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영 감독의 영화 '러브송'은 오랜 친구인 새라(라일리 코프)와 민디(지나 말론)가 우정과 사랑의 미묘한 경계 안에서 서로에게 느끼는 감정을 아름답게 담아내 이번 영화제 기간 내내 큰 찬사를 받았다. 특히나 엘비스 프레슬리의 손녀이자 할리우드의 떠오르는 '뷰티퀸' 라일리 코프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수수하고 편안한 모습으로 다층적인 감정 연기를 펼치게 한 점은 김소영 감독의 또 다른 성취로 평가받고 있다. 김소영 감독의 남편이자 시나리오 집필 파트너인 브래들리 러스트 그레이가 이번에도 함께 각본을 썼다. 두 사람의 큰 딸 스카이와 작은 딸 제시도 나란히 영화 속 아역 캐릭터를 연기해 눈길을 끌었다.
- 선댄스를 다시 찾은 소감이 궁금하다.
"지난번에 왔을 때만 해도 두 딸이 너무 어려 남편과 번갈아 가며 데리고 다니기가 힘들었는데, 이번엔 한결 낫다. (웃음) 매번 새 영화를 갖고 돌아올 때마다 거북이처럼 느리게나마 조금씩 성장해 더 나은 감독이 돼 있는 것 같아 기쁘다."
- 줄거리는 어떻게 구상하게 됐나.
"다시 한번 사랑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오랜 우정을 쌓아 온 두 친구가 사랑의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탐험해간다는 설정이 흥미롭고 매력적일 거라 생각했다.'방황의 날들'이 다소 충동적이고 '호르몬 적'인 10대 소년과 소녀의 사랑이었다면, 이번엔 좀 더 성숙하고 책임감 있는, 그래서 사랑에 대한 결정을 내림에 있어 자신의 틀을 깨야만 하는 상황에 직면한 '어른의 사랑'을 그려보고 싶었다. "
- 라일리 코프의 파격적 이미지 변신과 연기가 대단하다.
"라일리 코프는 그녀가 19살일 때부터 봐 왔다. 2012년엔 남편과 '잭&다이앤'이란 작품을 함께 했고, 2014년엔 나와 단편 '스파크 앤드 라이트'를 찍었다. 처음엔 라일리가 새라 캐릭터를 하기엔 너무 어리고 아름답다고 생각해 주저했었다. 그래서 라일리에게 '너 나이 좀 든 엄마 역을 할 수 있겠니?'하고 물었더니 깔깔 웃으며 '감독님 생각은 어떤대요?'하고 되묻더라. (웃음) 알고 보니 리사 마리 프레슬리가 2008년에 늦둥이 쌍둥이 딸이 낳았는데, (아버지는 다르지만) 라일리가 두 동생을 직접 업어 키웠다더라. 영화 속 새라처럼 아이를 기르는 엄마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기에 믿고 역할을 맡겼다. 실제로 라일리는 아주 자연스럽게 새라 캐릭터의 복잡한 내면을 잘 표현해줬다."
- 실제 두 딸을 새라의 딸인 제시 역으로 출연시켰는데.
"그러게. 진짜 미친 짓 아닌가.(웃음) 힘들지만 아주 보람된 순간이었다. 남편과 나 모두 촬영 기간 중 따로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두 아이를 늘 데리고 다녀야 했는데, 마침 준비 기간이 모자랐던 터라 촬영 첫날 그냥 아이들에게 '얘들아, 너희 영화에 좀 출연해야겠다' 해버렸다. 둘 다 지나 말론, 라일리 코프와 오래 알고 지낸 덕에 모두가 자연스럽게 연기를 할 수 있었다. 아이들에게 부모가 일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점도 많았다."
- 첫 두 작품은 한국인 캐릭터를 내세운 한국어 영화였던 반면, 최근 들어서는 할리우드 스타급 배우들과 연이어 작업하고 있다. 한국인의 이야기는 더 이상 안 할 생각인가.
"아니다. 언젠가 다시 돌아갈 생각이다. '방황의 날들'과 '나무 없는 산' 두 편의 한국어 영화를 연이어 내놓고 나니, 세 번째 작품까지 한국어로 만들었다간 '한국어 영화만 만들 줄 아는 감독'이란 인상을 줄 것 같았다. 더 다양한 소재와 이야기를 시도해보면서 작품의 폭을 넓히고 싶었을 뿐이다."
- 한인 영화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감독이건 작가건, 혹은 다른 어떤 예술 분야건, 크리에이티브 부문에서 일하고자 하는 여성들을 더 많이 응원해줬으면 좋겠다. 나는 지금껏 운이 좋아 오늘의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지만, 아시아 문화권의 가정에서 자란 여성으로 영화 산업에서 살아남는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커뮤니티의 지지가 정말 소중하다. 개인적으로는 '러브송'을 들고 한국에 꼭 가고 싶다. 어머니가 작년 10월부터 해운대로 돌아가 살고 계셔서, 부산 영화제에 꼭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