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의 특징을 말할 때 주로 의성 의태어가 발달하였다는 말을 한다. 이 말은 틀린 말이 아니다. 한국어에는 수많은 의성어와 의태어가 발달하였다. 달리 말해서 음성 상징어가 발달하였다. 의성어의 경우는 다른 말에도 많이 나타나지만 의태어의 경우는 매우 특수한 발달이라고 할 수 있다.
왜 의태어가 많이 발달하게 되었을까? 한 가지 답으로는 '음운교체'에 의한 말이 분화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한국어는 음운교체에 의해서 어사분화(語辭分化)를 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밝은 모음과 어두운 모음끼리 결합하는 '모음조화'가 발달하였다. 모음조화의 발달은 어휘에 느낌을 불어넣게 된다. '밝고 가벼운 느낌'과 '무겁고 어두운 느낌'의 모음으로 나누어지는 것이다. 또한 모음에 따라 '큰 느낌'과 '작은 느낌'으로 나뉘기도 한다.
자음의 경우도 '평음 격음 경음'의 상관쌍이 음운교체하여 새로운 어휘를 만들기도 한다. '감감하다 캄캄하다 깜깜하다'가 대표적인 예다. 이런 어사분화는 자음에 느낌을 부여해 주었다. 경음은 강한 느낌 격음은 격한 느낌 평음은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 자음에 의한 음운교체는 모음에 의한 음운교체와 함께 어사분화의 다양성을 이루어 낸다. 예를 들어 '썩다'와 '삭다'는 자음교체와 모음교체가 모두 일어난 어휘다. 이렇게 한국어의 어휘가 자음과 모음의 느낌으로 나눌 수 있다는 점은 의성어와 의태어의 발달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비슷한 소리나 동작을 묘사하더라도 다양한 표현이 가능해진 것이다.
형용사의 발달도 한국어의 중요한 특징이라고 이야기한다. 형용사가 발달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형용사는 상태를 나타내는 말이다. 그런데 상태는 늘 일정하지가 않다. 시간이나 장소의 차이에 의해서도 얼마든지 달라질 수가 있다. 또한 어떤 것은 미세한 차이에 따라 달리지기도 한다. 대표적인 게 색깔이다. 따라서 색채어는 색깔의 다양한 변화를 나타낼 수 있도록 다양해질 필요가 있다.
한국어의 형용사는 이러한 점에서 다양한 상태를 보여주고 있다. 예를 들어 '검다'를 나타내는 한국어 어휘는 여러 가지다. 우선 '까맣다'가 있다. '까맣다'는 '검다'와 비슷하기는 하지만 다른 색이다. 이 밖에도 '꺼무스레하다 거무스름하다 까무잡잡하다 거무칙칙하다 새까맣다 새카맣다 시커멓다 시꺼멓다 거무죽죽하다 거뭇거뭇하다' 등이 있다. 다른 색도 마찬가지다.
날씨는 어떠한가? 한국어에서는 날씨가 '춥다 쌀쌀하다 서늘하다 시원하다 차다' 등의 느낌을 구별해 주고 있다. 아픈 경우도 마찬가지다. '아리고 쓰리고 쑤시고 저리고 띵하고 답답하고 맹하고' 등 설명하기 복잡한 수많은 증상이 있다. 맛도 다양하다. '시다 새콤하다 시큼하다' '달다 달달하다 달콤하다 달짝지근하다 들쩍지근하다' '짜다 짭짤하다 짭조름하다' '쓰다 씁쓸하다 쌉쌀하다 쌉싸름하다' '맵다 매콤하다 매큼하다' 등으로 다양하게 맛이 분화되었다. 짠맛은 '간간하다'로 분화되었고 매운맛은 '칼칼하다'나 '얼얼하다' '알싸하다' 등으로도 세분화되었다.
의태어나 형용사가 발달하게 된 것은 한국인이 감정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명사는 변하지 않는 물건을 대표한다면 형용사는 변하는 감정을 대표한다. 형용사와 의태어가 발달한 한국어는 느낌이 중요한 말이다.