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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매'<볼수록 매력> 언니의 도전은 멈추지 않는다

Los Angeles

2016.01.31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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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오디세이] 배우 윤현숙
그룹 '잼'으로 데뷔, '코코' 결성 후
90년대 대표 청춘 아이콘 자리매김
모친사망.소송 등 마음고생 겪다 미국행
우울증 극복하고 패션사업으로 대박
LA살이 7년차 …방송 활동도 재개
SNS 일상 사진들 한국서 큰 인기
"인생 살면서 궂은 날도 있지만
버티다보면 반드시 좋은 날 와"


청춘의 향수는 어쩌자고 유행가 가락 뒤꽁무니나 쫓아 다니는가. 어쩌자고 철지난 노래 한 자락은 수 십 년 전 그 시절을, 그 골목을, 그 동무들을 기어이 불러들이고 마는가. 어찌하여.

90년대 청춘의 아이콘이었던 배우 윤현숙(44)씨를 LA다운타운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녀와의 수다는 잠시 청춘을 현재로 소환하는 것이기도 했고 어쩌다 마주친 90년대에 열정적으로 응답하는 것이기도 했다. 찌질한 일상에 치여 잊고 있었다. 썩 괜찮았던 청춘의 한 시절도 있었다는 것을. 그리하여 그녀를 만나 소심하게나마 우리들의 청춘에 안부를 묻는다.

'아편쟁이처럼 그대 기억 모으다 나는 불쑥/헛발을 디디고 부질없이/바람에 기대어 귀를 연다, 어쩌면 그대/보이지 않는 어디 먼데서 가끔씩/안부를 타전하는 것 같기에'

<강윤후 '쓸쓸한 날에' 중>

#청춘 아이콘, LA에 정착하다

말 그대로 혜성 같은 등장이었다.

1993년 5인조 혼성그룹 '잼'의 홍일점 멤버로 데뷔한 그녀는 데뷔곡 '난 멈추지 않아'가 않아 초대박이 나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연이어 1994년 가수 이혜영과 함께 '코코'를 결성'요즘 우리는'까지 히트시키면서 중성적이면서도 말괄량이 이미지로 음악프로 MC 및 드라마, 광고 출연까지 종횡무진하며 인생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게 된다. 그러다 1997년 대학 졸업을 위해 잠시 활동을 접었고 내친김에 졸업 후엔 배우의 꿈을 위해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에 진학한다. 그 후 2000년 LA에서 1년 반 가량 유학생활을 하다 귀국한 그녀는 그 후 굵직굵직한 영화와 드라마에 캐스팅 돼 배우로서의 입지를 차곡차곡 다져갔다.

그렇게 데뷔 이래 어떤 굴곡도 없이 잘나가던 그녀에게도 시련이 찾아왔다. 2008년 전 소속사와 예기치 않은 소송에 휘말렸고 설상가상 그녀에게 둘도 없는 친구이자 든든한 정신적 후원자였던 어머니마저 암으로 돌아가신 것이다. 1년여에 걸친 소송 끝 승소를 했지만 그녀에게 남은 것은 극심한 우울증과 대인기피증 뿐이었다. 그때 부친의 권유로 그녀는 유학생활을 했던 LA로 혈혈단신 왔다.

"그땐 너무 지쳐 있었어요. 연예계 생활도 계속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고요. 그래서 무작정 LA로 왔죠. 이곳에 와서도 얼마간은 정말 힘든 시간이었지만 사람에게서 받은 상처는 사람을 통해 치유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준 소중한 시간이기도 했어요."

#새로운 세상을 만나다

그렇게 이곳에서 인연을 맺은 지인들의 도움으로 서서히 길고 긴 터널을 빠져 나올 무렵 그녀는 LA다운타운에서 패션사업을 하고 있던 고교동창과 2010년 핸드백 사업을 시작한다. 그렇게 탄생한 브랜드가 바로 '파비나LA'. 처음엔 한국시장을 타겟으로 시작한 이 브랜드는 그녀의 스타일리시한 감각이 돋보이는 디자인과 실용성으로 단박에 셀럽들과 패션피플 사이에 입소문을 타면서 큰 인기를 얻었다. 덕분에 그녀의 핸드백은 청담동 유명 편집샵 뿐 아니라 유명 백화점에까지 납품을 하게 됐고 할리우드, 베벌리힐스 등 미국 유명 부티크에도 진출하게 된다. 그러던 중 2011년 그녀는 이전부터 인연이 있었던 제작진의 제안으로 MBC 주말극 '애정만만세'의 오정심 역을 맡게 되면서 다시 연기자로 컴백한다.

