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리 본즈(샌프란시스코)는 베이브 루스의 메이저리그 통산 최다 홈런 2위 기록에 6개 차로 다가섰다. 본즈는 5일까지 개인 통산 708개의 홈런을 기록했는데 루스(714개)를 추월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본즈는 역대 1위인 행크 애런(755개)의 기록에도 47개만을 남겨두고 있다. 그러나 야구계는 전혀 축제 분위기가 아니다. 그가 루스와 애런의 기록에 다가갈수록 스테로이드에 대한 관심만 증폭되고 있기 때문이다. 본즈의 스테로이드 사용과 사생활을 폭로한 ‘게임의 그림자(Game of Shadows)’라는 책은 발간 첫 주에는 판매가 부진했지만 최근 메이저리그 시즌이 개막되면서 USA 투데이지의 베스트셀러 7위에 오를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지의 랜스 윌리엄스와 마크 와다 기자가 공동 집필한 이 책이 발간된 후 스테로이드 이슈가 사회적 관심이 되자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책에서 주장하는 내용을 내사하겠다”고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호세 칸세코의 ‘약물의 취해(The Juiced)’가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후 스테로이드 청문회를 이끌어 냈다면 ‘게임의 그림자’는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본격적으로 ‘스테로이드 청소’를 시작하도록 했다고 볼 수 있다. 이 책의 내용을 2회에 걸쳐 요약해 본다.
■ 배리 본즈 인물 묘사
배리 본즈의 아버지는 유명한 야구 선수였다. 그의 이름은 바비 본즈로 전성기 시절 윌리 메이스의 대를 이을 선수로 평가됐다. 실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메이스를 트레이드한 후에 바비 본즈를 팀의 주축 선수로 키우려고 했다. 애석하게도 바비 본즈는 알코올 중독자였고 감정의 기복이 심한 사람이었다. 전성기 시절에는 거의 매년 30홈런-30도루를 기록했지만 그는 이 팀 저 팀을 전전하는 ‘저니맨’으로 전락했다.
배리 본즈는 그런 아버지를 싫어했다. 학생 시절 아버지가 자신의 플레이를 보기 위해 경기장으로 구경온다는 말을 들으면 술에 취해 문제를 일으킬 것을 염려하며 그가 나타나지 않기를 바랐다. 그의 아버지는 또 아들이 아무리 잘해도 칭찬하지 않았다. “너는 내 덕분에 이렇게 잘 된 것”이라고 깎아내리기만 했다고 한다. 배리 본즈는 또 사람들이 아버지에 대한 편견으로 자기가 아무리 잘해도 높이 평가하지 않는 것에 상처를 많이 받았다.
이런 상처 탓인지 그는 학생 시절부터 동료와의 관계가 좋지 않았다. 본즈의 학생 시절 코치였던 짐 브락은 “단 한 명의 팀 메이트도 본즈를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무례하고, 배려가 없고, 자기 중심적이었다”고 설명했다.
팬들도 기자들도 그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는 돈을 받지 않으면 절대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지 않았다. “기자가 싫다”는 발언을 여러 차례 했다. 그 결과 본즈가 피츠버그에서 뛴 후 자유계약 선수로 풀렸을 때 아무도 그가 떠나는 것에 마음을 두지 않았다.
그는 짐 릴랜드(피츠버그), 더스티 베이커(샌프란시스코) 감독과 ‘힘겨루기’를 했으며 때로는 구단주도 무시했다. ‘야구공에 본즈의 사인을 받아오라’는 자이언츠 구단주의 부탁을 전하는 사람에게 그는 F자가 들어간 욕을 하며 “절대 하지 않겠다”고 버텼다고 한다.
본즈는 첫 번째 아내에게 절대복종할 것을 강요하다가(그의 아버지처럼) 결국 이혼했고 주변 사람들이 자기의 부탁을 당장 들어주지 않으면 버럭 화를 내곤 했다. 그는 자이언츠 라커룸에 대형 마사지 의자를 갖다 놓았는데 이는 선수 4명의 라커를 차지하는 것으로 이때부터 자이언츠 선수들이 그의 이기적인 행동에 질리기 시작했다. 그는 정기적인 연습에 자주 참여하지 않았고 연례행사인 구단 기념사진 촬영에도 2년 연속 빠졌다.
■ 킴벌리 벨과의 만남: 악연?
