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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정상을 허락지 않는 신비의 도시

손국락씨의 삼부자 여행기

마추픽추 잉카 트레일

안데스 산맥 깊숙이 자리하고 있는 마추픽추는 수수께끼에 싸여 있는 잉카의 유적지로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다.

1911년 발견된 후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풀리지 않는 불가사의와 같은 도시로 남아있다. 20톤이 넘는 무게의 돌을 어떻게 정교하게 깍아내고 산 정상까지 운반해 왔는지 여전히 누구도 알지 못한다.

그래서인지 마추픽추는 여행자들에게는 꼭 가보고 싶은 선망의 여행지다.

지난 10월 마추픽추로 오르는 길, '잉카 트레일'에 손국락(헌팅턴 비치)씨가 동일과 동주 두 아들과 함께 올랐다. 손씨는 "3박 4일간의 여정을 담은 이야기가 잉카 트레일을 꿈꾸는 많은 분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첫째 날

2015년 10월 19일 새벽 4시, 초여름이라고는 하지만 아직 페루의 쿠스코는 찬 기운이 가득하다. 오늘은 우리 삼부자가 페루의 마추픽추 잉카 트레일 트레킹을 시작하는 날이다. 15세기 잉카제국의 고대 도시였던 마추픽추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며, 20세기 초까지는 역사 속에서 까마득히 잊혀졌던 유적지다. 잉카 트레일 트레킹은 옛 잉카제국의 수도였던 쿠스코에서 시작해서 우루밤바강을 끼고 45km를 걷는 긴 여정이다.

새벽 5시. 집합장소에 도착했다. 이번 트레킹에는 'Angie's List' 회사 팀원 7명, 프랑스에서 온 커플, 시카고에서 온 커플, 스웨덴에서 온 여성 둘, 그리고 우리 삼부자, 총 16명이다.

첫째 날은 쿠스코에서 'Km82' 까지 버스로 이동을 하고, 그곳에서 허가증을 발급받은 후, 우루밤바강을 건너 쿠시차카 계곡(Cusichaca Valley)을 통과하면서, 해발 3300m(1만 829 ft)에 위치한 아야파타 캠프사이트(Ayapata Campsite)까지 총 14km 트레킹을 한다. 가이드가 트레킹 도중에 있는 잉카 유적지에 대해 설명하는데, 잉카 사람들은 가파른 산악지대에서 계단식 밭을 많이 일군 것 같다.

등산로가 점점 가팔라진다. 심장이 어찌할 줄을 모른다. 목에 걸린 카메라도 무겁다. 동일이와 동주가 저만치서 나를 기다리며 서있다. 동주가 "아빠, 괜찮아?"라며 묻는다. "응. 조금만 쉬었다 가자. 숨쉬기가 힘들어서 그래." 괜찮다는 대답은 했지만 걱정이 된다. '내가 등산을 얼마나 많이 했는데 이 정도야 아무것도 아니지'라며 자신을 위로해 보지만, 그래도 가슴이 답답하다. 나 때문에 선두에서 점점 밀리기 시작한다.

마지막 5km를 남겨두고, 갑자기 동주가 다리 근육의 경련으로 인해 주저앉는다. 약 30분을 걸었을까. 이번에는 동일이가 다리를 움켜쥐며 주저앉는다. 오른쪽 다리 근육에 경련이 일어났다고 한다. 아마, 동주의 배낭을 함께 둘러멘 까닭인 것 같다. 한참 동안 다리를 주무르고 있으니, 후미에서 걷고 있던 시카고 커플이 우리를 앞지른다. 곧바로, 가이드 리오가 미소를 지으며 다가온다. 결국, 우리가 그룹의 마지막 트레커가 된 셈이다. 리오가 우리를 안심시키며, "마추픽추는 절대 도망가지 않으니, 자신의 속도를 유지하면서 천천히 걸으라"는 충고와 함께 용기를 북돋운다.

