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나라 말에나 같은 단어가 지역 혹은 분야에 따라 조금 다른 의미로 쓰이는 예가 가끔 있다. 좀 심한 예이기는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오징어’라는 말이 북한에서는 낙지를 뜻한다고 한다. 반대로 ‘낙지’라는 말은 북한에서 오징어를 뜻한다고 한다. 이렇듯 지역과 분야에 따라 같은 단어가 정반대의 의미를 갖는 경우도 있다. ‘코인슈런스’라는 말이 보험에서 쓰이는데, 의료보험에서 쓰이는 코인슈런스와 비지니스 보험에서 쓰이는 코인슈런스의 뜻에는 많은 차이가 있다. ‘코인슈런스’의 뜻을 더욱 뚜렷하게 이해하자.
미국에서 의료보험에 가입해 본 적이 없는 ‘고집세’ 씨는 2016년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의료보험에 가입하기로 했다. 그동안 그가 의료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던 이유는 의료보험료가 너무 높았기도 했고 본인과 가족 모두 항상 건강하다고 고집스럽게 생각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고집세’ 씨도 나이가 점점 많아지고 있음에 따라 몸에 탈이 날 확률도 높아질 것이므로 의료보험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때마침 오바마케어가 시행되고 있어 조금이나마 보험료 보조금을 오바마케어 당국으로부터 받게 되어 비교적 저렴한 보험료를 내고 의료보험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보험전문인과 상담을 하는 도중에 ‘고집세’ 씨는 보험전문인에게 물어볼 말이 꽤 많았다. 왜냐하면, 의료보험을 가져 보지 않았던 사람에게는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 말들이 좀 있었기 때문이다. 우선 ‘코페이’와 ‘디덕터블’의 의미를 한참이나 설명을 듣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그리고 특히 디덕터블은 일 년 치 합쳐서 계산하는 것이 자동차 보험의 경우와 조금 달랐다. 그런데 디덕터블을 지나고 나니 ‘코인슈런스’라는 말이 ‘고집세’ 씨를 기다리고 있었다. 비지니스를 운영하는 ‘고집세’ 씨는 ‘코인슈런스’라는 말을 가끔 들어 본 일은 있었다. 사업체 재산을 보험에 가입할 때 사업체의 가치액을 제대로 대고 가입하게 하도록 되어 있는 일종의 벌칙을 말했었다. 그러나 오바마케어 의료보험에 관해 설명해 주는 보험전문인은 자꾸만 다른 뜻으로 말하는 것 같아 혼란스러웠다. 같은 용어를 두고 다른 종류의 보험에서 각각 다른 뜻으로 사용할 수가 있는 것일까?
그렇다. 코인슈런스(Co-insurance)라는 말은 의료 보험에서도 쓰이고 비지니스 보험에서도 쓰이는데, 그 의미가 각각 다소 다르게 쓰인다. 우선 비지니스 보험에서 쓰이는 것을 살펴보자. 비지니스 보험에서의 코인슈런스는 보험료를 줄이려고 재산 가치액을 제대로 가입하지 않고 너무 낮게 책정하여 보험에 가입하는 폐단을 방지하려는 벌칙을 말한다. 예를 들어, 100만 불짜리 재산을 50만 불로 줄여 책정하고 보험에 가입하였다가 30만 불어치의 손해가 난 사고가 발생하면 보험회사는 30만 불을 보상해 주는 것이 아니라 15만 불어치만 보상해 준다는 식의 벌칙을 말한다. 그런데 의료보험에서는 디덕터블을 가입자가 채우고 나면 그다음에는 치료비를 보험회사와 가입자가 공동으로 부담하는 것을 ‘코인슈런스’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고집세’ 씨가 가입한 보험플랜이 연간 디덕터블이 $500이고 코인슈런스가 80%/20%로 정해져 있다고 하자. ‘고집세’ 씨가 여러 번 치료를받아 치료비가 $5,500에 이르렀다면, 처음 $500은 ‘고집세’ 씨가 우선 부담하고 나머지 $5,000에 대해서는 보험회사가 80%인 $4,000을 책임지며 가입자인 ‘고집세’ 씨는 20%인 $1,000을 또 부담해야 한다는 뜻이다.
의료보험에서 디덕터블만 채우면 그 이상은 가입자가 책임질 필요 없다고 잘못 이해 하는 분들이 많다. 디덕터블을 채우고 나면 코인슈런스가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알아두는 것이 실망을 줄이는 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