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포로학대 악명 '아부 그라이브' 없앤다
Los Angeles
2006.03.09 17:31
포로학대 물의를 빚으며 이라크 주둔 미군의 이미지를 크게 훼손시킨 아부 그라이브 수용소가 사실상 폐쇄된다.
2003년 아부 그라이브 교도소에서 한 포로(왼쪽)가 미국 병사에게 학대받는 장면을 담은 영상이 호주 SBS방송을 통해 지난 2월 공개됐다.
미군은 9일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서부의 아부 그라이브 수용소를 폐쇄하고 구금자들을 다른 곳으로 옮길 것이라고 밝혔다.
이라크 주둔 미군 대변인은 이날 "3개월 이내에 아부 그라이브 수용소가 패쇄될 것"이라면서 "4500여명의 구금자들은 이라크내 다른 수용소로 옮겨질 것"이라고 말했다.
케어 케빈 커리 미군 중령은 로이터 통신에 "캠프 크로퍼의 새 수용소 건설이 완료되면 아부 그라이브에 있는 본부를 이전할 것"이라면서 "정확한 이전일이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향후 2~3개월 이내에 완료될 것"이라고 말했다.
캠프 크로퍼는 아부 그라이브에서 멀지 않은 바그다드 공항 미군사령부내의 유치시설로 현재 사담 후세인 등 127명이 구금돼 있다.
미군은 현재 이라크내 4곳의 수용시설에 1만4589명을 억류하고 있으며 이들 가운데 절반 이상은 이라크 남부의 캠프 부카에 수용돼 있다.
배리 존슨 미군 대변인은 AP 통신에 "아부 그라이브 수용소가 무장세력들의 공격을 받기 쉬운 곳에 위치해 있어 좀 더 안전한 곳으로 옮길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김기정 기자
아부 그라이브 수용소는...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서쪽 20마일지점에 위치한 수용소는 원래 사담 후세인 정권 당시 반체제인사들을 고문하고 처형하던 곳이다.
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때 잡힌 시아파 쿠르드족과 이란인들이 처형됐는데 84년에는 무려 4000여명이 처형됐다. 수감자들은 또 이라크가 개발한 생물·화학무기의 실험대상이 되기도 했다.
2003년 4월 미군이 이라크를 점령한 뒤에는 테러 혐의의 이라크인들을 구금했으며 이듬해 3월말까지 8000여명이 수용됐다.
하지만 미군 교도관들에 의해 발가벗겨진 채 공포에 떨며 학대받는 수감자들의 사진이 공개돼 미군의 인권침해가 쟁점화되는 계기로 작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