결국, 우리가 마지막 트레커로 아야파타 캠프사이트에 도착한다. 저녁식사 후, 동일이 동주와 함께 트레킹 문제점들을 분석한다. 첫 번째는 우리가 너무 많은 소지품을 배낭에 넣었다는 것. 두 번째는 트레킹 옷이 겨울용이라는 것. 세 번째는 에너지 조절을 적절하게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둘째 날

새벽 5시에 포터들이 텐트를 두드리며, 따끈한 코카차를 건넨다. 빈속에 코카차를 한잔 마시니 정신이 맑아진다.

오늘은 잉카 트레일에서 가장 힘들다는 해발 4200m(1만3779 ft)의 데드우먼스 패스(Dead Woman's Pass)를 통과해서 총 16km 트레킹을 하는 날이다. 오늘만 무사히 마치면 잉카 트레일 트레킹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다고 한다.

우리는 어제 저녁에 세운 계획대로 대부분의 소지품을 포터들에게 맡기고, 등산복도 가볍고 시원한 여름옷으로 갈아입는다. 또한, 오늘의 전략은 3-1 법칙으로, 3분 동안 등산을 하고 1분 동안 휴식을 취하는 것이다.

4200m 정상에 드러누운 여인의 첫 인상은 안데스의 얼굴마담 같다. 마치, 여인이 관에 누운 모습처럼 보인다. 그래선지. 사람들은 이곳을 데드우먼스 패스라고 한다. 정상을 향해 실오라기 같은 트레일이 펼쳐져 있다. 나는 동일이와 동주에게 "정상을 바라보지 말고, 주위의 아름다운 안데스산맥 경치를 즐기면서 3-1 법칙에 따라 한발 한발 내딛자"라고 제안한다.

끊임없이 오르는 트레킹이지만, 안데스 산군이 펼친 경관만큼은 환상적이다.

갑자기, 가슴이 답답하고 숨쉬기가 힘들어 진다. 도저히, 3-1 법칙을 더 이상 유지할 수가 없다. 결국, 2-1 법칙으로 바꾸어서 2분 동안 등산을 하고, 1분 동안 쉬기로 제안한다. 정상을 올려다보니, 아직도 까마득하다. 나는 다시 동일이와 동주에게 2-1 법칙을 1-1 법칙으로 바꾸기를 제안한다. 옆에서 듣고 있던 안토니아와 소피가 맞장구를 치면서 바꾸자고 한다. 1분 동안 오른 후, 1분 동안 쉬기로 한다.

갑자기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올려다보니 데드우먼스 패스 정상이다. 야호! 가장 힘들다는 데드우먼스 패스 정상이다.

셋째 날

오늘은 마음에 여유가 생긴다. 가장 힘들다고 하는 데드우먼스 패스를 무사히 넘어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늘은 잉카 트레일에서 가장 완만하다고 하는 잉카플렛(Inca Flat)을 따라 10km를 트레킹하고, 일정도 이른 오후에 끝난다고 한다. 그러나, 4000개의 돌계단으로 이루어진 잉카 플렛이 마음에 걸린다. 특히, 오늘은 아마존 지역으로 트레킹을 하기에, 비가 올 확률이 높아서 레인 재킷을 반드시 입어야 한다. 그러고 보니, 산 중턱에 구름이 잔뜩 끼어있다. 모든 멤버들이 비를 대비해서 만반의 준비를 하고, 배낭도 방수 커버로 단단히 덮는다. 빗속을 트레킹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특히, 비가 오면 산소가 많아져서 숨쉬기도 수월해 진다.

출발한지 30분 정도가 지나자 비가 오기 시작한다. 설상가상으로, 잉카 플렛이 상당히 미끄럽다. 조심해야 한다. 특히, 정글의 좁은 트레일 옆은 낭떠러지다. 수많은 나무들과 잡풀들로 덮여서 잘 보이지 않지만, 자세히 내려다보면 아찔할 정도로 깊은 낭떠러지다. 그런데, 지난 이틀 동안 본 풍경과는 전혀 다르다. 온통 산과 트레일이 축축하고, 나무들은 이끼로 덮여있다. 발 아래에는 새하얀 구름바다가 드넓게 펼쳐져 있다. 그리고, 구름바다 위로 산봉우리들이 봉곳봉곳 솟아올라 다도해를 연상케 한다. 아마존 지역임을 실감나게 한다. 이번 트레킹 도중에는 푸유파타마르카(Phuyupatamarca) 잉카 유적이 있다. 높은 산 중턱에 계단식 밭(agricultural terrace)을 일궈서 농작물을 재배한 곳이다. 특히, 잉카인들은 이 계단식 밭에서 잉카제국의 왕실을 위해 귀한 약초를 많이 재배했다고 한다.