본즈와 스웨덴 출신의 첫 번째 아내인 선(Sun)의 이혼 소송이 진행되고 있을 무렵 한 파티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은 킴벌리 벨이었다. 벨은 실리콘 밸리에서 그래픽 아티스트로 활약하며 연봉 8만 달러를 받는 인텔리였다. 본즈는 자신이 ‘똑똑한 여자 친구’를 둔 것을 종종 주변 사람에게 자랑했다고 한다. 이 둘은 ‘결혼을 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데이트를 시작했다. 본즈는 야구 카드 쇼나 사인회에서 받은 현금을 벨에게 주곤 했다. 본즈는 또 가슴 확대 수술을 하라며 벨에게 수표를 보내기도 했다. 벨은 본즈가 원정을 갈 때 자주 따라다니면서 데이트를 즐겼다. 그러나 이들의 관계가 악화되기 시작한 시기는 1998년 1월이었다.
본즈가 돌연 결혼을 발표한 후부터다. 본즈는 벨에게 “너가 컴퓨터 분야에서의 커리어를 포기하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아 다른 여자를 선택했다. 이혼한 애 엄마가 아이들을 데려가려고 해 어쩔 수 없이 결혼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본즈의 두 번째 아내는 리즈 왓슨이라는 흑인 여성으로 본즈의 표현을 빌리자면 “첫 번째 여자가 백인이었을 때 언론이 하도 비난을 많이 해서 어쩔 수 없이 선택한 흑인 여성이자 가정주부 역할에 만족하는 여자”였다.
본즈는 결혼 후에도 벨을 계속 만났지만 이전과는 다르게 부자연스러운 만남이 이어졌다. 벨은 선수 가족(싱글의 여자 친구는 예외)이 아니기에 구단 비행기를 탈 수 없었고 성적(性的)으로 개방된 마이애미를 제외하고는 이 둘이 자유롭게 거리를 활보할 수 있는 도시가 없었다. 점점 사이가 멀어지면서 벨의 마음도 떠나기 시작했을 때 본즈는 마치 스토커가 된 것처럼 수도 없이 벨에게 전화를 하고 음성 메시지를 남겼다. 벨은 당시 ‘본즈의 살해 협박’에 두려움이 생겨 음성 메시지 테이프를 바꿔가며 ‘증거’를 남기는 작업을 했다. 이 책을 쓴 두 기자는 당시 음성 메시지 내용을 대부분 들었다. 벨이 메이저리그 스테로이드 사태에서 중요한 인물인 이유는 그의 법정 증언과 언론 기자들과의 인터뷰 내용 때문이다. 벨은 본즈가 약물의 도움으로 근육질의 남자가 됐다고 증언한 바 있다.
■ 그렉 앤더슨: 약물 공급원이자 트레이너
그렉 앤더슨은 ‘본즈의 가장 친한 친구’로 자주 소개됐지만 본즈의 어린 시절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실제 본즈는 여자 친구인 벨에게 앤더슨을 ‘돈 주고 산 친구(paid friend)’로 묘사했다. 앤더슨은 야구 선수 시절 재능이 부족함을 깨닫고 약물의 도움으로 프로 선수가 되려고 했던 인물이다. 약물의 도움을 받고도 꿈을 이루지 못한 앤더슨은 스테로이드가 기록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고 트레이너로 일을 시작했다.
지인의 소개로 본즈의 트레이너가 된 앤더슨은 천만 장자의 기록 향상에 결정적인 공을 세웠지만 함께 뜨지는 못했다. 그는 본즈가 가끔 던져주는 현금으로 생활을 했다. 그런데 ‘수퍼스타’가 주는 돈은 고정적인 월급도 아니었고 거액도 아니었다. 본즈의 트레이너라 화려한 삶을 살았을 것 같았다. 그는 그러나 항상 아파트 페이먼트와 생활비를 걱정해야 했다. 본즈가 타고 다니다가 싫증 난 차를 저가에 구입하는 것이 앤더슨에게 주어진 유일한 혜택이었다. 앤더슨은 트레이너가 아닌 약물 공급책이었다는 것이 맞는 표현일 것이다. 본즈는 앤더슨의 ‘교육’으로 몸을 만든 것이 아니었다. 앤더슨은 본즈에게 약물을 제공하고 이 내역을 기록해 그가 효과적으로 몸을 만드는 과정을 도와주는 역할을 주로 맡았다. 앤더슨은 본즈의 ‘하인’이나 다름없었다. 앤더슨은 주변 사람들에게 본즈에 대해 이야기할 때 ‘전하(my Higher)’라고 표현을 쓸 정도였다. 앤더슨이 여러 종류의 약물을 갖다주면 본즈는 그것을 먹고 스스로 운동을 했다는 것이다. FBI가 앤더슨의 집을 급습했을 당시 그의 파일 폴더에는 본즈가 어떤 약물을 어떻게 사용했는지에 대한 자료가 있었다. 앤더슨은 스테로이드 이슈로 유명해진 발코(BALCO)에서 약물을 구입해 본즈에 공급한 일종의 중간책(middleman)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