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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딸과 함께 찍은 작품…힘들지만 보람돼"

Los Angeles

2016.01.28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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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선댄스 영화제
영화 '러브송' 김소영 감독
김소영 감독의 영화 '러브송'은 오랜 친구인 새라(라일리 코프)와 민디(지나 말론)가 우정과 사랑의 미묘한 경계 안에서 서로에게 느끼는 감정을 아름답게 담아내 이번 영화제 기간 내내 큰 찬사를 받았다. 특히나 엘비스 프레슬리의 손녀이자 할리우드의 떠오르는 '뷰티퀸' 라일리 코프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수수하고 편안한 모습으로 다층적인 감정 연기를 펼치게 한 점은 김소영 감독의 또 다른 성취로 평가받고 있다. 김소영 감독의 남편이자 시나리오 집필 파트너인 브래들리 러스트 그레이가 이번에도 함께 각본을 썼다. 두 사람의 큰 딸 스카이와 작은 딸 제시도 나란히 영화 속 아역 캐릭터를 연기해 눈길을 끌었다.

- 선댄스를 다시 찾은 소감이 궁금하다.

"지난번에 왔을 때만 해도 두 딸이 너무 어려 남편과 번갈아 가며 데리고 다니기가 힘들었는데, 이번엔 한결 낫다. (웃음) 매번 새 영화를 갖고 돌아올 때마다 거북이처럼 느리게나마 조금씩 성장해 더 나은 감독이 돼 있는 것 같아 기쁘다."

- 줄거리는 어떻게 구상하게 됐나.

"다시 한번 사랑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오랜 우정을 쌓아 온 두 친구가 사랑의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탐험해간다는 설정이 흥미롭고 매력적일 거라 생각했다.'방황의 날들'이 다소 충동적이고 '호르몬 적'인 10대 소년과 소녀의 사랑이었다면, 이번엔 좀 더 성숙하고 책임감 있는, 그래서 사랑에 대한 결정을 내림에 있어 자신의 틀을 깨야만 하는 상황에 직면한 '어른의 사랑'을 그려보고 싶었다. "

- 라일리 코프의 파격적 이미지 변신과 연기가 대단하다.

"라일리 코프는 그녀가 19살일 때부터 봐 왔다. 2012년엔 남편과 '잭&다이앤'이란 작품을 함께 했고, 2014년엔 나와 단편 '스파크 앤드 라이트'를 찍었다. 처음엔 라일리가 새라 캐릭터를 하기엔 너무 어리고 아름답다고 생각해 주저했었다. 그래서 라일리에게 '너 나이 좀 든 엄마 역을 할 수 있겠니?'하고 물었더니 깔깔 웃으며 '감독님 생각은 어떤대요?'하고 되묻더라. (웃음) 알고 보니 리사 마리 프레슬리가 2008년에 늦둥이 쌍둥이 딸이 낳았는데, (아버지는 다르지만) 라일리가 두 동생을 직접 업어 키웠다더라. 영화 속 새라처럼 아이를 기르는 엄마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기에 믿고 역할을 맡겼다. 실제로 라일리는 아주 자연스럽게 새라 캐릭터의 복잡한 내면을 잘 표현해줬다."

- 실제 두 딸을 새라의 딸인 제시 역으로 출연시켰는데.

"그러게. 진짜 미친 짓 아닌가.(웃음) 힘들지만 아주 보람된 순간이었다. 남편과 나 모두 촬영 기간 중 따로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두 아이를 늘 데리고 다녀야 했는데, 마침 준비 기간이 모자랐던 터라 촬영 첫날 그냥 아이들에게 '얘들아, 너희 영화에 좀 출연해야겠다' 해버렸다. 둘 다 지나 말론, 라일리 코프와 오래 알고 지낸 덕에 모두가 자연스럽게 연기를 할 수 있었다. 아이들에게 부모가 일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점도 많았다."

- 첫 두 작품은 한국인 캐릭터를 내세운 한국어 영화였던 반면, 최근 들어서는 할리우드 스타급 배우들과 연이어 작업하고 있다. 한국인의 이야기는 더 이상 안 할 생각인가.

"아니다. 언젠가 다시 돌아갈 생각이다. '방황의 날들'과 '나무 없는 산' 두 편의 한국어 영화를 연이어 내놓고 나니, 세 번째 작품까지 한국어로 만들었다간 '한국어 영화만 만들 줄 아는 감독'이란 인상을 줄 것 같았다. 더 다양한 소재와 이야기를 시도해보면서 작품의 폭을 넓히고 싶었을 뿐이다."

- 한인 영화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감독이건 작가건, 혹은 다른 어떤 예술 분야건, 크리에이티브 부문에서 일하고자 하는 여성들을 더 많이 응원해줬으면 좋겠다. 나는 지금껏 운이 좋아 오늘의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지만, 아시아 문화권의 가정에서 자란 여성으로 영화 산업에서 살아남는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커뮤니티의 지지가 정말 소중하다. 개인적으로는 '러브송'을 들고 한국에 꼭 가고 싶다. 어머니가 작년 10월부터 해운대로 돌아가 살고 계셔서, 부산 영화제에 꼭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파크시티=이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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