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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이야기]게이샤의 추억

San Francisco

2006.01.26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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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화 (영화칼럼니스트)

푸른 눈의 게이샤, 낯선 아름다움


<게이샤의 추억> (Memoirs of a Geisha)은 1930년, 1940년 대에 활약했던 한 게이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아서 골든의 동명 소설(1997년 발간)을 영화화 한 것으로, 영화 외적으로 여러 가지 화제를 몰고 오기도 했다.

당초 스티븐 스필버그가 감독을 맡을 계획이었는데 <시카고> 의 롭 마샬로 바뀌었다.
롭 마샬은 자신이 뮤지컬 배우 경력도 있으니 가무를 다루는 영화에는 적격이라고 볼 수도 있다.

주인공 사유리 역을 맡은 장쯔이 외에 조연인 하츠모모 역의 공리, 마메하 역의 양자경 등 주요 게이샤 역에 모두 중국계 배우들이 기용돼 중국, 일본 양국으로부터 불만의 소리가 높았다.
심지어 중국에서는 상영 금지 처분까지 받았다.
조연 게이샤 역으로 김희선이나 김윤진을 기용한다는 설이 있었으나 본인들이 사양했다니 다행인 듯 싶기도 하다.

게이샤(藝者)란 원래 춤과 노래, 악기 연주, 그림 등에 능한 예능인들로서 만능 엔터테이너였다.
그들은 몸을 파는 유녀와 확연히 구분되어야 한다.
예술 각 방면에 걸쳐 재능을 계발하고 화장, 의복, 자세, 화술 등 어느 것 하나 소홀함 없이 자신을 갈고 닦아 외부로는 완벽한 아름다움을 과시했지만 내면으로는 사랑조차도 맘대로 할 수 없고, 경쟁에 시달리고, 짧은 전성기 이후를 걱정해야 하는 게이샤의 삶은 고단했다.
그리고 높은 자존심과 예술성에도 불구하고 그들 대부분은 원해서 게이샤가 됐다기보다는 가정 형편이 어려워 어쩔 수 없이 택하게 된 경우가 많았다.
영화에서는 하츠모모의 모습을 통해 게이샤의 숙명적인 삶을 일부 보여 준다.

영화는 완전 잡탕이다.
일본이 무대지만 주요 배역은 중국 배우가 맡고 미국 감독의 연출 하에 영어로 대화를 하며 주로 미국에서 촬영됐다.
헐리웃에서 상업적으로 바라본 오리엔탈리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저들 눈에 신비롭게 비친 게이샤 문화를 자기 식으로 이해하고 표현하는데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대규모 자본(8천 5백만 달러)이 투자된 만큼 막강한 배역진과 화려한 영상미를 자랑한다.

공연 남우들은 일본 배우들로 <라스트 사무라이> 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겨 국제적 명성을 얻은 와타나베 켄과 일본에서 국민배우로 꼽히는 야쿠쇼 코지가 그들이다.
그리고 사유리의 어린 시절 치요 역을 맡은 오고 스즈카는 너무나 깜찍한 외모로 큰 반향을 일으킬 것이 예상된다.

그 동안 중국을 대표하는 배우였던 공리가 최근 들어 젊은 장쯔이에게 밀리는 듯하더니 이 영화에 조연으로 출연했다.
하지만 공리는 퇴폐적이고 광적인 하츠모모의 연기로 전미 비평가상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으니 보상은 톡톡히 받은 셈이다.

장쯔이가 눈 내리는 세트 아래서 높이가 30센티나 되는 게다를 신고 춤을 추는 장면은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준다.

영화의 줄거리는 대강 이렇다.
치요(사유리의 어릴 때 이름)는 언니와 함께 가정 사정이 어려워 교토로 팔려가고, 그곳에서 게이샤 교육을 받는다.
그러나 같은 집의 게이샤 하츠모모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결국 하녀로 전락한다.
이후 최고의 게이샤로 꼽히는 메마하에게 스카우트 돼 게이샤로의 길을 다시 걷게 되고, 나름 대로의 성공을 거둔다.

외형적인 화려함과 아름다움에 비해 영화의 내용은 그다지 알차 보이질 않는다.
영화 전편을 통해 사유리의 러브 스토리가 관통하고 있지만 평범 이상의 아무 것도 주질 못하고 있다.
노부(야쿠쇼 코지)와의 갈등도 전혀 긴장감을 주지 못하며, 게다가 어설픈 해피 엔딩은 김마저 빠지게 한다.

그리고, 사유리의 눈동자가 푸른 빛이고 그 푸른 빛이 물을 닮았다는 대사가 수 차례 나오는데 일본 사람 눈이 푸르다는 건 너무나 낯설고, 물을 상징한다는 건 무슨 의미를 갖는지 파악이 안된다.
(금발에) 푸른 눈동자가 아름답다는 그들의 고정관념에서 비롯된 발상이 아닌가 추측할 뿐이다.

여러 결점이 있더라도 유명 배우들의 연기 향연과 당시의 풍경과 풍속을 재현해 낸 화면, 그리고 존 윌리엄스, 요요마, 이착 펄먼의 음악만으로도 볼 가치는 충분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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