오후 2시가 좀 지나서, 해발 2680m(8792 ft)에 위치한 세 번째 캠프 사이트인 위나이와이나(Winay Wayna)에 도착한다.

넷째 날

트레킹 마지막 날이다. 오늘은 새벽 3시에 출발하기 때문에 일찍 일어나야 한다. 새벽 공기가 차다. 숨을 깊이 들이마시니 가슴이 탁 트인다. 간밤에 내린 비가 공기를 더 상쾌하게 만든 것 같다. 새벽 하늘을 올려다본다. 수많은 별들이 총총히 박혀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별들이 나타난다. 마치, 누군가가 검정 밸벳에 수많은 다이아몬드를 뿌려 놓은 것 같다. 지난 2005년 페루의 나스카를 답사했을 때, 팜파스 밤하늘에서 본 그 별들이다. 밤하늘에 이렇게 많은 별들이 있을 줄이야!

마르코에 의하면, 전 세계에서 온 수백 명의 트레커들이 마추픽추 국립공원에 먼저 들어가려고 경쟁을 하기 때문에, 우리는 새벽 3시에 출발한다는 것이다. 동일이와 동주는 헤드렌턴을 켜고 트레킹을 한다는 것이 무척 신기한 모양이다.

20분 정도 지나자, 마추픽추 국립공원 정문이 나타난다. 새벽 5시 30분에 문을 연다고 하니, 약 2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그러고 보니, 우리가 첫 번째 팀이다.

마추픽추에 여명이 밝아오자 업무가 시작된다. 새벽 5시 30분. 뒤를 돌아보니, 끝이 보이지 않는 긴 행렬이 펼쳐져 있다. 서로 경쟁이나 하듯, 선게이트(Sun Gate)를 향해 빠른 걸음으로 움직인다. 마지막 돌계단을 기어서 올라가 마침내 선 게이트에 들어선다. 눈 아래에 마추픽추가 펼쳐진다. 정말, 신기하다! 스페인 군대의 침략과 약탈을 피해 이 첩첩 산중에 잉카인들이 도시를 세운 것이다.

여기가 바로 잉카제국의 고대도시 마추픽추! 우뚝 선 석조의 성채가 우리를 반긴다. 1911년, 미국의 역사학자 히람빙햄(Hiram Bingham)이 답사하기 전 까지는 전설 속의 고대도시였던 마추픽추 안으로 우리 삼부자가 제일 먼저 입성한다. 스웨덴에서 온 안토니아와 소피도 열심히 뒤따른다. 가이드의 설명에 의하면, 60%의 마추픽추 건축물과 계단식 밭이 아직도 땅속에 뭍혀있다고 한다.

땅속의 건축물들을 발굴하려다가 자칫 잘못하면 현재의 건축물들이 무너져내릴 수 있기 때문에 발굴작업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60%는 방문자들의 상상에 맡기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마추픽추에 첫발을 내디딘 후, 안토니아에게 기념촬영을 부탁한다. 우리가 첫 방문자여서, 사진 속에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이곳 마추픽추 까지 트레킹을 하느라 고생이 많았지만, 무사히 완주했다는 성취감으로 가슴이 뿌듯하다. 그리고, 카메라에 담긴 삼부자의 활짝 웃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지난 4일 동안 잉카 트레일에서의 힘들었던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사실, 이번 3박4일 마추픽추 잉카 트레일 트레킹의 목적은 정교하기로 유명한 잉카의 돌담이나, 높은 산에서부터 물을 끌어들인 돌로 만든 수로, 그리고 농작물을 재배했던 아름다운 계단식 밭을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 간에 서로 배려하고, 격려하고, 부축하면서 인내심을 가지고 동행하는 법을 체험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트레킹의 과정은 우리 삶의 그림자이기 때문이다.

글·사진=손국락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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