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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동사 중심의 한국어

New York

2016.02.03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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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현 용 / 경희대 교수·한국어교육 전공
언어는 문화를 담고 있다. 더 정확하게 이야기한다면 언어는 그 자체로 문화다. 언어를 통해서 문화를 볼 수 있으며 문화의 차이를 알 수 있다. 따라서 언어를 단순히 의사소통의 수단으로만 보지 말고 어떤 문화를 담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국어는 당연히 한국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문화를 담고 있다. 한국어를 살펴보면 한국인의 다양한 모습이 나타난다. 한국어 속에 나타나는 개별적인 한국 문화의 모습을 살펴보기 전에 한국어의 전체적인 특징을 보면 한국 문화를 바라보는 시각을 마련할 수 있다.

한국어는 용언 중심의 언어다. 용언에는 동사와 형용사가 포함된다. 문장을 명사로 끝내는 경우에도 '-이다'가 붙어야 끝낼 수 있다. 용언의 어미 활용을 통해서 문장의 종류 시제 높임을 알 수 있다. 평서문인지 의문문인지 감탄문인지는 주로 어미의 모양에 따라 결정된다. '갔다 갔니? 갔구나!' 등으로 모양을 바꾸면 문장의 종류가 달라진다. 주어를 존경하는지의 여부도 동사에 '-시-'를 붙이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가다/가시다'의 경우가 그렇다. 시제도 마찬가지다. '가다/갔다/가겠다' 등이 그렇다. 많은 언어가 한국어와는 특징이 다르다. 용언의 모양을 바꾸는 언어는 많지 않다.

명사가 중심인 언어는 수 성(남성/여성) 인칭 등이 발달한다. 한국어 화자는 단수와 복수를 구별하는 데 익숙하지가 않다. 굳이 구별하려면 구별할 수 있겠지만 그다지 구별하려고 하지 않는다. 꽃을 사는가 꽃들을 사는가? 사람을 만나는가 사람들을 만나는가? 산 강 바다 하늘 땅을 각각 남성 여성으로 구별하는 언어를 보면 한국어 화자는 복잡하다고 생각한다. 구별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국어는 서술어가 마지막에 오는 구조로 서술어에 따라 문장의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 한국어는 끝까지 들어봐야 안다는 말이 있다. 한국어의 특징을 잘 나타내는 표현이다. 왜냐하면 한국어는 서술어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부정 등의 표현이 서술어에서 바뀌기 때문에 부정인지 긍정인지는 끝 부분에 나타나게 된다. 영어에서 부정의 여부가 거의 앞부분에서 결정이 된다. 'I don't -'의 구조와 '-지 않는다'의 구조를 비교해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명사 중심의 언어는 언어의 논리적 구조 일치 호응 등이 중요하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수와 성 인칭 등의 구별과 함께 이에 대한 일치가 필요한 것이다. 간단하게 예를 들어본다면 한국어에서 주어가 '나 너 그 그녀 우리 너희 그녀들 그들'은 중요하지 않지만 영어에서 'I You He She We You They'의 구별은 매우 중요하다. 뒤에 오는 동사의 모양이 달라진다. 언어에 따라서 더 복잡한 양상을 띠는 경우도 있다.

우리말의 주어를 보면서 느꼈겠지만 한국어의 대명사를 사용할 때는 어색함이 많다. '그 그녀 그들 그녀들'이라는 표현은 사실 오래된 표현이 아니다. 외국어를 번역하면서 만들어진 번역 투의 표현이다. 따라서 아직도 사용에는 어색함이 많다. 한국어는 대명사가 발달하지 않는다. 한국어는 동사 형용사 중심의 언어이기 때문에 주어는 주로 생략되고 사용된다. 한국인의 대화를 잘 들어보면 주어가 거의 발견되지 않는다. '왔어?/ 응/ 언제 나가니?/ 내일 아침에 나갈 거야./ 밥은 먹었니?/ 이따 먹을게'와 같이 주어가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대명사가 발달한 언어를 사용하는 화자들은 이러한 표현을 보면 답답함을 느낀다. 주어가 누구인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동사 중심의 언어인지 명사 중심의 언어인지에 따라 언어생활에서는 큰 차이가 나타난다. 이는 생활로 이어져서 사고방식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명사 대명사가 중요한 언어에서는 문장의 호응 일치가 매우 중요하게 되고 논리적 표현을 선호하게 된다. 한국어 화자들은 그런 논리적 엄밀함에 답답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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