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계·실업계로 구분했던 과거와 달리 요즘 한국 고등학교는 종류가 다양하다. 크게 일반고·특수목적고(특목고)·특성화고·자율고 등 4가지로 나뉜다. 그 외에도 특수학교·대안학교·외국인학교·방송통신고와 학력 인정 평생교육시설학교 등이 있다. 모집 시기에 따라 8~11월께 신입생을 모집·선발하는 특목고·특성화고·자율형사립고 등을 전기고(前期高), 전기고 모집이 끝난 12월께 입학 전형을 시작하는 일반고와 자율형공립고를 후기고로 구분하기도 한다. 전기고에 합격한 학생들은 일반적으로 후기고에 지원할 수 없다. 한국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1.5세와 2세, 또는 주재원 자녀들을 위해 전국의 고등학교 특성과 종류를 정리해 소개한다.
<편집자 주>
일반고
전체 고교 중 가장 큰 비중(66%)을 차지한다. 이름처럼 특정 분야에 국한되지 않은 일반적인 교육 과정을 제공한다. 지난해 기준으로 총 128만여 명이 재학 중이다. 1974년 고교평준화 제도가 도입되면서 평준화 지역에는 일반적으로 '선복수지원 후추첨배정' 원칙이 적용된다. 학생들은 원하는 학교에 지원한 뒤 추첨을 통해 배정된다. 비평준화 지역과 일부 평준화 지역은 학교장이 직접 선발하기도 한다. 울산.충남.전북.경북.제주 등 5개 시.도는 중학교 내신과 선발고사 점수를 바탕으로 학교를 배정한다. 이처럼 학교 소재지에 따라 선발 방식에 차이가 있다.
일반고 중 과학중점.예술중점.체육중점학교는 해당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학생들을 위해 수준별.맞춤형 교육을 실시한다. 과학중점학교는 전체 이수단위의 45% 이상을 과학.수학 교과로 편성하고 특별교과나 창의적 체험 활동을 60시간 이상 이수하도록 한다. 이 때문에 과학고 진학을 준비하는 이공계 지망생에겐 과학중점학교가 대안이 될 수 있다. 중점학교 학생들은 학교 전형위원회에서 해당 과목 내신과 학습계획서.학교장추천서 등 서류전형과 면접으로 선발한다.
일반고 중엔 인문 과정과 실업 과정이 함께 있는 종합고도 있다. 학생의 선택에 따라 졸업 후 대학으로 진학할 수도 있고, 자격증을 취득해 바로 취업할 수도 있다. 학교마다 건축인테리어과.자동차기계과.식품가공과.금융비즈니스과 등 특화된 학과가 있다. 국내 최초의 종합고는 1956년 시범학교로 지정.운영된 평택고다.
특목고
과학고와 외국어고(외고)만 떠올리기 쉽지만 국제고.예술고.체육고.마이스터고(산업수요 맞춤형 고등학교) 등도 특목고로 분류된다. 과학고는 필수 이수단위가 77단위로 일반고에 비해 적은 대신 과학.수학 관련 심화과목에 80단위 이상을 할애한다. 전국에 20개 교가 있으며 교원 1인당 학생수가 4.88명(지난해 기준, 일반고는 14.1명)으로 고교 유형 중 가장 적어 교육 여건이 좋다. 과학고는 외고.국제고처럼 자기주도학습전형을 통해 신입생을 뽑는데 필기고사 대신 중학교 내신 성적과 면접을 바탕으로 자기주도적 학습 역량을 평가한다. 올림피아드 등 교내외 경시대회와 토익.토플 등 인증시험.자격증은 서류심사에서 배제되며 기재시 0점 처리된다. 과학고는 8~9월 지원자를 받아 중학교 2.3학년 수학.과학 내신 성적을 바탕으로 1차 합격자를 선발한 뒤 심층면접을 통해 최종 선발한다.
영재학교는 수학.과학에 재능이 있는 학생에게 영재교육을 실시한다는 면에서는 과학고와 유사하다. 하지만 선발 시기에 구분이 없어 학기 중 중학생도 입학할 수 있다. 이른 4월부터 추천서 접수와 지능.사고력 검사 등을 실시한 뒤 7월께 최종 선발한다. 학년.학기.수업일수 제한이 없어 무학년 졸업학점제 등 학교마다 교육 과정을 자유롭게 편성한다. 현재 서울과학고.경기과학고와 부산 한국과학영재학교 등 8곳이 있다.
