 슬픈 일이다. 착하다는 말이 남의 말을 잘 듣는 사람처럼 취급된다. 주관이 없는 사람처럼 여겨진다. 함부로 대해도 되는 사람처럼 착한 사람을 생각한다. 착한 사람은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피해주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에게 이로운 일을 좋아한다. 그러다 보니 오해가 생긴 것이다. 물론 나쁜 일을 보고 그냥 넘어가거나 다른 사람을 괴롭히는 사람을 보고 눈 감아 주는 일은 착한 일이 아니다. 착한 사람이 바보처럼 당하기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말이다. 착한 사람은 순둥이와 같은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일이 잘 되게 만드는 사람이다.
착한 사람이 어찌 나쁘겠는가? '착하다'는 말의 원 의미를 생각해 보고 착한 사람을 귀하게 생각하는 세상이 되었으면 한다. 착한 사람은 좋은 사람이다. 착한 일은 사람을 기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