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일, 시저! (Hail, Caesar!) 감독: 에단 코엔, 조엘 코엘 출연: 자시 브롤린, 조지 클루니, 채닝 테이텀, 스칼렛 요한슨 등 장르: 코미디 등급: PG-13
형제 감독인 에단 코엔과 조엘 코엔은 '바톤 핑크' '파고'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시리어스 맨' '트루 그릿' '인사이드 르윈' 등 내놓는 작품마다 빼어난 작품성을 자랑했다. 무거운 이야기나 박진감 넘치는 구성 가운데서도 늘 한 자락 유머 감각을 잃지 않는 것도 그들만의 장기였다. '헤일, 시저!(Hail, Caesar!)'는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코엔 형제가 아예 '작정하고' 만든 코미디 영화다. 우스꽝스럽지만 그 안에 톡 쏘는 풍자의 일침을 감춘 블랙코미디적 요소도 갖추고 있고, 탁구공 튀기듯 맛깔스럽게 오가는 대사의 맛이나 특급 할리우드 스타들이 한껏 망가지는 모습을 보는 재미도 상당하다.
영화의 배경은 50년대 할리우드. 대형 영화 제작사인 캐피털 픽처스의 중역 에디 매닉스(자시 브롤린)가 주인공이다. 그의 업무는 수많은 톱스타들을 거느리고 매끄럽게 영화가 제작될 수 있도록 진두지휘하는 일이지만, 사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고뭉치 배우들을 단속하고 엉뚱한 가십기사가 새나가지 않게 막는 해결사나 다름없다. 그래서일까, 이직을 권유하는 유혹이 끊임없이 그를 괴롭힌다. 엄청난 스트레스에 하루가 멀다 하고 성당을 찾아 고해성사를 하는 것도 그의 일상이다.
하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사고는 줄줄이 터진다. 예수의 삶을 그린 대작 영화에서 주인공 시저 역을 맡은 배우 베어드 위틀록(조지 클루니)은 촬영 중 실종되고, 그를 납치했다는 무리들은 돈을 요구한다. 여배우 디아나 모런(스칼렛 요한슨)은 혼전 임신을 하고, 처음으로 정극 연기에 도전한 서부 영화 전문 배우 하비 도일(엘든 이렌리치)은 '발연기'로 온 스태프를 '멘붕'에 빠뜨린다. 신문에 가십 뉴스를 쓰겠다는 쌍둥이 자매 기자 도라와 테설리(틸다 스윈튼)의 협박도 지긋지긋하다.
60여 년 전 할리우드라는 특정한 공간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영화 속 주인공 에디 매닉스가 겪는 일상의 황당함과 고단함은 오늘날 우리 모두의 모습과 비교해도 큰 괴리감이 없다. 엉망진창으로 돌아가는 영화 제작사의 모습도, 지금의 할리우드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소 황당해 보일 수도 있는 영화 '헤일, 시저!'가, 오히려 많은 관객들에게 공감을 살 수 있는 지점이다. 한 명 한 명의 이름값만으로도 엄청난 톱스타 여럿을 한데 모아 놓은 힘은 대단한데, 이들이 서로 빚어내는 '화학작용'은 조금 모자라다. 배우들이 각각의 캐릭터에 녹아들어 빛을 발하는 느낌이 별로 없어서다. 서로 어우러져 뿜어내는 앙상블 또한 그리 인상적이지 않다. 이 훌륭한 캐스팅을 100% 살리지 못하고 그저 늘어놓기만 점은 '헤일, 시저!'의 가장 뼈아픈 아쉬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