외고는 광역 단위로 모집한다. 다만 학생이 거주하는 시.도에 외고와 국제고가 없다면 다른 시.도 학교에 지원할 수 있다. 외국어 관련 심화과목을 80단위 이상 이수해야 한다. 1984년 개교한 대원외고와 대일외고가 1992년 특수목적고로 지정된 이후 총 31개 교가 운영되고 있다. 자기주도학습전형을 기본으로 중학교 2.3학년 영어 내신성적을 참고해 1.5~2배수를 선발한 뒤 면접으로 신입생을 뽑는다. 입학 때 중국어.프랑스어.스페인어 등 주전공학과를 선택하고 제3외국어까지 배운다.
국제고는 영어 교육을 중시하는 특목고라는 점에선 외고와 비슷하다. 하지만 외고의 목표가 외국어 인재 양성이라면 국제고는 국제정치.국제법 등 외교 전문가 양성을 목표로 한다. 필수 이수단위(77단위) 외에 영어 듣기와 회화 등 심화 과정, 국제경제.세계지리 등 전문교과 과정을 80단위 이상 이수한다. 1998년 부산 국제고를 시작으로 7개 교가 운영되고 있다. 전형 방식은 외고와 동일하다.
체육고 학생은 체육교과를 80단위 이상 이수해야 한다. 1992년 특목고 제도가 도입되면서 전국의 모든 체육고가 특목고로 지정됐다. 15개 체육고 모두 공립이다. 내신.면접과 실기 시험을 통해 신입생을 선발한다. 예술고는 예술 전문교과를 80단위 이상 이수하도록 돼 있다. 학생 1만7000여 명 중 80%가 여학생이다. 추천서와 면접, 실기 시험을 통해 선발한다.
마이스터고는 로봇.자동차.소프트웨어.에너지.반도체 등의 분야에서 '기술명장(마이스터)'을 육성하기 위해 설립된 학교다. 지난해 졸업자의 취업률은 90.4%다. 의료.조선.첨단과학 등 각 지역의 전략산업과 연계해 운영되기도 한다. 학급당 학생이 20명 안팎으로 수업료와 입학금이 모두 면제된다. 기숙사가 제공되며 장학금도 많다. 졸업 후 바로 취업하거나 특기를 살려 군복무할 수 있는 장점 때문에 인기가 높다. 10월 말 지원서를 받아 내신.추천서.면접을 바탕으로 선발한다.
특성화고
2011년 이전엔 실업계.전문계 등으로 불렸던 학교가 특성화고로 통합됐다. 관광.통역.멀티미디어.공예.디자인.패션.세무.보건.미용.자동차.애니메이션.금융.경영 등 분야가 다양하다. 직업 인재를 양성한다는 취지에 맞게 현장실습 등 체험 위주의 교육을 실시한다. 중학교 내신을 바탕으로 면접.실기를 통해 선발한다. 필수 이수단위는 65단위 이상, 전문교과는 80단위 이상 편성해야 한다. 특성화고 학생에게는 입학금과 3년간 수업료가 전액 장학금으로 제공된다. 우수학생은 독일.스위스 등 12개국에서 일하며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된다. 또한 특성화고 출신 중 기능장 이상 자격을 소지하거나 그에 준하는 현장 경력을 가진 사람은 국가에서 해외유학을 지원해준다.
자율고
교육 과정을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지정.고시된 고등학교로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와 자율형공립고(자공고)로 나뉜다. 자사고는 일반고에 비해 교육과정과 학사 운영을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다. 다양하고 특성화된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지만, 국가.지방자치단체로부터 교직원 인건비나 학교 운영비를 지원받지 않아 일반고보다 학비가 최대 3배 비싸다. 신입생 선발 방식은 학교마다 다르다.
전국에서 신입생을 뽑는 자사고는 대개 9월부터 국어.영어.수학을 중심으로 한 내신 성적으로 1차 합격자를 선발한 뒤 면접을 통해 최종 선발한다. 과학고.외고 등과 마찬가지로 교내외 대회와 자격증은 반영할 수 없다.
자공고는 교육 여건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지역의 공립고를 지정해 운영한다. 평준화 지역에서는 선지원 후추첨 방식으로, 비평준화 지역에서는 학교가 자율적으로 학생을 선발한다. 이밖에 농어촌 등 여건이 어려운 지역에 있는 학교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도입된 자율학교도 있다. 공주 한일고와 경남 거창고 등이 대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