"처음엔 사업 때문에 바빠서 거절했지만 제 역할이 되려 했는지 우여곡절 끝 출연하게 됐어요. 산전수전 다 겪고 난 뒤여서인지(웃음) 연기의 맛이 무엇인지 알게 해 준 작품이었죠. 워낙 시청률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너무 좋은 사람들을 만나 평생인연을 맺을 수 있었던 것이 가장 큰 행운이었죠."

드라마 종영 후 그녀는 함께 출연하며 친자매 이상으로 가까워진 배우 김수미, 배종옥, 변정수와 함께 괌으로 여행을 떠났고 그 사진기록을 SNS에서 올리면서 세인의 관심을 끌었다. 중년을 훌쩍 넘긴 여배우 4명이 함께 여행을 간다는 발상이 신선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여배우들의 자연스러우면서도 센스만점 여행사진이 사람들의 주목을 끈 것이다. 이런 대중들의 뜨거운 관심덕분에 이들 4총사는 지난해 5월 KBS 인기 예능프로그램 '해피투게더'에 출연하기도 했다. 이 방송을 통해 그녀는 전성기 시절과 다름없는 방부제 미모와 몸매, 그러면서도 순박한 옆집 언니 같은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줘 대중들의 마음을 단박에 사로잡았다.

#꽃은 또 피어난다

덕분에 그녀의 인스타그램은 연일 문전성시다. 지난 연말 LA를 방문한 지성.이보영 부부와 함께 찍은 사진이 그녀의 인스타그램에 올라 온 것이 주요 포털사이트 메인을 장식한 것은 물론 실시간 검색어를 뜨겁게 달구기도 했다. 뿐만 아니다. 그녀가 LA에서 찍은 일상의 사진들도 올렸다 하면 실시간 검색어 순위권에 진입하는 등 대중들은 이 털털한, 그러면서도 세련된 옆집 언니의 '볼매'(볼수록 매력)에 푹 빠져버리고 말았다. 그러나 무엇보다 대중들이 그녀에게 열광하는 이유 중 하나는 40대 중반임에도 20대 못지않은 완벽한 몸매를 유지하는 철저한 자기관리 때문일 것이다.

"먹는 걸 엄청 좋아해요. 새벽에도 먹고 싶으면 나가서 사 먹을 정도니까요. 대신 열심히 운동하려 해요. 예전엔 하루 5시간도 했는데 요즘은 그렇게 까진 못하고(웃음) 매일 아침 눈뜨자마자 침대에서 45분정도 스트레칭 하는 걸로 대신해요. 근데 이게 꽤 효과가 있더라고요."

그렇게 울며 웃으며 어느새 LA살이 7년이 흘러갔다

"살아보니 LA가 너무 좋아요. 경쟁이 난무하는 서울보다 훨씬 평화롭고 가장 힘들 때 위로해 주고 도와준 이들도 이곳에 있고요. 이젠 제 2의 고향이 아닌 진짜 고향 같아요." 현재 그녀는 여전히 그녀가 좋아하는 패션사업을 운영하고 있으며 조만간 새 드라마에서도 다시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아직 미혼인 그녀에게 결혼계획을 묻자 "좋은 사람 만나면 내일이라도 가야죠"라며 멋쩍게 웃는다.

"살다보면 큰 파도도 닥치고 비를 만나기도 하죠. 그러나 그 시간들을 잘 버티고 나면 반드시 무지개가 뜨고 잔잔한 바다를 다시 볼 수 있다고 믿어요."

눈부신 찰나의 청춘이 지고 난 그 자리, 그녀의 그늘은 더 깊고 넓어졌다. 바로 그 자리에 다시 또 꽃은 필 것이다. 그녀도 이미 알고 있듯, 어김없이. 다시 한 번 눈부시게.

이주현 객원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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